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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나의 작은 덕후 프렌드 ~덕질은 전염 된다구요?글 S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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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과거는 나에게 컨트롤러를 내민다 - 3
13-06-14 04:12
 
 
3.
 
“어, 어서와. 내 방은 처음이지?”
“우웅. 어쩐지 옛날에 봤을 때랑 다른 거 같아요. 막 뭐가 많고 어둡고 그랬는데?”
“그건 내 방이 아니라 니 언…….”
“언?”
“…제까지 내가 그렇게 살 거라 생각한 거야. 고등학생이니까 당연히 정리정돈 정도는 한다고.”
“그런가요? 뭔가 어른 같아서 멋지네요!”
그런 막 태어난 양 같은 눈으로 날 보지마라. 난 이 짧은 시간 동안 너에게 두 가지나 거짓말을 한 사람이라고. 첫째, 네가 좋아라한 그 방은 네 언니의 방이다. 둘째,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누구나 정리정돈을 생활화 하지는 않는다. 셋째, 성별이 여자인 사람한테 멋지다는 말 처음으로 들었어. 엄마한테도 들은 적 없는데. 크윽…….
뭔 소리래.
“자, 여기 앉아.”
한 번도 쓸 일이 없던 손님용 방석을 두 개를 꺼내 나란히 바닥에 늘어놓았다. 위치 상 으로는 침대 바로 아래 즈음. 침대를 등받이 삼아 맞은편의 TV를 쳐다보는 가장 안락한 포지션이다. 방 안의 상태는 완벽하다. 쓰레기통 같았던 내 방이 이 정도 까지 깔끔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다. (방) 안에 (이차원) 사람 같은 건 없다구요?
어떠냐, 작은 침략자여. 어딜 봐도 평범한 일반 고등학생의 방이지? 라고 의기양양하게 소라를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소라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책장을 가려놓은 테피스트리를 들춰보려 하고 있었다.
“거긴 들추면 안돼에에에에!”
평범한 영화팬임을 어필하는 워즈의 제국군 테피스트리로 위장해 두었건만. 하필이면 피규어 구역을 공격하다니! 부피와 파손의 우려 때문에 이건 도저히 다른 곳에 숨겨둘 수가 없었다고.
쏜살같이 달려가 소라를 번쩍 들어올렸다.
“앗. 보고 싶어요.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단 말이에요.”
손 안의 새끼 고양이가 바둥거린다.
이 녀석 얌전한 줄 알았더니 묘하게 버릇없는 친척 사촌(악마, 레벨99)같은 면모가 있다?!
“뭐가 있긴. 채, 책장엔 당연히 책 밖에 더 꽂혀있겠냐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뒤집혔다. 초등학생에게도 통하지 않을 레벨의 수상쩍음이다.
볼을 부풀리며 귀와 입에 손을 대고 부-부- 뱃고동 비슷한 것을 부는 소라를 간신히 진정시켜 방석 위에 앉혀놓았다. 그거 컨셉이냐?
심장 마비 걸리는 줄 알았다. 실은 지금도 독재국가의 검열위원 같은 날카로운 눈(이란 환각마저 보였다)을 한 소라의 시선이 방 여기저기를 훑을 때 마다 식은땀이 흐른다. 나도 모르게 고해성사를 해버릴 것 같다. 실은…….
완벽하게 정리했다는 건 거짓말이었습니다!
수납공간도 변변찮은 학생 방에 산더미 같은 덕질 물건을 숨길 공간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침대 밑, 벽장 속, 옷장 위, 서랍장 틈새. 그나마 안전하다 싶은 곳에 빡빡하게 우겨 넣었지만 그러고도 한참이나 남은 대부분의 물건들은 방금 전의 저 테피스트리 작전처럼 그냥 적당히 가려놓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 방은 망한 예술가의 작업실 마냥 온통 흰 천으로 가려놓은 집기들 투성이 였다. 이래선 버릇이 있건 없건 한번 들춰보고 싶을 만도 하구만! 방주인이 잘못했네.
