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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제10기 1챕터의 승부 원고 접수가 모두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업로드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가 행해집니다.
 
불완전연소된 달빛글 mo아일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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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ㅡ 소금 장례
14-12-14 21:27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소년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웅성거리고 소란스러운 마을의 돌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범벅이 되 미끄러진다. 쏴아아, 끝없이 고막을 두들기는 가느다란 백색소음과, 바로 옆에서 요란스럽게 흥정을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겹쳐흐른다. 사소한 풍경이었다.

올려다본 잿빛하늘에는 해가 보이지 않았다. 장마철이 시작된지 고작해야 한달도 되지 않았건만, 하늘은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듯, 우중충한 짐승의 혓바닥같이 눅눅했다.

"왜 그러십니까"

뒤쪽에서 작지만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음색과 어조는 느릿했지만, 그 안에 담긴 분위기는 '재촉'이었다.

"...아니요. 계속 가죠"

소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쪽에서도 잠시뒤 둔탁한 발걸음소리가 뒤따라왔다. 하나가 아닌, 여러개의 발소리가 겹친 땅울림이었다.

드르륵 거리며 말 두마리가 끄는 마차가 소년의 옆을 지나간다. 짐 실은 수레의 바퀴가 덜컹거리며 그의 갈색 로브에 물을 튀겼지만, 그런건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우산도 없이 계속해서 비를 몸으로 받고 있는데, 그런 잔물 쯤이야 모기보다도 가벼웠다.

꺄르르거리며 빗속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그런 얘들을 쫒는 어머니. 조심스럽게 시장 물품을 옮기다가 발을 헛딛고 와장창 그것들을 쏟아버린 꼬마여자애. 곧이어 들리는 상인의 고함소리와 깔깔대며 그것을 놀려대는 동네 조무래기들.

계속해서 걷는 소년의 주위는, 우중충한 장마철, 매일같이 볼수있는 시장의 일상으로 가득차있었다.

역시, 지겹네. 소년이 표정없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매번 지나가는 풍경을 스치며 자이프가 준 지령을 따르기 위해 삼거리 교차점으로 나아가던 어느 순간이었다.


"이쪽, 이쪽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갑자기, 소년의 뒷목 부분을 움켜쥐고는, 뒤쪽에서 사내가 굳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지러운 시장통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물론, 귓가에대고 말한 탓도 있었겠지만.

"....."

소년은 슬쩍 고개를 돌려 사내를 쳐다보았다. 별 특징없는 갈색 머리는 아무렇게나 길러져있었고, 별달리 또렷한 인상을 받을수 없는 얼굴에는 감정이 없었다. 물론 그 뒤쪽에 나머지 4명의 사내들도 마찬가지. 이곳 마을의 어디서나 볼법한, 그저 건장한 장정들이었다.

아무말 없이 소년이 사내를 올려다보자, 사내가 조그맣게 입을 열며 말을 꺼냈다.

"대로변을 통해 목적지까지 가는건 좋지 못한 방법입니다"

까딱하면 목격자가 생길수도 있으니까요. 사내가 음울하게 덧붙이며 손가락을 세우고는 그들이 서있는 도로의 구석을 가르켰다. 사과를 파는 상인의 좌판 옆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샛길의 입구가 보였다. 더러운 천조각이 눅눅하게 젖은채 시체처럼 메달려 있었다. 아마 창녀촌으로 들어가는 구멍일것이다.

"여기서 부터는 저희들이 안내하겠습니다"

"....."

소년을 대답을 하지 않은채, 묵묵히 주변을 살폈다. 말이 끄는 마차는 끝없이 그들 주변을 지나가며, 간혹가다 멈춰서 물건을 좌판쪽에 내리고는 대금 계산을 하기도 한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마을 주민들의 발걸음 소리가 어지럽지만, 그만큼 혼잡한 시장속에서 그들 6명에게 관심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적었다.

끄덕ㅡ 소년이 고개를 위아래로 한번 흔들자, 그제야 사내는 잡고있던 소년의 목을 놓고 그의 앞으로 걷게했다. 소년의 뒤쪽에서 걷겠다는 의미같았다.

