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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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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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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꿈을 걷는 작가글 천영天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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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 3
13-06-16 22:20
 
 

 소은은 입학 초기부터 유명했다. 백발과 그에 대비되는 갈색 피부, 건강미 넘치는 몸매에 남자라면 누구나 혹할 미모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외모와는 달리 하나의 야수였다. 다가오는 사람들을 서슴없이 망가뜨리고, 매일매일 폭력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폭력성은 중학생 때부터 유명했고,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평정했다. 세영은 단순히 음울한 분위기와 타인과 어울리지 않아 친구가 없던 것이지만, 소은은 모두들 그녀가 두려워 다가가지 못했었다.

그랬던 그녀가 2학년, 세영과 같은 반에 배정되고 그를 만나고선 달라졌다. 세영은 그녀가 누구든 타인과 똑같이 관심이 없었기에 무시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그녀가 다가와 지금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도대체 그녀가 뭐가 아쉬워서 자신에게 다가왔던 것일까? 그것이 세영은 오랜 의문이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말을 잘못해 관계가 깨어질까봐 지금껏 그 의문을 물어볼 수 없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태양과 가까워지기 위해서일까?"

"……뭐?"

씨익 미소 짓는 소은과 황당한 표정을 짓는 세영.

"그건 또 무슨 질 나쁜 농담이야?"

"어이, 소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참으며 말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섬세한 소녀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잖아."

"누구를 때리기 위해서 가슴까지 뛰며 흥분을……아야야, 내가 잘못 했어. 그러니 제발 팔, 팔 좀……."

팔짱을 가장한 관절기에 세영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사과했다.

"흐흥, 소녀의 순정을 놀리면 쓰나."

소은은 팔에 준 힘을 풀었다. 팔짱은 그대로 낀 채였다.

"순정은……아니, 부디 계속해줘."

또다시 태클을 걸려던 세영은 돌변하는 소은의 눈빛을 보며 말을 멈췄다. 목숨은 하나였던지라 모험을 하지 않고 소중히 할 수밖에 없었다. 순순히 굴복하는 세영을 보며 소은도 광폭한 눈빛을 거두고 피식 웃은 후 말을 이었다.

"하루하루 꿈도 없고 의미도 없이 살아가던 나에게 있어서 넌 빛이 났다는 거야."

"……내가?"

"넌 너의 꿈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잖아. 너처럼 모든 것을 걸고 달려가는 사람은 처음 봤었거든."

세영은 자신의 삶 모든 것을 소설을 쓰는 것에 맞추고 있었다. 주위의 사소한 사건, 학창 생활, 자신이 겪는 좋고 나쁜 경험 그 모든 것이 소설의 소재였다. 수업에 집중하진 않았고, 주위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진 않았지만, 언제나 사색에 빠져 있었다.

"마치 너 혼자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널 보자니 내가 좀 한심하게 보이더라."

세영을 알고 난 이후로 소은은 불량하고 폭력만 가득한 자신의 삶을 버렸다. 세영처럼 무언가에 몰두하고, 꿈을 찾아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세영이 계기였기에 그와 가까워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세계?"

"응."

반짝거리며 빛이 나는 소은의 시선을 피하는 세영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 그녀의 시선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래, 그건 맞을 지도 몰라. 하지만……."

세영은 여전히 소은의 시선을 피한 채로 그녀의 팔을 뿌리쳤다.

"앗, 세영아?"

"먼저 갈게."

깜짝 놀라는 소은을 뒤로하고 세영은 먼저 걸음을 옮겼다. 충분히 따라잡을 수도 있었지만 소은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보느라 제자리에 서 있었다.

"……쿠쿡."

교실로 향하는 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기분 좋음이라는 단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 자기혐오가 섞인 어두운 웃음이었다.

'날 그렇게 봐주는 건 고마워. 네가 그런 생각이었는지 전혀 몰랐었어. 하지만.'

드르륵!

닫힌 교실 문이 열리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시선은 세영을 피해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마치 그 혼자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

눈을 내리깔며 그들을 훑어본 후 세영은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뒤이어 교실로 들어오는 소은의 시선을 피하며 그는 책상 위에 엎드렸다.

'힐데.'

