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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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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가 아닌 세계글 야구브로니탑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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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챕터
14-05-16 00:00
 
 

때는 1943년이었다.

나는 걷고 또 걸어서 경성에서 저 머나먼 강원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발은 아파져 오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지만 참아야만 했다.

발이 아플 때엔 산을 벗 삼아 앉아 있다가, 배가 고플 땐 풀로 식사하며 목이 마를 때엔 우물에서 물을 퍼먹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걷고 또 걸어 나는 강원도 철원으로 가야만 했다.

‘경성에서 철원까지 이리도 멀었던가?’

산을 넘어가면 또 산이 있고, 그 산을 넘어가도 또 산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산을 넘어가면 또 다른 산이 있고, 그 산을 넘어도 또 산이 있다.

대체 신은 왜 이렇게 산을 많이 만든 것인가!

……아무튼.

그렇게 10일 동안 쓰러지기 직전에 나는 철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건물과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을 번갈아 보며 ‘왔구나…….’라는 생각을 한 뒤 나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물론 건물 앞에서 쓰러졌기에, 나는 용케 살을 수 있었다.

10일 동안 힘들었지만 나는 그 결과로 쾌감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그렇게 침대에서 주먹을 불끈 쥐는 사이 어떤 늙은 남자가 들어왔다.

“흠흠…… 자네가 정진용인가?”

그 남자는 백발에 하얀 수염은 길게 자랐으며,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말하겠네. 자네가 경성에서 이 철원까지 10일 동안이나 걸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

나는 뜨거운 마음으로 여기를 온 사람이다.

나는……

“저는 독립 제 1고보 1학년이 되기 위해 왔습니다. 받아주십시오!”

나는 독립마법군이 되기 위해 왔다.

"진정 자네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독립마법의병대에 오기 위해서였나?"

백발의 노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의자에 걸터앉아 말했다.

"그럼 받아줘야지. 자네, 정제위 동지의 아들이지? 정제위 동지는 훌륭한 인물이었는데 말이야. 하하하."

그 백발의 노인 말 그대로였다.

내 아버지는 훌륭한 인물이셨다.

내 아버지는 독립군으로 살다 하얗게 불태우고 1942년 경성탈환전투에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늘 무뚝뚝한 사람이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와 반대로, 활발한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말투도 그 성격대로 바뀌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 이후, 1942년 내내 어둡게 살았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시와 수필을 써내려갔다.

이렇게라도 마음의 위안을 달래고 싶어서였다.

내 어머니는 어느 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네 아버지처럼 살다 가면 안 된단다.”

하지만 결국 나는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가 살았던 길을 걷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마법 부문에서 또래와의 경쟁에서 당당히 차석을 차지했다.

학문에 대해서도 탐구했다.

우리 민족의 자주성에 대해서도 탐구했다.

그래서 졸업을 한 이후 나는 어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걸어서 철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철원에 도착해서, 나는 독립 제 1고보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1년 후의 우리 모습은 희망이 아니었다.

연이은 안 좋은 소식에 사기를 잃어버리고 있는 학생만이 늘어났다.

패전!

패전!

패전!

조선마법의병대는 갑자기 불어난 일본군에 의해 연이은 패전을 기록했다.

나와 우리 동지들이 공부할 즈음에, 밖에선 패잔병들의 신음만 들려왔다.

나는 싸우고 싶었다.

우리는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싸울 수 없었다.

단지 우리는 ‘학습’이라는 것을 하고 있어야만 했다.

한 때엔 담임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 학생들은 싸우지 않는 것입니까? 지금 시기는 철원까지 들어올 수 있는!”

“거기까지. 우리라고 안 싸우고 싶겠냐 자식아? 학생의 의무는 공부하는 의무다. 학생은 공부가 권리이자 의무야. 학생들이 마법 쓰고 마법진을 구축해서 군인과 전투를 해보겠다고? 전투가 그리 쉽게 되면 독립군 형들이 이렇게 밀리고 있겠냐? 그냥 니들은 공부나 해 공부나.”

선생님 말씀이 맞았다.

학생들이 싸워봤자, 놈들의 공격을 지연시키는 방패 수준이다.

우등생의 집합지 독립 제 1고보만으로도 싸워도 방패 수준이다.