아까 전엔 복수니 모든 것을 보여줘서 물들이니 하는 노출증 환자 같은 소릴 지껄였지만 실은 덕후에게 그런 게 쉽게 가능할 리가 없다. 노출이란 단어의 반의어가 있다면 그것이 덕후일 정도로 덕후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한다. 가능하면 남하고 엮이지 않은 채 근근이 살아가는 것을 업으로 삼는 종족이라고. 범죄자 예비군입네 하는 편견어린 주장도 다 헛소리다. 애초에 밖에 나가 남과 부대낄 일 조차 없으니까.
몸의 가죽을 벗어 생살이 보이도록 뒤집어 입고 만원 지하철에 탄 것 같은 기분으로 소라의 눈치를 보아가며 후다닥 구닥다리 게임기를 TV에 연결했다. 다행히 소라의 관심이 곧 게임기 쪽으로 옮겨갔다.
소라가 재빨리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앙증맞은 토트백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줄이 가지런히 잘 말려있는 이 게임기의 컨트롤러였다. 집 앞에서도 한번 봤지만 역시나 자극이 강하다. 구석 한켠에 붙어 있는 빨간 고슴도치 캐릭터의 스티커가 명백히 저것이 누나의 전용 컨트롤러였음을 알려준다. 모 라이벌 게임기 회사의 게임에 나오는 라이벌 캐릭터다. 누나는 저게 늑대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로 저걸 붙이고 다녔다. 그 강한 외모로 새침 거리면서도 결국 주인공을 도와준다는 점에선 닮은 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만. 애초에 저건 늑대가 아니라 고슴도치다. 다른 게임기 게임에 관심이 없었던 결과겠지만 너무나도 의기양양하게 그런 소릴 하는 바람에 누나에겐 차마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더랬다.
“여기요. 이게 저기로 들어가는 거죠?”
“아, 으응.”
추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소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부드럽게 천천히 넣어 주세요. 저에겐 무척 소중한 것이니까요.”
소라에게 컨트롤러를 건네받아 줄을 풀어 게임기의 2P단자에 연결부를 꽂았다. 이 게임기에 두 개의 컨트롤러가 꽂혀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얼마만일까.
애초에 이 아이는 어째서 누나의 컨트롤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소리 누나랑은 얼마나 친하게 지냈을까? 누나는 소라에게 자신의 취미에 대해 얘기 했을까? 갑자기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머릿속의 사고가 사건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들은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언어로 표현해낼 수가 없었다.
전원을 넣고 방석에 앉아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때 컨트롤러를 쥔 양 손의 고리 아래로 뭔가가 쏙 들어왔다. 턱 아래로 부드러운 머리칼의 작은 뒤통수가 보인다. 또 아저씨 무릎위에 앉기, 얍! 이냐.
소라가 살짝 눈치를 보듯 고개를 돌렸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방긋 웃었다.
“너 진짜 붙임성 좋구나. 학교에서 인기 많지?”
나 같은 인간에게도 이렇게 살갑게 구는데 다른 사람들에게야 오죽할까. 그렇잖아도 자기 언니를 닮아서 눈에 확 띄는 미소녀인데 사회성까지 좋다면 남녀노소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도 하다.
“꼭 그렇지도 않아요.”
또, 또 그런다. 겸손하기도 하셔라~ 라고 아줌마 같은 말투가 나올 뻔 했으나. 다소 가라앉은 소라의 목소리를 듣자니 농담을 칠 기분도 안 났다.
“친한 사람도 딱히 없는걸요. 언니를 빼면.”
언니. 소리 누나를 빼면.
둘 다 TV를 쳐다보고 있어 이 아이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맞닿아 있는 작은 등을 넘어서 그 기분만은 희미하게 전달되었다.
그 유일하게 친했던 사람은 이제 여기에 없다.
소라는 기껏해야 초등학생이다. 사실 이 정도까지 예의바르게 행동하려고 할 필요도 없는 나잇대다. 딱히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부분뿐만이 아니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아이에게선 희미한 벽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타고난 성격 탓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좀 더 복잡한 무언가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다. 딱히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나야 그저 이 녀석을 나처럼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고독한 세계로 끌어들이면 되는 거다.
“이건……언니가 남기고 간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이에요.”
번쩍 번쩍거리며 오프닝 화면이 흐르는 동안 소라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손 때 묻은 고슴도치 스티커를 만지작거리는 자그마한 손가락이 어딘지 모르게 애처롭다. 그것은 소리 누나가 게임이 잘 안 풀릴 때 곧잘 했던 버릇이기도 했다.
