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2권 (드라마cd 한정판)

1권을 정말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2권도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트위터에서 표지 공개된 걸 먼저 봤는데 화사하다는 느낌이 좋았다. 여전히 삽화가 없는 게 좀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녹시님 그림은 화사하고 예쁘다.

캐릭터

백란은 역시 독특하다고 느꼈다. 요괴인데도 현대에 살고 있는 요괴라는 걸 증명하듯이 나스카의 지상벽화나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빗대어서 괴이를 설명하는 게 독특하게 느껴지면서도 유단과 함께 내가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듯. 마치 모 만화에서 마법사가 마법의 원리를 컴퓨터에 빗대어 설명하는 게 떠올랐는데 본래는 현실과 판타지의 조합을 안 좋아하는데도 마음에 드는 건 설명이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다가오기 때문일지도.

유단은 초반에 비해 확실히 바뀌었다.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백란의 설명을 듣고 자신도 그렇게 해보려고 하는 등 노력이 가상하다. 매번 천안을 불평했지만 정작 천안이 사라지고 나자 당황해서 '좌절하는' 모습이 보고 있기 훈훈했다. 1권에서 어머니가 좀 더 두드러지게 나왔다면 2권에서는 유단이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는 것이 두드러졌다.

흑요는 츤데레... 오다 주웠다라는 스킬까지 사용하고 뭔가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유단에게 정이 든 것 같아 뿌듯하다. 도씨 아저씨는 여전했고, 쌍둥이는 유단을 따르는 모습이 여전히 귀엽다.

에피소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유단의 눈에 이상이 생긴 에피소드. 속 시원하다고 느끼면서도 결국 반월당을 찾고, 한강에서 멍하니 있는 유단과 나름대로 유단을 찾으려고 애쓰고 후회하는 반월당 요괴들이 귀여웠다. 본래 이런 '정 드는' 이야기를 좋아해서일지도. 그런 유단을 반월당까지 인도하는 것도 '손돌바람'이라는 존재로 엮어서 풀어내는 등 귀여운 에피소드.

그 다음을 꼽는다면 곡두기 에피소드. 시원시원에게 선택을 하겠다는 유단이나 백란을 걱정해 유단에게 도움을 청하는 요괴들이나 난감해하는 백란이나. 위와 같은 이유로 좋았던 걸지도 모른다. 곡두기를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도 인상깊었고, 마지막에 곡두기가 사라질 때 유단이 하는 말도 찡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채우와 채설이 유단에게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라고 말하며 다음 손돌바람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 외에도 '시우'나 '귀녀 이야기' 등 굳이 뽑으라면 저 에피소드들이 좋았던 거지 다른 에피소드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드라마CD

좋아하는 성우분이 출연하고, 그 성우분 목소리가 내가 상상한 목소리와 딱 맞아서 정말 기대했다. 거기다 에피소드 제목을 보니 책에 실린 에피소드가 아니라 새로 드라마CD용으로 만든 것 같아서 더 기대했다. 목소리를 입으니 캐릭터끼리 대화하면서 놀리거나 농담을 던지거나 유단이 질색하거나 하는 것들이 더 생생해져서 좋았다. 그러나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안 쓰고 견딜 수 없어서 꼭 쓰는데 제발 효과음 좀 어떻게 했으면.... 효과음 제거버젼이 있으면 감사해하며 한 장 더 사고 싶을 정도다... 성우분들 연기와 스토리는 다 좋았는데 연출이 정말... 정신사나울 정도로 한 마디 한 마디마다 효과음이 붙어서 짜증날 정도였다. 본래 드라마CD 좋아해서 일본이나 국내 드라마CD 종종 듣는데 이렇게 정신사나운 연출은 처음이다. 노블엔진 쪽에서 책과 나온 드라마CD는 처음 들어보는데 본래 이렇게 효과음 연출을 정신사납게 쓰는 편인진 모르겠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해도 감성적인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효과음이 과하게 사용된다. 혹시 앞으로 또 특별판을 만들 계획이 있다면 부디 효과음은 어떻게든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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