그 외 독립 제 2, 제 3 고보가 싸운다 생각해봐라.

방패도 안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으로의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해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경성에서 여동생도 와서 독립 제 2고보에 배정되었다.

"저 왔습니다. 오라버니."

"너도 걸어서 온 거야?"

"발은 아프지 않습니다. 오라버니."

여동생은 굳은 의지로 독립에 이바지 하겠다고 다짐하고 온 것 같았다.

1944년 2월 15일. 학생들 자력으로 독립청년의병대를 세웠다.

독립청년의병대 사령관으로 추대된 독립 제 1고보 차석은 운동장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우리는 청년의 붉고 뜨거운 피로 독립을 위해 투쟁한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이므로 밖에 나가 독립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이곳 철원을 지키는 의병대로 있을 것이다! 독립청년의병대에 있는 학생은! 마법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한다!”

운동장에 모인 약 천 명의 청년은 큰소리로 박수를 치며 “단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단결!"

"단결! 단결만이 답이다! 단결!"

"일본놈들한테 철원만은 내줄 수 없지!!!"

당연히 나도 박수를 쳤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청년들은 독립을 위해 싸울 각오가 되어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단결을 한 후 사령관은 “해산!” 이라는 단어를 외치며 기숙사로 향했다.

나도 뜨거운 마음을 잠재우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기숙사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런 후, 12일이 지났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즈음에, 어떤 동지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교장 선생님이 너 부르셔."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교장 선생님이 나를 부를 일이 없을 텐데?

"장난치는 건가?"

"내가 장난치는 애로 보여?"

하긴, 제 1고보 동지가 장난을 칠 리가 없지.

나는 교장실로 가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독립청년의병대’라는 단체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무슨 잘못한 것이 있는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니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어느새 교장실 바로 앞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교장실의 문을 열고 안정된 걸음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내 눈엔 백발의 교장이 보였다.

“자네를 부른 것은 자네가 독립 제 1고보 수석이기 때문이네.”

내가 철원으로 처음 왔을 때 봤던 그 백발의 노인. 아니, 교장은 담배를 피우며 나에게 말을 했다.

“난 독립 제 1, 제 2, 제 3고보 교장으로서, 자네와 자네의 쌍둥이 여동생을 이세계로 보내려고 하네.”

이건 또 무슨 교장의 헛소리인가?

이세계?

이세계는 또 무슨 소리인가?

이세계라는 세계가 존재하는 하는 것인가? 나는 그저 ‘아…… 드디어 이 늙은이도 노망이 들었나?’ 하며 교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자네는 나를 이상하게 본다 생각하네.”

내 생각을 간파 한건가?

역시 교장인가…….

“하지만 이세계는 존재한다네.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세계 말이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나도 이론을 보기  전까진 마과학(마법과학)을 했던 사람이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네. 하지만 아니었었네! 그 이세계에는 마법이라는 것이 존재치 않는 세계였네. 우리와 같은 형상을 지닌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었네. 우리는 그 이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에 수석과 수석의 여동생을 이세계로 보내기로 했네. 이의 있는가?”

대체 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는 가네.

하지만 내 여동생한테 물어는 봐야겠지.

“우선 제 여동생에게 물어보겠습니다.”

“그러시게나.”

나는 내 여동생에게 물어보려 교장실을 잠시 떠났다.

“하겠습니다.”

“진짜로 해보려고 하는 건가?”

“하겠습니다.”

내 여동생이 이렇게 눈에 힘을 주는 것은 처음이다.

이래서는 단지 흥미가 있다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세계로 갈 수만은 없지.

좋아.

내 이름 정진용 석 자 걸고 해보겠어!

“그러면 나를 따라와라. 교장실로 간다.”

“네.”

나와 내 여동생은 교장실로 한 발자국 나아갔다.

생각해보니 나와 여동생이 서로 사이좋게 걷는 것은 1942년이 마지막이었다.

2년 만에 걷는구나.

아니지.

지금은 이 기분을 느낄 때가 아니다. 이세계를 생각해야지.

나는 여동생과 함께 교장을 만났다.

그리고 결심했다.

“자네들이 이렇게 독립을 위해 힘써줘서 고맙네. 그럼 저기를 통해서 가게나.”