“처음엔 무얼 하는 물건인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만져보니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이건 언니가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었다는 걸요. 그리고 언니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했던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는 걸요.”
소라가 양 팔을 들어 내 목을 살며시 감쌌다.
“아저씨는……아니, 오빠는 외롭지 않아?”
올려다보는 그 눈빛은 10년 전에 내가 몇 번이나 봤던 그 눈빛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볼 때 마다 당황하고, 매혹당하고, 가슴이 아파오곤 했던 그 눈빛이 다시 한 번 나를 후벼 팠다.
나는 소라가 아닌 과거를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원하는 듯한, 그 당당하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소녀에게로 손을 뻗은 나는…….
“어린애가 못하는 말이 없어.”
“아얏.”
볼록한 이마에 가볍게 춉을 먹여주었다.
“왜 때려!
순식간에 어린애다운 얼굴이 된 소라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노려보았다. 존댓말은 어디 갔냐? 반항적으로 치켜 올라간 눈매하며. 너도 본색은 늑대였구나.
“어린애가 그런 발랑 까진 말 하는 거 아니다. 특히 넌 객관적으로 봐도 예쁘장한 편이니까 아무데서나 그런 말 하면 나쁜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부우. 그럼, 객관적으로 말고 주관적으로 보면 어떤데?”
“초등학생이 예쁘던 말 던 내가 알바 아니지. 난 너 같은 어린애보다 플러스 10년 한 나이에 나이스바디가 취향이라고.”
소라 고동 소리가 점점 커진다.
“외롭지 않아? 오빠 친한 사람도 없잖아! 보면 알아, 오빠의 눈은 친구가 없는 사람의 눈이야.”
“그런 건 모니터 속에 얼마든지 있다.”
“우웅? 모니터?”
“게임 시작한다.”
“앗, 그렇게 빠져 나가기야?”
“아이템 먼저 먹는다.”
“치사해! 어른은 치사해! 이거 뭐야? 어떻게 움직이는거지? 꺄아, 뭔가 꾸물거리면서 다가와. 오지마, 오지마! 앗, 나 죽어버렸잖아!”
자꾸만 죽어나가는 캐릭터를 보는 것이 어지간히 분했던지, 소라는 나중엔 아예 자기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내 조작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이러고 있으니 확실히 기억나네. 너랑 게임 했을 때가.”
“오? 진짜?”
“응. 그때도 같이 게임을 한 다기보단 이렇게 내가 하는 걸 네가 멋대로 ‘우-아-(^q^)’거리면서 방해하는 쪽이었지.”
“난 그런 바보 같은 소리 낸적 없엇! 그 문자는 뭐야! 그렇게 침 흘린 적도 없어!”
얼굴이 새빨개져라 빽빽거리는 것을 보니 이제야 좀 저 나이 또래 애들 같아 보인다.
“애기니까 어쩔 수 없잖아. 날 때부터 요조숙녀로 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그 시절엔 기저귀에다 실…….”
“어어어어른이 못하는 말이 없어!”
“크헉!”
강력한 외과수술 급의 펀치가 내 복부에 내리 꽂혔다. 과연 늑대의 동생다운 좋은 펀치다. 초딩일 때 정도로 아프진 않지만.
그렇게 한참을 티격태격해가며 우리는 게임을 했다. 소라는 웃고 소리 지르고 짜증내다가 컨트롤러를 바닥에 내던지거나 하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중도포기하는 일도 없이 상상이상으로 게임에 빠져 들었다.
내 캐릭터는 오랜만에 파트너 캐릭터를 맞이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들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캐리의 ㅋ자도 모르는 초등학생 여자애가 전력으로 가세한다고 해서 이 미치도록 어려운 게임이 그리 쉽게 함락 될 리는 없었다.
정신없이 터져나가는 폭죽 화면을 보고 또 보며, 우리는 이유도 없이 그저 게임을 했다.
 
*   *   *
핑퐁.
그게 아니야. 거기선 B버튼 대시 후에 뒤에 있는 블록을 노려야 한다고.
핑퐁 핑퐁.
자, 여기 아이템 남겨놨으니까 와서 먹어. 발밑에 구멍 조심…. 야, 떨어지면 어떡해!
핑퐁 핑퐁 핑퐁.