그와 동시에 사내가 눈짓을 하자, 다른 한명의 남자들고 슬그머니 소년의 뒤쪽으로 다가와 말없이 붙어섰다. 

"그러면, 가시지요"

착ㅡ 비에젖은 소년의 로브를 살짝 손바닥으로 치며, 사내가 억양없이 중얼거렸다. 소년은 말없이 땅을 보며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앞서 걷는 세명의 사내가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며 앞서 사내가 가리켰던 샛길쪽으로 하나 둘 들어가고

소년이 따라 들어가기 직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말 그대로 티없이 흐린, 단 한 톤의 명암차이도 없이 깔끔하게 뚜껑덮힌 회색하늘이 불안한듯 흔들거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가져온 와이어는 13M, 15구경 아이버 탄환 3발, 고정식 간이 도르래 1개, 나트륨 비검 5개

허리에는 평소 쓰던 이시모프형 군용장검 한자루

검신 930mm, 철제 가드 69mm , 손잡이는 102mm 


소년은 챙겨온 장비들을 속으로 되뇌이며, 동작을 정지했다.

뒤좁은 골목길에는 구토물과 음식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나마 비춰내렸던 흐린 햇살은, 골목 위쪽에 널려있는 누더기들에 막혀 심해속 처럼 희미하다. 이미 인적은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수도 없는 길. 쓰레기 봉투만 한 가득한 구석에 고양이 한마리만 허공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눈치 채신듯 하군요"

뒤쪽에서 남자가 희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년의 앞에서 느릿하게 걸어가던 사내 3명도 그 말에 뒤를 돌며 굳은 표정으로 소년을 내려다봤다.

5명의 덩치큰 사내와 한명의 소년만으로 가득찬듯 보이는 좁다란 골목길. 후두둑 거리며 위쪽에 넝마처럼 걸려있는 천조각들이 비 맞는 소리를 내며 가느다랗게 비명을 지르는것 같았다.

"아니, 저능아라도 이게 잘못된건지는 알겠지"

비에 젖어 흐트러진 검은색 머리를 정돈하며, 소년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회색 벽돌로 만들어진 담이 2미터도 넘게 세워져있었다.

"설마, 다같이 저걸 넘자는건 아닐거잖아. 그렇지?"

씨익ㅡ 소년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자, 아까부터 소년의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사내도 험상굿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말이 빠르겠군"

이제는 경어체도 쓰지 않고, 사내가 슬그머니 허리춤에 걸려있던 손도끼를 뽑아쥐며 말을 이었다.

"원망은 멍청한 네 브로커에게 해라. 물론, 그럴 자리도 만들어주겠다"

저 좆같은 하늘위에서 말이지. 남자의 중얼거림에 소년의 눈썹이 살짝 오므라들었다.


쓰으윽, 쓰으윽, 거친 쇳소리가 좁다란 골목을 가득 메워넣는다. 소년의 앞뒤를 둘러 싸고 조금씩 거리를 벌리며 남자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무기를 꺼내드는 소리였다. 방금전 사내와 같은 도끼도 있었고, 짧은 검도 있었으며, 겸형을 그리며 휘어진 단검도 보였다. 

계속해서 맴도는 악취와 함께, 희미한 쇳내음이 소년의 코를 간질인다.

그리고 그 냄새에, 소년이 실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59시간, 102시간, 68시간, 64시간....그리고, 하나는 10시간도 안되네"

"....?"


아까부터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슬쩍 인상을 쓰며 소년을 바라봤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냐는 사내의 의아스러운 침묵에, 소년이 웃으며 말했다.

"새로 바꾼 도끼, 마음에 드세요?"

10시간도 안됬으면, 피한방울 안묻혔겠는데. 소년이 입꼬리를 올려며 사내의 손도끼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ㅡ"


ㅡ예고도 없이 시작되었다.