교장은 스틱으로 의자 왼쪽을 가리켰다.

나와 여동생은 손을 붙잡고 그저 흰 벽만 보이는 것 같은 벽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여기 진짜 통과ㄷ…….”

그 후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아주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렴풋이 들려온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아직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꿈에 있었던 것 같이 그 소리가 끝나자마자 무섭게 정신이 돌아왔다.

힘겹게 눈을 떠보니 건물 천장만 내 눈에 아른아른하게 보일 뿐.

이건 당연히 꿈이다.

애초에 이세계가 존재할 리가 없다.

“젠장…… 꿈이었나…… 하기야 그런 것이 존재할 리가 없……?!”

내 옆엔 어떤 여자가 책을 읽고 있었다.

한 번도 못 본 여자가 가슴골이 보이는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단 말이다!

[참고로 이 여성은 B컵이다.]

“드디어 일어났나…….”

“대체 너, 넌 누구냐!!!”

“무례하긴. 거기 앉아있어 봐. 의자 옮겨서 자세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줄 테니.”

그 여자는 의자를 옮겨서 말을 시작했다.

○○○

“자 그럼 말을 시작하지. 너는 독립 제 1고보 수석 정.진.용. 맞지?”

“그렇소.”

“그리고 여동생은 독립 제 2고보 정.예.진. 맞지?”

“그렇소.”

“넌 그 세계에서 성공적으로 이세계에 온 것을 알고 있어?”

“그렇……잠깐!!! 진짜로 넘어왔다는 건가? 내 여동생은 어디있는가!”

진용은 순간 패닉상태에 빠진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의문의 여성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부터 쉬며 말했다.

“하…… 잘 들어. 넌 불완전하게 이 세계로 떨어진거고 여동생은 완전하게 다른 세계에 떨어진거야."

“그렇다면 여동생은 누가 지켜주는가?!”

의문의 여성은 이상 없을 것이라면서 인상을 피고 말했다.

“거기엔 나 말고 두 명의 이세계 착륙자가 존재하거든.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런가…….”

진용은 안심된 듯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난 이제 뭘 하면 됩니까.”

“학교 다녀야지. 넌 자율백진고 1학년이야.”

“그렇습니까.”

의문의 여성은 손목시계를 보고선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장 갈 시간이 다 되었다니. 시간은 참 잘도 간다.”

“이 나라는 직장도 잘 갈 수 있습니까? 그 이전에 독립은 됐나요?”

“직장은 글쎄…… 독립은 네가 알아서 판단해봐."

의문의 여성은 핸드백을 들고 탁자에서 키를 쥐며 아무 말도 없이 문을 닫으며 나갔다.

진용은 어이가 없다는 듯 문만 장장 3분 33초 33 동안 쳐다봤다.

그러다가 진용은 다시 누워서 잠을 청했다.

○○○○○

꿈을 꿨다.

꿈을 분명히 꿨다.

하지만 기억이 안 난다.

단지 기억이 나는 것은, 명확하게 보이는 교복 한 벌이었다.

무슨 꿈이었을까.

아, 한 가지 더 기억난다.

이 세계에 착륙했을 때.

아니 착륙이라기보다는 착륙 이전의 소리가 조금 기억났다.

'너, 반, 조'

이것만 명확히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잠자는 사이에 저녁이 왔구나.

침대에서 일어나보려고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갈비뼈만 아프네.

그냥 다시 잘까.

그렇게 생각하던 즈음에 그 여자가 들어왔다.

“환자가 아직도 안 잤어?"

“아까까지만 해도 자고 있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 여자는 자리에 앉아서 나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우선 말하기 전에 우리 서로서로 간에 뭐라고 부르는 게 날지 생각해보는 게 어때?”

……난 무슨 중요한 이야기인지 알았다.

아니다 중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네 이름이 뭔데?"

대충 이름이나 불러라! 제발.

“서정유. 서는 성씨야."

이번만은 좀 순탄하네.

"그러면 정유로 불러줄게."

“정유? 괜찮네. 그러면 나는 저를 그냥 진용이라고 불러줄게."

“그래."

그 이후로 나와 정유는 자의 반 타의 반 같이 살아갔다.

하지만 나에게도 자존심이 있었다.