세영은 마음속으로 힐데가르트를 불렀다. 쉬는 시간이 되자 귀신처럼 사라진 그녀였으나, 사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불렀어?」

세영의 어깨 위에 가벼운 무게감이 느껴졌다. 굳이 눈을 뜨지 않아도 힐데가르트의 작은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

「그래? 아까 기초부터 알고 싶다고 했지? 네가 들어가는 세계를 드림 스케이프라고 부르는데…….」

'지금 당장.'

세영은 단호한 생각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뭐, 좋아. 원한다면. 내가 하는 말대로 잘 따라와.」

힐데가르트는 기분 나쁜 기색 하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내가 유도하지만, 다음부턴 혼자서도 할 수 있어야 해.」

'알았으니까 빨리 보내줘.'

「성격 급하긴. 먼저 마음속으로 드림 스케이프, 꿈속 세계로 들어간다는 선언을 해. 네 의식이 모두 사라지더라도 그 선언만큼은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로 강하게. 그리고 온 몸에 힘을 빼. 이완을 하는 거야. 점점 온 몸의 근육의 긴장이 풀려. 네가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지는 거야.」

'…….'

최면을 유도하듯 나긋한 그녀의 말소리를 따라가면서 세영의 의식은 점점 옅어져갔다.




"음, 좋아."

두 눈을 뜨고 깨어난 세영은 주위를 둘러보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 그는 평범한 학교 교실 안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새하얀 눈이 뒤덮인 산속이었다.

"여기가 꿈속 세계, 예의 그 다른 세계가 맞겠지?"

그는 자신의 옷차림을 돌아봤다. 새벽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롱코트와 슈트 차림이었다. 이어 그는 허리를 굽혀 눈이 쌓인 땅을 짚었다. 손이 얼어버릴 듯한 차가움이 느껴졌다. 뒤이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뼛속까지 시린 한기가 들어왔다.

한여름인 현실 세계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추운 날씨였다.

"그런데 갑자기 왜 한겨울이야? 새벽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다른 세계로 왔다는 감격도 잠시, 그는 손바닥 위로 입김을 불며 추위를 달랬다. 꿈속 세계임에도 현실과 마찬가지의 리얼리티는 그의 감각에도 영향을 끼쳤다.

"어우, 추워. 여긴 나의 꿈속이니까 날씨 정도는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겠지?"

세영은 눈을 감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따뜻한 봄의 날씨를 심상화했다. 따뜻한 햇볕과 싱그러운 풀내음이 맡아지는 그런 봄이었다.

"에, 에취!"

하지만 그런 심상화도 추위에 의한 재채기와 함께 깨어졌다. 아무리 날씨가 바뀌는 상상을 해보아도 세계는 그대로였다.

"어어, 왜 안 되지? 안 되겠다, 일단 불꽃이라도 만들어봐야겠어."

그는 이번엔 양손을 모아 그 위로 자그마한 불꽃이 나타나는 상상을 했다. 새벽 꿈속에서 쉽게 했던 작업이기에 당연히 이번에도 금방 불꽃이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찬바람만 쌩쌩 불 뿐이었다.

"뭐지? 아까 잘되던 게 갑자기 왜 안 되는 거야?"

한겨울의 산 속 추위에서 천년만년 서 있을 것은 아니었기에 세영은 덜덜 떨리는 몸을 안고 무작정 산 아래로 내려갔다.

"으으, 추워라. 진짜랑 다를 게 정말 없잖아. 설마 다른 세계라는 건 거짓말이고, 사실은 어디 북극 같은 데 던져 놓은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헤치며 내려가던 세영의 머릿속에서 갑작스레 번뜩이는 단어가 있었다.

"체……험판?"

새벽에 겪었던 꿈의 체험, 힐데가르트는 그것을 체험판이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다. 그리고 지금은 정식판.

"설마 체험판이라고 만랩이었다는 말은 아니겠지? 하하, 아냐, 그럴 리가.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아먹는다고 하던데."

이히히히힝!

세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말의 울음소리. 황급히 뒤돌아보니 그 위에는 눈처럼 새하얀 말이 거친 입김과 함께 천천히 세영의 발자국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잠깐만. 그렇다고 여기서 정말로 설마가 나타나면 안 되잖아. 옛날 개그를 지금 풀어놓는 건……."