찰캉ㅡ 빗소리를 사이를 뚫고 들리는 맑은 쇳소리. 그와 동시에 소년의 로브가 우산처럼 펴지고는, 바람개비처럼 돌아간다. 펄럭이며 공중에서 흐느적 거리는 갈색 로브밑에서, 검은색 앞머리 사이로 소년의 눈이 빛났다.

".....!?"


가장 첫 순번은 양손에 단검을 쥐고 있는 사내였다. 소년과 두발자국 떨어진 그 사내가 멍하니 입만 벌린채, 튀어나갈듯한 자세로 로브밑에서 웅크리고 있던 소년의 눈동자와 마주치기를 0.89초. 고개를 숙인채 싱긋ㅡ 소년의 입가에 미소가 서리는 시간이 0.13초, 손톱만큼 뽑혀나온 소년의 장검, 그 손잡이를 쥔채 빗방울 보다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간것이 0.31초

화살처럼 날려진 소년의 신형과, 그의 손이 반달보양으로 흔들리며 추진형 발검식을 취한것이 0.53초

서걱ㅡ 소리와 함께 가느다란 파공음, 그리고 관성에 의한 소년의 재 도약이 있기까지 1.04초

그와 0.1초 차이로

털썩ㅡ 둔탁한 소리를 내며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는 머리.

도합 3초


잘팍, 거리며 소년이 신발 바닥을 땅에 대며 빗물을 털었다. 그리고 살짝 숙여진 허리를 피고는 자신의 밑에서 힘없이 놓인 사내의 머리통위로 발을 올렸다.

"아마추어 주제에"

히죽대며, 소년이 비웃는다.

"....."

남은 4명의 사내가 침묵했다. 방금전에 일어난 일을 쫒기조차 하지 못하는 그들의 눈에는, 경악밖에 새겨져 있지 않았다.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쥐고 있던 손도끼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특별명'을 받고 이 마을에 도착해 처음으로 산 물건. 빗물에 젖어 광택까지 나는듯한 그것을 잠시 보다가, 그가 소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냄새만 맡고?"

맥없이 흘러나오던 사내의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소년이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서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다.


흠칫ㅡ 몸을 떨며 뒷걸음질 치는 사내들. 그런 그들사이로 흐릿한 그림자를 그리며, 소년의 몸이 검과 함께 움직였다.


두번째는 겸형 단검을 든 사내

비명을 지를듯한 표정을 한채 발걸음을 돌려 뛰쳐나가려는 그 길앞에, 소년의 검이 단두대 처럼 드리워져있다. 

"....억!"

적어도 20년 이상 살아왔을 사내의 인생이 그 단말마와 함께 끝났다. 목 아래의 임파선을 따라 편도까지 거칠게 잘려나간 사내의 목에서 샴페인 처럼 핏줄기가 뿜여져 흐른다. 실 끊긴 인형처럼 비틀대며 무너지는 사내의 몸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소년이 정면 기준 258도 전신을 회전. 오른발을 땅에 붙이고, 단 한 호흡의 흔들림없이 전환된 방향으로 뛰쳐오른다.

다음 순서는 사내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오래된 무기를 가지고 있는 남자. 리더인 사내가 들고 있는것 보다는 살짝 커보이는 도끼가 빗물을 받아마시며 떨고있다.

ㅡ102시간이나 썻는데 아직까지 무게파악도 못 끝냈잖아


한심해. 소년이 투덜대며 왼쪽다리를 피며 바닥을 찬다. 어정쩡한 자세로 겁먹은 표정을 짓고있는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를 넘어 지척.

소년은 빨래짜듯 몸을 틀며 검을 쥐고 있는 오른손을 사선으로 뻗는다. 아무런 장식없이 매끈한 직선형의 장검이 사내의 큰 턱 아랫부분으로 들어간다. 멈추지 않은 소년의 몸은 키가 큰 사내의 옆구리 부분을 그대로 지날듯 스친다. 마치 겨드랑이 아랫쪽에서 어퍼컷이라도 넣을듯한 자세 그대로, 소년이 자신의 손목에 있는 힘껏 스냅을 걸고

서걱ㅡ 얼굴에 씌인 가면을 벗겨내듯, 아직까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있던 사내의 턱, 입술, 인중, 코, 눈, 이마가 0.02초 간격으로 잘려나가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기술로, 다른것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그의 힘으로만 개발해낸 살수였다.


