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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징크스 리그글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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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 am happy
13-05-23 18:20
 
 

-1-


성유현은 꿈을 꿨다.

눈을 떠보니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염불을 들으며 높은 곳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공손히 절을 했다. 유현은 마치 붕 떠오르듯, 봄바람이 살랑 불어 오는듯한 좋은 기분을 느꼈다.

하핫, 어딘가의 왕이라도 된 건가? 좋은 길몽인데! 하지만 그건 착각 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그들이 절을 두 번째 하고 있을 때였다.

“허억! 헉, 헉, 기분 나쁜 꿈을 꿨어.”

강제 성불하기 직전에 잠에서 깨어난 유현은 거칠게 숨을 내 뱉으며 주위를 돌아봤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입학 일주일 전에 배정받은 고등부 기숙사의 방이었다.

박스로 밀봉된 짐은 그 주인의 게으름 때문에 일주일동안 빛을 쬐지 못 하고 널부러져 있었다.

유현은 안도했다. 아무래도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어? 깨어났네?”

유현의 침대 옆에서 향을 피우고 염불을 외고 있는 소녀만 빼고.

“한소연, 원인은 너였냐!!!“

유현은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가 자고 있는 옆에서 제를 지내고 있으면 놀라 벌떡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침대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시점의 소연은 ‘아침의 신비’를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

소연은 그대로 스트레이트를 꽂았다.

“끄윽!”

유현은 가랑이사이를 움켜쥐며 무너졌다.

“뭐, 뭘 보여주는 거야! 변태!”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지만 유현은 간신히 영혼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했다. 겨우 안정을 되찾은 유현이 입을 열었다.

“무슨 짓이야!”

소연은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붉혔다.

“그, 그런걸 보여 주는 게 잘못이야, 순수한 내 마음에 상처 입잖아!”

“산사람에게 향 피우고 제를 지내는 주제에 순수? 오히려 더 무섭잖아! 이제는 완전히 보낼 생각 이냐?!”

“난 재액(災厄)을 쫓는 의식을 했을 뿐인데?”

“그 의식 때문에 불길한 꿈을 꾸고 성불 할 뻔 했는데도?”

그 말에 소연은 손가락을 꼽으며 무언가 계산 하는 듯하더니 핫! 하고 깨달은 듯하다가 금세 평소의 표정으로 바꿨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어물쩍 넘어갈 생각이냐!”

“실수잖아 귀여운 실수. 그래도 가끔씩 도움이 되거나 하지 않아?”

"않아. 애초에 챙겨준답시고 제대로 한게 없잖아."
"배가 불렀네, 그래도 널 챙겨주는 건 나밖에 없잖아. 입학식에 늦지않게 깨우러 오기도 하고. 소꿉친구로서 이만한 사람도 없다구.”

“젠장 내 인생은 어렸을 때부터 꼬여 있었단 거야?!”

“그 말 무슨 뜻이야?”

소연이 주먹을 말아 쥐자 유현은 금세 꼬리를 내렸다.

“농담이야, 농담.”

소연은 미심쩍어 하면서 가지고온 제기를 챙겼다.

“난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준비하고 나와.“

“알겠어.”

문을 닫고 나가는 소연의 뒤를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본 유현은 중얼거렸다.

“무서운 녀석.”

소꿉친구란 존재는 원래 이렇게 귀찮은 것인가. 어렸을 적부터 친구 그 이상으론 발전된 적 없는 이성이란 미묘한 관계는 그들 에겐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다. 서로 농담하고, 욕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관계에 감정이 끼어들 틈이 있겠냐.

유현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에 표시된 시간은 8시 16분, 입학식은 10시로 알고 있다.

“너무 이르잖아. 전날 잠 못 이루는 초딩도 아니고.”

유현은 가지고 온 짐 중에 유일하게 정리한 TV를 습관처럼 틀고는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도시의 풍경과 함께 밀려들어온다.

6개의 대학과 수십개의 중,고등학교가 들어서 있는 거대한 학군. 외부에서는 여기를 '징크스 리그'라고 부른다.

이곳의 교육수준과 교육환경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규분포 0.0027%의 강한 징크스를 가진 사람과 징크스 연구원으로 키울 전국의 수재들 만이 징크스 리그에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징크스 리그에는 학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징크스 연구소, 연구소와 연계한 기업이 들어서 있어 '징크스 밸리'라고도 불린다.

기숙사 아파트단지를 지나 구역의 중,고등학교, 공원, 그리고 중심시가지의 고층빌딩이 보이는 풍경은 이곳에선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어제보다 2도 가량 낮은 평균 기온을 보여 선선한 날씨입니다.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가 예상됩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일기예보처럼 오늘 날씨는 더없이 화창했지만, 유현으로선 그 평범한 일기 예보를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우산... 챙겨야하나?”

자신의 징크스의 위력을 봤을 때 이 날씨에 느닷없이 쏟아지는 폭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아니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다. 이놈의 세상과 징크스는 유현에게 평범한 일상을 부여 해 준적이 없었으니까.

그 때문에 이곳 징크스 리그에 잇는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지만.

어쨌든 유현은 우산을 챙기기로 했다. 혹시 비가 오지 않는다 해도 챙기지 않았다가 비를 맞는 것 보단 나으니까.

유비무환. 그것이 유현이 징크스를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2-


눈은 세상을 티 없이 깨끗한 흰색의 무대로 만든다.

단지 수mm의 지름을 가진 물방울이 얼어붙은 것일 뿐인데, 그 물방울이 눈이 되어 지상에 내려와 쌓일 때 지상은 더러움도, 추함도, 모두 덮여 순수함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니 눈은 작은 기적이라고 불릴 만하다.

는건 제3자의 시선이고, 당사자의 입장에선 눈보라치는 저 광경에 낭만 따윈 없다.