내가 지킬 수 있었던 유일한 자존심은 겸상(밥 따로 먹기) 하는 것이었다

……사내가 이렇게 초라할 줄이야.

2월 28일이 지나갔다.

3월 1일이 지나갔다.

2일도 부질없이 흘러갔다.

따분함의 2일이었다.

세상에 할 것이 많았지만, 불행히도 나한테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그나마 할 일이 생겼다.

그나마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교복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교복을 입고 준비하고 있었다.

"가자."

"네네."

정유의 차를 타고 나는 학교로 향했다.

학교가 재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따분한 삶을 살 바엔 그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야 진용. 내가 그동안 이 세계의 말투를 많이 가르쳐줬으니까 구닥다리식으로 말하지 마라. 잘못하면 찍혀."

"어떻게든 되겠지."

구닥다리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 행실만 잘하면 찍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몸도 앞으로 급격히 쏠렸다.

"뭐 이렇게 운전을 해-"

“학교 다 왔다. 나는 직장 가야 하니까 하교할 때는 재주껏 집으로 찾아와.”

…….

너는 대체 차 한 번도 안 타본 사람한테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역할을 하는 자인가?

"그 전에 집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야 하지 않아?"

"재주껏 이라 했다."

그 말을 하고 나서 정유는 차를 몰고 저 멀리 떠났다.

…….

될 대로 되라.

그나저나 여기는 학교인가?

학교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는 것 같다.

학교 문을 열고 반이나 가자.

그럼 열

“1학년? 1학년 맞지?”

뭐지 이 처음 보는 애는?

“어? 어 그런

“그럼 3반?”

“어

“좋았어! 내 이름은 정조진! 니 이름은?”

“내 이름은 정진용

“정진용? 우리 할아버지 이름인데……. 좋았어! 우리는 이제부터 친구야.”

“응?”

……뭐야 이 상황?

그보다 얘는 또 누구야?

정조진? 3반?

……골치아파지겠네.

“야! 애들 3반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빨리 가자!”

“어? 어어! 그러니까 떠밀지만 않으면 안 될까?”

“역시 이런 건 떠밀어줘야 이름다운 우정의 표본 아닙니까?"

제발 그만 좀 떠밀어라. 망할…….

현대식 교실은 확실히 좋긴 하다.

지난 2일 사이에 이 현실이 엄청난 기술로 진보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교복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지만, 그래도 예쁜 디자인이다.

검은색만 있는 교복이지만, 상당히 매력이 있다.

내가 1944년 교복만 봐와서 그런 것인가?

“야 진용! 저기 13번 자리가 니 자리야!”

“그러냐.”

시끄러워.

“그리고 나는 14번!”

“어련하시겠습니다.”

최악이야.

“니 주변에 있는 애들 소개해줄까?”

“알아서.”

한 대만 치고 싶다.

“자! 그러면 소개할게! 6번 손자운 7번 진선영 14번 정조진 18번 성지민 19번 최상향! 너도 인사하고 이름 불린 모두 다 인사해!”

이름이 불린 사람들은 전부 다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 상황은 대체 뭘까.

아니, 이 상황을 만드는 저놈은 대체 어디서 온 놈인가.

“아, 안녕.”

우선 인사는 해둬야겠지.

첫 만남이 너무 어색한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집에서 무기력하게 있으면서 따분하게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것도 만만찮은 문제다.

그러다가 1교시가 시작되었다.

1교시가 수학. 나의 최대 강점 과목이다.

어떤 내용이 나와도 자신 있으니 나와만 봐라!

“그렇다면 수업을 시작하겠다. 4p 피도록!”

그럼 피어보자. 4p를 피

 1교시 끝 

아마 머리가 창백해진 것 같았다.

아무리 여기가 자율이어서 학습수준이 높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건…….

인수분해도 안 배웠단 말이다!!!

“이번 수업 진짜로 쉬웠지? 안 그래 진용? 진용

“좀 가만히 있어라.”

“OK! 그러면 하나 말해줄 게 있어.”

또 뭘 말할 거냐…….

“또 뭐.”

“내가 두 시간 전에 정진용이라는 이름이 내 할아버지라고 했지?”

“응.”