투두둑 거리며 땅바닥으로 무언가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빗소리에 엉켜 지저분하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채 서서히 고통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인 사내가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그의 옆쪽을 이미 스쳐지나가 그의 등뒤쪽을 점하고 있는 소년보다 빠를리가 없었다.

찌꺽ㅡ 거리며 마치 하수구 물빠지는 소리가 큰 덩치의 상체중앙에서 새어나왔다. 질질 흐르며 빗물에 섞이는 피. 목욕탕의 호스처럼 피를 따라넣는 소년의 검은 사내의 등뒤쪽에서 부터 심장을 뚫고 500mm이상이나 사내의 가슴팍을 뚫고 앞쪽으로 나왔다.

개구리처럼 사내의 등뒤에 붙은채 다리를 모으고 있는 소년이, 표정없이 힘을 주며 뒤쪽에서 부터 박아넣은 검을 뽑자, 왈칵 쏟아지는 핏줄기가 오갈데 없는 대동맥의 구멍으로부터 일파만파 비산한다.

이미 생기를 잃어버린 사내의 눈. 힘없이 쓰러지려는 사내의 등을 지지대 삼아, 소년의 몸이 앞쪽으로 쏘아진다. 마치 수영장의 벽을 밀고 추진을 얻는 동작과 같이, 방금전 까지 사내의 등뒤에 붙어 검은색 머리사이로 검은색 눈동자를 쏘아대던 소년의 몸이 순식간에 흐릿해지며 다음 목표를 향한다.

장검을 든 사내는 그나마 경계자세를 취하며 검을 사선으로 기울였지만, 그와 동시에 힘없이 떨어져 내리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해야만 했다.


분명 검을 세워 자세를 취하려 했는데

힘을 줄 부위가 이미 없었다.

".....?"

슬그머니, 그는 자신의 팔을 들어올려 무슨일인지 확인하려 했고

그순간 눈 밑부분에서 번쩍이는 무언가의 바람소리와

화끈거리며 가늘게 목 뒤부분까지 이어지는 통증과 함께, 빙글ㅡ 풍경이 제멋대로 돌며 하늘이, 바닥이, 골목이, 마지막으로 소년의 발이 바로 옆쪽으로 다가왔다.

서서히, 흐려지는 의식속. 

그것이 완전히 점멸할때까지, 사내는 자신이 무슨 상황을 겪고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당신이 리더겠죠"

쏴아아ㅡ 빗방울이 거세진다. 흐리멍텅한 하늘의 흐느낌이 점점 진득해져 가고, 그런 지루한 풍경, 지루한 공기속에서 소년이 낮은 목소리로 마지막 남은 사내에게 물었다. 아직 앳된 목소리였지만, 주변에 널려있는 고깃덩이들과 피웅덩이들을 보며, 사내는 마치 늑대라도 앞에둔 마냥 몸을 떨어야했다.

"분명 이건 함정일겁니다. 아까전 말을 고려해보면 자이프가 공범은 아닌 모양이군요"

소년이 슬쩍 오른손을 까딱이며 검을 털었다. 빗물에 묽어진 피가 나선모양을 그리며 튀어나갔다.

"아마....이렇게 꾀어낼 대상이 저 하나일리는 없겠죠. 이 마을의 '청소부' 모두가 그 대상인건가요?"

소년이 쥐고있던 검을 들어올려 사내를 겨눴다. 표정없는 얼굴. 묵묵히 닫힌 입술. 무언의 협박이었다.

살짝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던 사내가 포기한듯 한숨을 쉬었다. 희미하게 뿜어져나오는 흰 입김이 내리는 빗속에 섞인다.

"....반쯤 맞다. 정확히 말하자면, '별의 기억'을 수송하기전, 거짓 제안을 받아드릴만큼 위험분자를 솎아내기위한 사전작업이었다"

"겨우 이정도 갖고?"