그리고 그것이 예기치 않은 폭설이라면 더더욱.

갑작스런 폭설로 당황하는 사람들 속에 지금의 광경을 허무하게 바라보는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흰색 와이셔츠에 군청색 바지 등 특색 없는 남자 고등학생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소년은 유현 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의 소녀는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니트를 겹쳐 입고 체크무늬 스커트를 입은, 역시 평범한 여자 고등학생의 교복을 입었지만 특이하게도 뭔가 주술적인 의미가 있어 보이는 아이템(네잎클로버펜던트, 머리의 일부를 묶은 붉은실, 허리춤에 달아놓은 말발굽, 터키석이 박힌 팔찌등) 으로 치장 하고 있었다. 아니, 이 정도라면 무장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유현은 불안한 듯, 눈보라 치는 광경과 소녀를 번갈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소연아 이건......” “이제 봄인데.”

소연이 말 할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올라왔다.

“그, 그러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소연은 유현의 말에 대꾸 하는 대신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저 날씨 어쩔 거야! 어쩔 거냐고!”

“으켁, 그걸 나한테 뭐라고 하면......”

“넌 옛날부터 그랬어. 너 때문에 몇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넘겼었어!”

아마도 지금의 상황이 소연으로 하여금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 모양이다.

“스키장에 놀러 갔을 때만 해도 화창했는데 네가 오자마자 날씨가 바뀌어서!”

“그, 그랬나?”

“기억이 안 난다 이거지!”

소연은 유현의 허리를 잡고 저먼 스플렉스를 시전 했다. 뒷통수와 등에 느껴지는 충격으로 유현은 강제 주마등으로 진입했다.

그 덕에 스키장 사건을 기억 할 수 있었다. 3일 동안 조난당했던 그 기억을.

“기억났어! 기억났다고! 주마등이 내 기억 세포를 일깨웠어!”

이어서 샤프슈터를 시전 하려던 소연은 그제야 잡고 있던 유현의 다리를 놓았고, 유현은 뇌수가 출렁 거리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네 녀석의 징크스는 어째서 이렇게 스펙타클 한 거야!”

하지만 그 나름대로 변명은 있다.

“난 숨쉬고 살아있는 것 밖에 한 것밖에 없어.”

엄밀히 따지자면 지금의 사태는 유현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진 징크스 때문 이었다.

징크스란 것은 인과를 무시하고 일어나는 강력한 현상이니까.

“그렇구나, 네가 살아 있기 때문이구나. 그렇담 당장 네 존재를 지워버려!”

“그 정돈 아냐!“

옛날부터 이런 식으로 싸우긴 했지만, 이번엔 유현에게 조금 상처가 됐을지도.

“그러는 너도 기본적으로 운이 나쁘잖아.”

징크스 리그에 있는 학교에 입학했다는 것 부터가 소연 역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안주거든. 오히려 ‘행운의 아이템’만 있으면 그날 하루는 무적 이니까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소연의 말대로 그녀가 가진 징크스는 평소에는 일반인보다 강한 불운을 뿜어내지만 매일 바뀌는 ‘행운의 아이템’을 지니게 되면 그날 하루는 그 어떤 외부간섭(물리적이든, 주술적이든)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무적이 되는 것이다. 이름하여 ‘행운의 아이템 징크스’ 소연이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물건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이유도 그녀가 가진 징크스 때문 이었다. 참고로 그날의 행운의 아이템은 소연이 점을 쳐서 알아낸다.

“그래서 오늘의 아이템은 뭐야? 또 ‘붉은 용의 비늘‘ 같은 황당한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런 게임 아이템 따위.”

유현은 얼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소연이 점을 쳐서 나온 오늘의 아이템이 ‘붉은 용의 비늘‘이라는 게임 아이템이었다.

당연히 현실에서 찾을 수 있을 리가 없기에 소연은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게임에서는 불운이 먹히지 않는 건지 만렙 계정 다수를 보유하고 있던 유현이 아이템을 구해 줬던 것이다.

“그러면?”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아이템 구해주기 위해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뜻이자 유현은 귀찮은 일을 덜었다는 표정이다.

그때 지하철역에 방송이 흘러 나왔다.

-알려드립니다. 금일 예정되어 있던 제7구역 고등학교 입학식이 기상 악화로 인해 다음날로 연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금일 예정되어 있던......

이런 럭키 찬스가!

전화위복, 새옹지마란 이럴 때 쓰는 말이리라. 유현은 한 번도 경험 해본 적은 없지만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은 느낌이 이런 것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소연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학교 공지사항을 확인했다. 폰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온갖 주술적인 의미를 지닌 스트랩이 눈에 띈다.

“아아, 결국 연기 했구나. 이게다 너 때문이잖아.”

“좋은 거 아냐? 하루 더 쉬게 됐잖아. 이렇게 된 김에 기숙사에 들어가서 부족한 잠을 자볼까.”

유현은 벌써부터 하루 더 유예된 방학을 즐길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게임 뿐이지만.

“무슨 소리야 나랑 같이 쇼핑몰에 가야지.”

“뭐? 내가 왜?”

“시끄럽고, 어쨌든 따라와.”

유현은 성급하게 마음을 놓은 것에 대해 후회했지만 오늘 하루 노는 건 변함없기에, 자신도 사둬야 할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니 오전 정도는 소연과 어울려 줘도 되겠지 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이건 안일한 생각 이었고, 지금까지의 불운이 전조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그 였다.


 
+ 작가의 말 : 수정완료

노블B 13-05-29 16:50
답변  
1주차 마감일이 이번주 목요일(5월 30일)입니다. 연재 확인 부탁드립니다.
     
c= 13-05-30 18:47
답변  
연재 완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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