"이거 우연 아니야? 내 할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사람이 내 단짝이 된다니! 엄청난 행운이야!"

"그러냐."

너한텐 행운일지 몰라도 나한텐 하늘이 무너져내릴 정도로 불운이다.

난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어째서 신은 옆에 이런 놈을 붙혀놨는가?

이것도 내 운이라면 운이지만, 말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걸 장장 7교시까지 느껴야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벌이었다.

…….

내일부터라도 당장 자리 바꾸고 싶은 마음이다.

3월 2일의 수업이 모두 끝났다.

내 예상대로 이건 너무 가혹한 처벌이었다.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그 이름 석 자가 내 뇌에 깊숙이 박혔다.

정.조.진. 잊지 않는다.

그럼 이제 집으로 재주껏 가봐야 하나?

“야 진용!”

……또 그놈이다.

정.조.진. 진짜로 잊지 않는다.

“왜?”

참는다.

'왜?'라고 말했으니까 이유나 들어보자.

“니 주변에 있는 애들과 같이 분식집이나 가자!”

“왜?”

'나름 좋은 이유였지만, 난 저놈과 가기 싫다!'라는 것을 보여줬다.

눈치 없지는 않겠지?

“그야 친해지기 위함이지!”

…….

눈치 더럽게 없네.

별수 없나. 가봐야지.

“갈게.”

“OK! 나 따라와!”

나는 정.조.진. 이라는 안 잊히는 이름 석 자를 가진 남자의 뒤를 따라 분식집으로 가고 있었다.

가면서 주위도 둘러보며 걸었다.

그 결과는 이거였다.

'이 세계는 발전했다.'

자동차가 흔하지 않아서 경성에서 자동차를 보는 날이 1년에 반쯤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자동차가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 자동차보다 확실히 발전했다.

그렇다. 여긴 발전한 문명이다.

주위엔 우리 시대엔 본 적이 없었던 것들만이 가득했다.

“다 왔어!”

“여기가 분식점?”

그런데…….

분식점이 대체 뭐지?

“분식점 처음 봐?”

처음 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 이상하게 보겠지.

“음……. 우선 들어가자.”

“그래!”

우리는 분식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분식점에 들어왔을 때엔 이미 주변의 애들이 온 것처럼 보였다.

우선 자리에 앉자.

“그렇다면! 나의 주도로 소개하지. 저 애는 6번 손자운!”

"구닥다리 개그는 아직도 하냐?"

키가 엄청나게 큰 건 맨눈으로 봐도 느껴질 만하다.

머리는 멋 안 낸 짧은 생머리.

눈이 심하게 찢어졌군.

그래서 무섭다.

“반갑다? 야 내가 말 하나 해도 될까?”

여기를 쳐, 쳐다봤어!

그래도 사내가 두렵다 생각하면 안 되는 법이다!

“당연하지!”

무서워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

사내가 심장이 터지면 안 된다.

특히 사내가 사내한테 무서워하면!

……근데 무서운 걸 어떻게 하라고?

마, 말하기 시작했어!

“너 귀엽게 생겼다?”

저건 무슨 뜻이야!!!

“무슨 뜻

“귀엽다고. 그것뿐이야.”

……무서우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그럼 그 대화로 끝?”

“끝. 그리고 그 망할 구닥다리 개그는 그만해라."

"너야말로 개그를 못 하잖아!"

"너보단 잘할 수 있을걸?"

…….

대체 여기서 왜 말싸움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

"아무튼! 우리는 여신에게 발언권을 줘야 한다 이 말이야!"

"여신? 그거 하나는 한마음으로 잘 통하네!"

뭔 여신?

예뻐 보이는 두 여자가 있긴 하지만…….

"그럼 소개할게! 18번 여신 성지민!"

"그러니까 그 구닥다리 개그를 관두라고 이 병……아니 멍……아니 바보야."

…….

그냥 욕을 하려면 욕을 해라.

그나저나 여신이 누구라고 했더라……?

성지민?

“……꼭 말해야 할까?"

…….

엄청나게 예쁘네.

17년 살면서 여신다운 여신을 보는 기분이야.

"그럼요 여신님."

“안, 안녕?”

나한테 손을 흔들었나?

이건 뭐지? 무슨 감정이지? 무슨 신호지?