사내의 말을 들은 소년이 살짝 어이없다는듯 웃으며 검을 흔들었다. 긴 타원형을 그리는 검 끝의 궤적이 가느다랗게 허공을 수놓는다.

" '청소부'들 중에는 저보다도 훨씬 뛰어난 자들이 수두룩 합니다. 그런데 겨우 5명?"

얕보면 곤란할텐데요. 소년이 한걸음 사내쪽으로 다가가며 덧붙였다.

".....아직 네가 모르는게 있다"

"....?"

사내가 조금 다급한 기색을 숨기며 간신히 내뱉은 말에, 소년의 발걸음이 다시 멈췄다. 오른쪽 아래를 향한채 늘여뜨려진 소년의 검 끝이 바닥에 닿았다.

"우리들 선에서 끝내는 것이 일단은 가장 이상적이겠지만.....원래 목표는 그 제시된 임무를 받아드릴만큼, 앞뒤 않보고 돈에 미친놈들을 찾는것이었다"

"......"

"위쪽은....우리들을 소모품이라 생각하겠지. 별볼일 없는 '청소부'는 이미 여럿 처리가 끝났을거다. 지금 우리 조 같이 몰살당한 조도 물론 있겠지만....이미 각각 대상에 대한 척결 신호는 상부로 올라갔을테지"

"......"


바닥을 흥건히 칠해놓고 있는 핏방울의 지도가 점점 그 면적을 늘린다. 소년의 신발을 타고, 사내의 신발을 지나, 막혀버린 소년의 등 뒤쪽에서 부터 골목 밖의 하수구까지 천천히 늘어지는 핏줄기.

묵묵히 입을 다문채 소년에게, 사내가 말했다.

"미안하지만.....네 목숨은 오늘을 넘기지 못한다. 곧 '기사'들이 마을에 들이닥칠 것이다"

파앗ㅡ 말을 끝내자마자, 사내가 도끼를 세워올린채 소년에게 달려들었다. 지극히 평범한 동작. 눈 한두번 깜빡여도 달라지지 않는 거리. 긴장감 없는 자세.

슬쩍, 시간을 맞춰 소년은 상체를 비틀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도끼날이 스쳐지나갈 정도만

빈 허공을 가른채 허무하게 바닥을 찍으려는 도끼. 그것을 쥔채 서서히 부릅떠지는 사내의 눈을 소년은 아무런 감정없이 지켜보았다.


ㅡ정말로 조무래기잖아

휙ㅡ 소년이 마치 파리를 쫓는 동작으로 가볍게 오른팔을 쏘아올렸다. 희끄무레한 잔상을 남기며 소년의 검이 벼락을 그렸고, 그 선상에 있는 사내의 쇄골 하단. 그곳에서 부터 늑골, 허파, 기관지, 다시 반대편 허파, 늑골을 찢고 깔끔하게 빠져나오는 검.

철푸덕 거리며 살 뭉게지는 소리가 바닥으로부터 올라온다. 그것에 시선을 주지 않고, 그는 주머니에서 천조각을 꺼내들었다. 저번에 '청소'한 남자의 핏자국은 빗방울에 젖은채 아직 선명히 번들거린다. 그런 천조각을 반 접어 흐르는 빗속에서 검신을 닦는 소년. 뽀드득 거리는 마찰음이 시체 범벅인 골목을 고요하게 가라앉히고 있었다.

소년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흐린 하늘보다는 비에 젖어 축 늘어진 창녀들의 속옷만 늘어뜨려진 위쪽. 계속해서 떨어져내리던 빗방울이, 하늘에서 곧장 내려온게 아니라 속옷을 한번 거치고 내려왔다는, 그런 매스꺼운 사실이 그의 머리속 한켠을 가로질렀다.

ㅡ가볼까

바로 앞 바닥에 흩어진 고깃조각들을 무시하며, 골목을 다시 걸어나갔다. 소년의 비위는 꽤 강했지만, 딱히 봐서 좋을게 없는 풍경을 눈에 넣을필요는 없었다.


