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자기 무덤을 파는 듯한 이 홍보문구는 전국제패의 꿈이란 이야기의 작자가 이야기를 완결한 이후 손수 써낸 것으로 노벨 배틀러 형식으로 제가 직접 약간의 어레인지를 가감한 버전입니다. 지금 그 작자의 이야기가 또 하나 완결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노벨 배틀러는 제가 아는 한의 보르자의 다섯번째 완결작으로 이외에는 전국제패의 꿈, 가을의 전설, 그녀를 지켜라, 가이노이드 등을 완결한 경력이 있습니다.

보르자라고 하면 일단 떠오르는 것은 특유의 탁월한 개그 센스로써 이는 노벨 배틀러에도 잘 살아있습니다. 최신 트랜드를 민감하게 반영하고 (ex 선도 제대로 못 따는 게 무슨....) 한편으로 속물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인물이나 작풍이 발하는 스따일리쉬 개그 포스는 코드만 맞는다면야 그야말로 실성한 것처럼 웃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그 센스와는 대조적으로 보르자라는 작자를 말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가 이야기의 '불편함'이 되겠습니다. 과거의 전작을 조명하자면, 노벨 배틀러만 읽으신 분은 믿기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개그가 완전히 배제된 이야기도 제법 있었습니다. 가을의 전설과 가이노이드가 그러합니다. 보르자의 글에서 개그가 빠지면 무슨 맛이냐고 하실 수도 있겠는데 저는 불편한 맛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노벨 배틀러에도 이러한 요소는 잘 살아있어, 1권을 읽은 분들이 섬짓한 정도로 생생한 따돌림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당황하셨으리라고 짐작합니다. 아마 이러한 스타일이 이후의 판매량 수직 하강에도 일조한 바가 있으리라 사료되는데, 이는 노벨 배틀러가 제시하는 불편함이 대다수의 사람이 살아가며 저지르는 보편적 죄악이라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러한 불편함은 보르자란 작자의 이를테면 18번으로써 등장인물이나 작풍, 대사와 생각에서마저 속물적인 느낌이 뚝뚝 떨어지는 반면 작가 자신이 전하려고 하는 테마는 마치 대쪽과 같아 그 어떠한 불편한 이야기도 여과도 타협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이렉트하게 읽는 이의 면전에다 들이댑니다. 이는 보르자라는 작자가 본질적으로 성공신화나 영웅전설과 같은 석세스 스토리가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전작인 가을의 전설을 타겟으로 보르자 자신이 쓴 글입니다. 지극히 개인적 소견입니다만 저는 저 말 속에 가을의 전설만이 아닌 보르자란 한 명의 사람이 작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원동력, 혹은 그 시원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노벨 배틀러 역시 저 시원에 충실하게 쓰여진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노벨 배틀러는 평범한 소시민 김태민의 이야기만이 아닌 저 자신의 이야기였습니다.

'내'가 남을 따돌리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침묵하고, 지나간 일에 후회만 늘어놓고, 남을 속이고 이용했던 일을 어떠한 미화도 치장도 없이 객관적으로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은 불쾌할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 어떠한 부끄러운 기억보다 치욕스럽고 혐오스럽기에 기억이 나기만 하면 잊으려고 용을 쓰는 것이 늘상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치유되지 못하고 기억 한구석에 자리잡은 기억은 결국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로서 남게 될 것입니다. 언제까지고 치유될 수 없는 흉터로서 남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보르자의 이야기는 빛을 발합니다. 그것이 설령 성공신화와 영웅전설과 같은 대리만족을 주지 못하더라도 기억 속 파묻힌 흉터를 끄집어내고 그 아픔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이야기 속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리고 나 자신은 하지 못했던 선택을 해내는 나와 같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잊어야만 했던 기억 속 자신의 모습을 눈물 지으면서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야기가 인간을 구원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