“어, 안녕?"

이렇게 말하면 되겠지?

“야, 여신 좋아하냐?"

!!!

아니야! 나는 좋아하지 않아!

뭔가 강하게 말하고 싶은데 상대가 상대라…….

그래도 말하겠어!

“좋아하지 않아 거인!"

“그렇게 내가 거인이었냐?”

……!

갑자기 말투의 폭이 진지하게 변했어!

아니야! 아니야! 난 맞고 싶지 않아!

“아니야! 진짜로!”

“야. 너 나 무서워해?”

아니야 진짜로 살려줘 형님.

평생을 형님으로 모셔드릴 테니 제발 제 마음을 알아주십시오!

“내 눈매 때문에 그런 거지? 사람들 많이 무서워하더라. 걱정할 필요 없어. 나는 준법정신이 철저한 학생이니까.

“니가 준법정신을 지킨다고? 나한테는 왜 준법정신을 안 지키냐?”

“너한테는 안 지키는 게 준법정신이다.”

“그건 좀 이상하잖아!”

…….

원래 이렇게 싸우나?

“나는 말할 게 별로 없어서…… 대신 상향이 하게 해줘.”

“그래! 그러면 저기는 싸움의 여신으로 별명이 정해져 있는 19번 최상향이야!

저런 애가 싸움의 여신이라는 게 이상하다.

어째서 싸움의 여신이지?

“안녕.”

“응, 안녕.”

“…….”

“…….”

…….

뭐지 이 분위기는?

그래도 붉은 단발머리는 참 예쁘네.

……근데 이걸 보고 있는 나도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

“야, 조지”

“왜?”

“한 자리 비어있지 않냐?”

“아! 선영? 선영은 밴드부에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오늘 못 온대.”

“그런가……. 나는 또 니가 뭔 짓을 해서 안 온 지 알았다.”

“그건 또 이상한 말이잖아!”

…….

또 싸우냐?

그 때 지민과 상향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이 질려서일까?

“나는 갈게……. 숙제도 해야 하고, 다른 것도 해야 할 게 있어.”

“나도 간다. 혹시나 말해서 말하는 거지만, 쟤들이 싸워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실 우리는 너와 선영이 빼고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거든. 그래서 이런 건 흔히 볼 수 있어. 그러니까 오해는 말아줘.”

…….

훌륭하게 이해를 해주게 해주다니.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나 싶을 정도야.

“야, 손목시계 보니까 이렇게 있을 시간이 아니야.”

“나하고 담판은 지어야지!”

“150km/h 야구공으로 대가리 맞기 전에 가만히 있는 게 어떨까?”

“한 번만 봐주십쇼 형님.”

…….

포기도 빠르네.

“아무튼, 나는 야구연습 하러 간다. 선수는 자기관리가 필요하거든.”

“잘가십쇼 형님.”

“내가 무슨 조폭이냐?”

“예 형님은 아주 무서운 조–”

그때 조진의 눈에 주먹이 커다랗게 보이고 있었다.

아주 커다랗게 말이다.

“한 번만 그 드립을 쳤다간 진짜 조폭처럼 날아 간다?”

“알았어! 장난 안칠게!”

조진은 주먹을 펴고서 말없이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이 빠져나간 느낌이 드는데?

“갑자기 우리 두 명이네.”

…….

원래라면 싫었겠지만 싫은 정도 정이라는 건가.

“그러네! 그런데 진용!”

“왜?”

또 뭔 말을 하려는거냐…….“

“테이블에 김밥 다섯 줄이 남았어! 어떻게 하지?”

그건 당연한 거잖아…….

…….

뭐지 이 기분은? 만난 지 하루 만에 진짜 친구가 된 건가? 왜 저놈한테 좋은 감정이 생기지?

“우선 먹자.”

“좋았어! 정진용 대원! 김밥 2줄을 해치워라! 나는 3줄을 해치우겠노라!”

군대상황인가?

그렇다면 나도 거들어주지.

“네! 알겠습니다!”

그 후로 우리는 김밥을 아주 야무지게 먹고 있었다.

김밥을 먹으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

아주 간단한 생각이다.

김밥 맛이 참 좋다.

 
+ 작가의 말 : 이세계 ㅡ>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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