<원망은 멍청한 네 브로커에게 해라. 물론, '그럴 자리'도 만들어주겠다>

조금 서둘러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소년이 생각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쏴아아ㅡ 지독한 빗소리가 어두침침한 여관내부까지 스며들었다. 끈적거리는 공기와 눌러붙은 습기로 인해 실내는 찝찝했다.

허리가 반쯤 잘린채 나뒹굴고 있는 시체가 두 구. 둘은 아마 한번에 잘려나갔을 것이다.

목이 뜯겨나간채 거꾸로 뒤집혀 있는 시체는 한구. 팔이 꺽인채 교살당한듯 보이는 시체도 한 구. 볼록 튀어나온 상반신의 가슴으로 봐서는 여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꽤 특이한데. 소년이 중얼거리며 여관 입구를 넘어서 안쪽의 부엌쪽으로 향했다.


뚝 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대충 쳐내며, 소년은 그의 검은색 머리를 입고있던 로브로 털어말렸다. 물론, 그것 또한 젖어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도움은 못될듯 하지만, 평소 쓰던 수건은 피로 범벅이 된채 단검에 꽂혀 벽에 달려있었다.

ㅡ염색할 생각은 없어


뚜벅, 묵직한 발소리가 반쯤 무너져 내린 마룻바닥에서 올라온다. 군화같이 생긴 워커안쪽은 빗물이 가득찬지 오래였지만, 늘 그렇듯 사소한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소년이었다.

바닥에 매끄러운 핏자국을 눈으로 쫒으며, 소년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계속해서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는 소년의 주위, 여관 내부는 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제외하면 침묵의 냄비속과 같았다. 


끼익ㅡ 경박스러운 나무 경첩소리를 내며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여기저기에 묻혀진 핏자국들이 더욱 선명해졌다. 다섯발자국 정도 앞에 떨어진 부엌입구. 부서진 식기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핏자국은 그쪽으로 이어졌다.

뚜벅, 뚜벅, 소년은 침착하게, 같은 보폭을 유지하며 그쪽으로 가다가고는ㅡ

부엌 안쪽을 보았다.


"내가 이런거 아냐, 반"

"......"


항상 그 흰색머리를 묶던 머리끈은 어디갔는지, 그녀의 머리는 허리뒤 까지 늘어진채 새빨간 물이 들어있었다. 

오른손에 쥔것은 약 800mm정도 될법한 대바늘. 가느다랗고 뽀얀 목을 꺽어 소년쪽을 바라보며, 소녀가 살짝 목메인 소리를 내었다.

".....자이프가 죽어버렸어"


짧은 갈색 머리를 한 남자의 흉부는 톱으로 썰기라도 한듯 살점이 엉킨채 벌려져있었다. 허여멀건 늑골, 혼탁한 장액, 거품을 내는 위액, 주먹크기의 새빨간 근육덩어리는 고개를 숙인채 벽에 기대 앉아있는 그로 부터 1미터 이상 떨어진 싱크대 쪽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그 녀석은?"

소년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소녀의 발치에 쓰러진 한 시체를 향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자이프의 심장을 잡아뜯었어"

안타까워. 소녀가 중얼거리며 들고있던 바늘을 아래로 세워 콕 콕 시체의 머리를 찔렀다. 그러나 이미 다져진 고기 수준이 되버린 그것의 상태를 보아, 별로 눈에 띄는 구멍을 만들어버릴것 같지는 않았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자이프의 짓이겠고. 그것만 너가 했어?"

"응, 맞아. 아래쪽이 시끄러워서 잠자다가 일어났는데, 부엌쪽에서 자이프의 비명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를 듣자마자 '죽었겠네' 라고 생각해서, 바늘만 가지고 뛰어 내려왔어"

"....그래"

잘했어. 소년은 소녀가 가까이 있었다면 머리라도 쓰다듬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소년과 1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고, 머리에는 피가 묻어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일단 빠져나가야 겠다고 소년은 결정했다.