큭. 조금만 더 갔다면……. 드디어 마왕성의 붉은 늑대를 쓰러뜨릴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주저앉고 마는 것인가! (장면#99. 게임오버 화면으로 전환한다)
핑퐁 핑퐁 핑퐁 핑퐁 핑퐁 핑퐁 핑퐁 핑퐁 핑퐁!
아, 진짜 시끄러! 알람 왜 울리는 거야. 오늘은 휴일이잖아!
“오늘은…휴일…….”
주섬주섬 핸드폰을 찾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알람음이 아니다. 현관벨 소리다.
둘째 주 휴일. 현관벨이 미친 듯이 울림. 현재 시간, 오후 12시 10분.
방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1층으로 뛰었다. 계단에서 구르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정신없이 현관으로 향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그 녀석이다. 깜빡 잊고 있었어.
벨 소리가 대략 50회를 넘어가려는 즈음 현관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양 손에 식료품이 가득한 장바구니를 든 휴일의 침공자, 최빛나가 서 있었다.
학교에서와는 달리 화장기 없는 까무잡잡한 민낯에 세팅도 하지 않은 머리를 뒤로 대충 묶어 넘긴 모습이다. 오히려 짜증을 넘어 아무 말도 없이 노려보는 게 엄청 무섭다.
“……야, 너. 죽을래? 지금이 몇 시야.”
“여, 열두 시…”
“내가 어제 뭐라 그랬어. 알아서 준비해 놓으라 그랬지. 그랬어 안 그랬어.”
“그랬어…엇습니다.”
막 일어나 정신도 없고 할 말도 없다. 그저 이 무서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 이다.
“들어.”
“응?”
“장바구니. 무거우니까 들으라고.”
“아, 으응.”
황급히 빛나가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전해 들었다. 안에 고기며 채소며 먹거리가 엄청나게 들어있다. 사이사이로 주방세제며 청소용품도 끼어있었다.
바구니를 주방으로 옮겨 놓는 사이 빛나가 어느새 거실로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눈초리가 험악하다.
“아니나 다를까 개판이구만. 내가 손쓰기 전에 니가 알아서 좀 해놓으라고 몇 천번을 말하냐. 엉? 내가 니 하인이야?”
……칫, 그렇게 싫으면 안 오면 되잖아.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뭐?”
“고기는 냉장고에 옮겨 놓으면 되겠습니까요?”
나 너무 약해.
노는 날이라는 경사스런 날에 어째서 이 꼴도 보기 싫은 녀석이 우리 집에 있느냐 하면. 말하자면 길다. 하지만 아무튼 결코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밝혀둔다. 애니가 아니라고.
“후우. 꼴을 보아하니 청소부터 시작해야겠네. 그거 옮겨 놓고 있어. 니 돼지우리부터 치운다.”
“으응.”
빛나가 틱틱 거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
하아. 싫은 소리는 되도록 듣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담. 애초에 어제 게임하느라 늦잠만 자지 않았어도.
…잠깐만.
……게임 하느라?
………누구랑?
…………
“잠깐마아아아아아아안! 빛나씨 기다려봐, 내 방은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
큰일이다. 위험해. 여러모로 위험하다고!
2층으로 오르는 길이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 새끼발가락이 층계에 부딪힌 것도 무시한 채 2층 복도를 달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빛나가 내 방 문을 연채 굳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방 안에는.
커다란 내 티셔츠를 입고선 내 침대 뒤에서 자다가 막 일어난 초등학생 여자애의 모습이 있었다.
“우웅.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저씨.”
기분 좋아 보이는 기지개와 함께 천사 같은 미소를 보내오는 소라가 있었다.
왜 그런데서 자고 있냐고오오오오!
끝났다. 여러모로 끝났다.
한동안 석화 상태에 걸려있던 빛나가 언뜻 “소리 언……?” 운운하는 것도 같았지만 제대로 들을 경황이 없었다.
이윽고 바로 옆에서 쿠구구구구구 라는 효과음이 들려왔다. 초등학생 때 한번 본 이후 최고로 무서운 미소를 보내오는 빛나 앞에서 나는 그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 이거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 보실까?”
 
+ 작가의 말 : 리빙포인트 : 덕질을 할 때는 문을 걸어잠그고 방을 어둡게 한 후, 모니터에 바짝 붙어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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