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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앤 파이터 : 아라드의 귀검사
작성일: 12-03-12 20:27
조회: 1,971
추천: 0
비추천: 0
엄청난 판매지수로 던파의 위력과, 칭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작품.
게임의 소설화- 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꽤 퀄리티가 높다고 느꼈습니다.
귀검사의 스킬, 격투가의 스킬 등
게임 내에서의 기술을 글로 옮기고, 묘사해내는 과정에서 '정성'이 느껴질 정도로 구현도가 좋았고,
게임을 해본 팬이라면 '아하- 이 장면-' 이라고 할만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노벨라이즈 퀄리티 뿐만 아니라,
던파라는 게임을 접한 사람과 접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균형 조절 또한 인상깊었어요.
보통 이런 원작게임을 둔 소설의 경우,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들어서 원작 게임의 유저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반대로 원작 게임을 해보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작품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균형을 잘 맞췄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투씬에 있어서도 귀영섬 등 던파 유저라면 친숙한 스킬들이
'어떤 원리'로 구현되는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잘 설명하면서도
결코 '스킬들만으로' 전투씬을 이끌지않아서,
던파를 해보지 않은 독자라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만한 전투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던파 유저라면 '아, 이 기술-' 하면서 친숙한 느낌을 가지고 볼 수 있고,
던파를 해보지 않은 독자라면 '아- 귀수라는 설정에서 이런 기술을 사용하는구나-' 라면서
다른 평범한 라이트노벨 이능배를 보는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전투씬이었습니다.
캐릭터 설정, 이야기 전개 등 다른 부분에서도
던파를 해본 사람, 해보지 않은 사람.
라이트노벨을 읽어본 사람, 읽어보지 않은 사람.
이런 구분선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춘 '현명한 노벨라이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엎어 얘기하면,
글 자체로 놓고보면 무난한 캐릭터 설정, 무난한 진행이라는 얘기..
이제까지 '노벨라이즈'라는 측면에서 좋았던 점을 말한거고,
이제는 '글 자체'만 놓고 얘기해볼까 하는데요..
우선 캐릭터가... 캐릭터가.. OTL
주인공 레드나 은청은 괜찮아요.
던파 유저라도 '그래, 귀검사는 이런 성격이지.' '그래, 격투가는 이런 이미지야' 라고 수긍할만하고,
라이트노벨 독자로서도 무난해서 아쉬울지언정, 캐릭터로 흠잡을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근데 세리아는..? 우리 세리아는...!? OTL
약간 모자라고 순수한 백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려 '섹드립'을 치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너무 순진하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 라이너스가 장난으로 가르쳐준 지식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로서' 막 말한다-는 설정인데,
신기할 정도로 두 속성이 따로 놀아요.. OTL
섹드립은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나오는 타이밍도 애매하고 생뚱맞게 느껴졌습니다.
섹드립을 칠 때와 백치미를 보일 때의 모습이 크게 다르고 서로 따로 놀아서,
물과 기름이 섞인 것처럼도 느껴졌고,
각각의 모습이 '서로 다른 인물'처럼도 느껴졌어요.
남발- 하니까 생각나는데,
레드의 x처리되는 욕도 조금 아쉬운 부분..
레드의 성격에도 어울리고 귀검사라는 직업을 고려해봐도 잘 어울리는 설정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너무 과하다고 느낀건 저뿐인가요? -_-;;
'과한언어를 사용하는 캐릭터'라는걸 x처리되는 욕으로 연출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후반에는 삐- 처리의 향연이라서 벙찌더군요.
주인공이 보여주는 '열혈'까지 묻어버릴 기세로 쏟아지는 욕- 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치를 떨었던 것은 마지막 엔딩.. OTL
아니 대체 이 불완전 연소되는 꿉꿉한 엔딩은 뭔가요-!!!
악당A가 있었습니다. 마을을 가두고, 협박하고, 아주 못된 놈이었어요.
근데 알고봤더니 이 악당A에게도 사정이 있었던거야!!
알고보니 더 못된 악당B가 있었던거야!!
한술 더 떠서, 그 악당B는 자기가 살겠다고
은혜도 저버리고, 배신하고, 협박하고, 습격하고, 그랬다고-!!
도저히 좋아하고 이해할 구석이라곤 보여주지 않았다고-!!!!!
.....좀 진정하고.. OTL
아무튼... 왜, 소설에서 그런 인물유형 있잖아요.
힘 없는 소시민. 살아남기 위해 힘에 굴복한다거나, 가족을 위해 다른 사람을 저버린다거나..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스스로 지킬 힘이 없다보니,
가해지는 위협에 꺾여 주인공, 영웅을 저버리는 소시민.
개인적으로는 이런 타입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이해는 합니다.
인정하고싶지 않지만 저게 현실이고, 나라고 해도 저런 상황에서 저러지 않을거라 자신하지 못하니까.
근데.. 보통은..
그렇게 배신한 '소시민'이
배신에 대한 대가를 받고 나쁜 결과를 맞이하거나, 아니면 나중에 주인공에게 사과하거나,
하다못해 자기 혼자서라도 죄책감에 떨거나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하지 않나요?
근데 여기는 그런게 없ㅋ어ㅋ요ㅋ.
악당A를 이해하고 싶어질 정도의 악행과 뻔뻔함, 그리고 주인공을 배신하는 뻔뻔함.
감정몰입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정도차이는 있겠지만,
충분히 독자 입장에서 분노를 느끼거나 싫어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보는데..
근데 '거기서 끝'입니다.
처벌? 참회? 사과? 그런 레벨이 아니라, 그냥 아예 등장을 안해요.
'악당A도 그렇지만, 그에게 몹쓸짓을 한 악당B도 잘못했네' 라는 생각이 들게 해놓고,
악당A는 자기 악행의 대가를 치르고, 악당B는 그런거 없어요.
아예 등장조차 안한다니까!?
더 웃긴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등장조차 안하니까)' 그 악당B를
주인공 일행은 분노하면서도 결국은 다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겁니다. 독자를 놔두고 자기들끼리..
독자 대신에 분통터뜨려줄 마지막 분출구마저 막혔어-!!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엔딩은,
소설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즐거움(혹은 쾌감) 중 하나인
'권선징악'을 철저하게 부정했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후우- 흥분해서 엄청 길게 적긴했는데,
마지막에 잠깐 나와서 사과든 자기변명이든 하게하는 연출은 간단했을텐데
끝까지 등장조차 안하는걸 보면
그저 악당B는 '악당A에게도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은청의 '이상에 가까운 정의감'을 흔들고 지적하기 위한
한낱 '도구'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좋은 노벨라이즈 였지만,
글 자체로는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힘든 작품.
라노베를 처음 접하는 던파유저가 '라노베라는거 읽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고,
던파를 해보지 않은 라노베독자가 '던파라는 게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것.
그 목적 의식을 철저하게 지킨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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