"일단 나가자. 몸을 숨겨야 돼"

"무슨 일인데?"

저벅 거리며 소녀가 연두색 반팔티를 들어올려 바늘을 집어넣었다. 가느다랗고 매끄러운 허리, 아직 덜 여문것 같은 가슴 아랫부분이 살짝 드러났지만, 소년은 고개를 돌려주었다. 다리와 평행이 되도록 바지속으로 바늘을 넣던 소녀를 뒤로한채, 몸을 돌린 소년이 밖으로 걸어나가며 말했다.

" '기사'가 올꺼야"

살짝, 뒤쪽에서 발걸음이 느려지며 소녀의 시선을 느껴졌지만,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조금 망설이며 입을 달싹이는 그녀에게, 소년이 고개를 꺽어 뒤를 보았다. 그리고 덧붙였다.

"도망가자. 일단 지하쪽으로 갈수 밖에 없어"

"....."

슬그머니, 소녀가 다가왔다. 천장에는 자이프가 큰맘먹고 산 인공조명이 번득이고 있었다. 그 조명빛을 받은 소녀의 흰 얼굴, 큰 눈동자는 조금 충혈되어있었다. 분홍색 입술이 무언가를 말할듯 말듯 떨리다가, 이윽고

"...소금, 뜯을래"

슬쩍 고개를 돌리며 부엌 찬장에 놓인 양념통을 꺼내들었다. 먼지가 덕지 덕지 붙어 낡은 통이었지만, 안쪽에는 어제 그녀가 사온 소금으로 가득차 있을것이다.

또박 또박 소녀의 얇은 샌들이 부엌의 타일을 밟는다. 엉망진창으로 깨지고 부서진 사기조각들을 헤치며, 찢어져 버려진 곰인형 마냥 방치된 자이프의 시체앞으로 다가가 소녀는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채 멍한 표정을 짓고있는 자이프의 얼굴을 가만히 살피다가, 쥐고 있던 소금통을 기울여 탈탈 소금을 쏟았다. 진눈깨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소금가루가 피범벅이 되버린 부엌바닥으로 펄펄 흘러내린다.

"소금 사왔으니까, 먹어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소녀가 소금이 쏟아진 바닥을 한손으로 휘익, 문지르고는 손 전체를 자이프의 벌어진 입속으로 쑤셔넣었다. 사후경직으로 인해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의 턱관절을 억지로 잡아벌리며, 피가 덕지 덕지 묻은 소녀의 손이 자이프의 얼굴을 감쌌다. 

"......"

소년은 소녀의 그런 행동을 지켜보며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었고, 딱히 의미가 있는 짓거리라고 생각도 안했지만, 소년은 가만히 부엌입구에 선채 그곳을 지켰다. 바지를 뚫고 삐져나온 소녀의 바늘이 부엌바닥을 긁었다. 하얀색의 긴 머리가 땅으로 쓸린채 물감을 적신 붓처럼 바닥이 붉은색으로 물든다.

침묵. 희미하게 들려오는 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소년과 소녀는 나름대로의 작별인사를 하는건지도 몰랐다.

그렇게, 한참후.

"....가도 좋아"

"알겠어"


스르륵, 얇은 살 스치는 소리를 내며 소녀가 일어나 밖으로 걸어나갔다. 무언가 망설였던 아까와는 달리, 마지막에는 뒤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제야 소년도 주머니에서 손을 뺀채 이곳에서 나갈 마음을 먹었다.


힐끔, 몸을 돌리며 눈만 돌린채 자이프를 훑었다.

술이라도 마신듯 새빨갛게 변한 그의 얼굴. 비틀어진채 마구잡이로 벌려진 그의 턱과 입속으로, 새하얀 소금가루가 가득하다.


ㅡ장례는 그걸로 됬을거야.

잘있어. 무언의 인사를 하며, 소년도 소녀를 따라 부엌을 빠져나왔다.


몇년동안 썻던 여관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아마 평생 이곳에 올일은 없을거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 작가의 말 : 기계와 인간의 콩코르디아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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