이히히히히힝!

설마(雪馬)는 세영의 혼잣말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설마는 거친 울음소리를 내뱉더니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쩌억, 쩌어어억!

그러더니 허공이 갑자기 응결되어 얼음의 길이 생겨났다. 그 길의 끝은 세영을 향하고 있었다.

이히히히힝!

다시 한 번의 울음과 함께 설마는 두두두거리는 발걸음으로 허공에 만들어진 얼음의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반적인 말과는 달리 울음을 내뱉는 입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번뜩였다.

"헉, 설마가 사람 잡아 먹는다!"

세영은 필사적으로 좌측을 향해 몸을 날렸다. 눈이 쿠션 역할을 해줘 다행히 어디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지금은 어딘가 다치거나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힝, 이히힝, 크르르릉!

"하, 하하하."

옆으로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이젠 아예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부딪치는 설마의 식사가 될 뻔했다. 설마는 세영이 갑작스럽게 몸을 날렸기 때문인지 앞으로 나아가는 관성 덕분에 저 아래에서 세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푸른 안광의 설마와 마주하며 세영은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는 다시 허공에 얼음의 길을 만들며 제자리에서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생각하자, 이세영. 여긴 꿈속 세계.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리 없어. 방법이 잘못 된 것일 뿐."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세영은 침착했다. 그건 아무리 리얼리티가 높아도 여긴 꿈속 세계, 자신이 실제적으로 해를 입진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든 법칙이 있기 마련. 그 법칙을 빨리 찾아야 해."

세영이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사이 얼음의 길은 세영의 목 앞에서 멈췄다. 서늘한 한기가 목을 통해 온 몸을 감돌았다.

"단순한 상상으론 안 돼."

잡념을 버리기 위해 그는 두 눈을 감았다. 목 앞의 얼음의 길에서 진동이 느껴졌지만 그는 무시하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히히히힝!

거친 울음소리와 얼음의 길이 울리는 진동이 가깝게 들려왔다. 동시에 세영의 두 눈이 번쩍 뜨여졌다.

"그래, 에너지!"

세영은 얼음의 길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화르르르륵!

그 순간 얼음의 길이 불길에 휩싸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발판을 잃은 설마는 울음과 함께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윽, 뭐지?"

세영은 자신이 행한 이적보다는 몸속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깜짝 놀랐다. 자신의 몸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 생각이 맞는 건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생각하는 것만으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일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 건 당연한 사실. 추상적이지만 세영은 자신의 몸속의 무언가를 대가로 불길을 일으키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불길이 일어났다.

"어쨌든 이제야 뭔가 하는 실감이 나네."

그는 조금 전 몸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감각을 떠올리며 손바닥 위로 다시 한 번 강한 상상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리 없이 불꽃이 솟아올랐다.

새벽에는 그냥 생각하는 대로 불길이 나타나 자신이 이적을 행하고 있단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무언가를 꾸준히 소모하고 있으며, 그 소모된 무언가가 불꽃으로 향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다. 그는 일단 그 무언가를 임시로 에너지라고 여기기로 했다.

"이런 걸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면 재밌겠는데. 아니, 그냥 여기서 평생 사는 게 재밌으려나?"

세영은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고 있는 설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자신의 몸속에서 에너지가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느낌과 동시에 설마가 불길에 휩싸였다.

"으응?"

설마는 일반적인 생명체가 아닌 듯 몸이 타는 대신에 녹아내렸다. 마치 얼음이 물로 녹는 것과 같은 모양새였다.

"이것도 새벽의 그 얼음 괴물과 비슷한 녀석인가?"

여러 의문이 있었지만, 여기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기에 세영은 녹아내린 설마를 뒤로하고 산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계속 불꽃을 만들어냈다가 사라지게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후후, 이것 정말 재밌네."

즐겁게 웃는 세영이었지만, 몸속의 에너지는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있었다.

'이건 다시 충전을 못 하나? 다 쓰면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증은 궁금증으로 내버려둔 채 불꽃을 만들어내는 것을 계속 하자 남아있는 에너지가 간당간당해졌다.

"아차, 만약에 저런 괴물이 또 나타나면……."

에너지를 사용해 이적을 일으킨다면, 에너지가 다 떨어지면 이적을 일으키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세영은 얼른 불길을 꺼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설마 같은 괴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에너지가 다시 충전될 기미가 없었기에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불꽃을 꺼트렸음에도 에너지는 소량이지만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있었다.

"아, 다행이다."

마침 세영은 산을 다 내려왔고, 그의 바로 앞에는 마을이 보였다. 시대적 배경은 옛날인 듯 영화나 만화에서나 보던 중세풍 집들이 모여 있었다.

"응?"

마을 언저리로 다가간 세영은 자신이 내려왔던 산을 뒤돌아봤다. 별다른 의미는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는 산 너머에서 보이는 한 건축물에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지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럼에도 산보다 더 높은 건축물.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올라 있는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몸을 얼려버릴 듯한 한기가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얼음탑?"

그 건축물의 본 세영의 소감이었다. 그 탑에 매료된 듯, 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오랜 시간동안 그 탑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러다가 겨우 그 탑에서 시선을 떼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어라?"

세영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 한참을 걸었지만,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꽤 번창한 마을이었던 것 같았지만,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을 안은 눈이 깊게 쌓여 있었지만, 작은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유령도시인가?"

으스스한 느낌에 세영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다가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인영을 목격하더니 멈췄던 발걸음이 다시 움직였다.

멀어서 정확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숏컷의 초록색 머리카락은 낯익었다.

"하일렌 알프트라움 공주. 역시 여긴 새벽의 연장이었던 거야."

반가운 마음에 세영은 다가오는 인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좀 더 빨리 가려고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속도를 증폭시키기 위해 다리 쪽으로 움직였다.

"하일렌 공……."

그리고 말을 채 모두 내뱉기 전에 에너지가 바닥이 나버렸다.

"어? 어어어?"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시, 싫어. 난 여기서 나가기 싫어. 아직은……."

저항하려던 의지는 소용없이 세영은 의식이 흐려졌다.




"아, 안 돼!"

세영은 비명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가 안 되니? 여기서 미분하면 안 된단 말이니?"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

세영은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붙잡고 주위를 둘러봤다. 적막에 쌓은 교실, 집중된 시선, 그리고 울먹거리려고 하는 수학 선생.

"……선생님이 여기 왜 계세요?"

"오늘 국어 선생님이 아프셔서……가 아니라, 나, 난 네가 오늘은, 오늘만 수업 시간에 자는 걸 허락했지만, 그렇다고 방해하는 건 용납할 수……."

"아, 죄송합니다. 잠꼬대를 했네요."

상황을 파악한 세영은 사과와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집중된 시선을 피해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아, 이게 뭐야.'

달갑잖은 시선을 느끼며 세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덤덤한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창피하긴 했다. 아무리 타인을 신경 쓰지 않아도, 이건 상황이 달랐다.

'뭐, 현실은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그런 창피함보다 지금은 아쉬움이 더 컸다.

'결국 그 에너지는 꿈속 세계에서 머물 수 있는 힘이라고 봐야겠네. 여러 능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꿈속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드는 거고.'

수학 선생은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포기하고 수업을 재개했고, 소은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평소처럼 그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영의 머릿속엔 조금 전의 일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걱정과 좌절, 자괴와 자조가 남는 현실보다는 흥미가 가득한 꿈속 세계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이 에너지가 어떤 건지 알아야 그 세계에서 오래 머물 수 있어. 이건 힐데에게 물어봐야겠어. 그리고 무작정 불길을 일으키는 것보다 효율을 생각하면 기술 같은 걸 만드는 게…….'

"어라?"

세영은 몇 번 눈을 깜빡이더니 눈을 감고 손을 들어 비비곤 다시 눈을 떴다. 창밖에는 평소처럼 운동장이 보였다.

"착각인가?"

그는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전 창밖에 꿈속과 같은 눈 덮인 세계가 보였던 것이다.

"으윽."

세영은 갑작스런 한기에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 느낌은 꿈속과 똑같았다.

"설마."

방금 전 시각과 촉각은 착각이었는지, 지금은 평소처럼 황색의 운동장이 보였고 뜨거운 햇볕이 느껴졌다.

"착각이었겠지."

 
+ 작가의 말 :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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