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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덕부! (시드 노벨)
글 오버정우기 그림 Anmi
장르 학원 일상 코미디
364 page

실제 장르
학원 코미디

글 ★★★★
그림 ★★★★

세계관

제목을 본 순간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싶었다. 이건 보나마나 대단한 작품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민감한 소재를 골랐다보니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숨덕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광고 신경쓰지 말고 다른 사람 의견 신경쓰지 말고, 스스로 숨덕부가 재미있어 보인다면 사고 재미없어 보인다면 사지 말길 바란다. 숨덕부가 재미있을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숨덕부를 재미있게 볼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여장이야말로 남자다운 것이다'라고. 무슨 뜻인가 하니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여장은 남자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아! 그것이 참말이더라. 소위 '남자답다'고하는 담배나 근육이나 자동차같은건 여자라고 못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장만큼은, 여장만큼은 절대 침범할 수 없는 남자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본 작품에 쓰이는 '숨덕'이라는 소재는 놀라울 정도로 이곳이 '한국'임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섬나라에 숨덕을 소재로 한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숨덕부에서는 말 그대로 적절한 로컬라이징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아주아주 높게 쳐주고싶다.

무엇보다도 숨덕을 몸소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숨덕으로서나 오덕으로서나 큰 공감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1장에 나오는 '숨덕 6조'와 더불어 중간중간 내비치는 주인공의 속마음이 딱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였고,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오덕 마인드가 우리의 마음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특히 숨덕에 관한 부분은 솔직히 말해 재미있든 없든 많은 덕후들이 읽고 실천해줬으면 할 정도였다. 왜 오덕은 스스로가 오덕이면서 숨덕을 하거나 심지어 '혐덕'으로까지 변질하는지, 그 답이 '숨덕부'에 있었다.



스토리

아무래도 포커스가 드립에 맞춰져 있다보니 스토리는 약간 빈약했던것 같다. 나야 병맛을 하나의 코드로 인정하고 충분히 재미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글쎄, 이런 작품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이게 뭔가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병맛이 잘 살아있고 작가가 약을 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골때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갈등이 해소되는 부분이 약간 걸린다.

또 많은 우려를 샀던 '숨덕vs대덕'은 스토리의 핵심이었고 앞서 말한 '답'이 나오는데다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까지 알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독자로서는 별로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뭐 드립이 강한 소설이라면 으레 겪는 문제점이 아닌가 싶은데 이 부분만 조금만 더 좋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으로는 이정도면 최선을 다한 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

사실 난 숨덕부를 보면서 '이 캐릭터 매력적이다'라고 느낀 적은 없었다. 떡밥을 살짝 쳐놓기만하고 아직 러브코미디스러운 전개로 빠지지 않은 탓도 있겠고, 실제 포지션 상으로는 그냥 틀에 박힌 느낌이 있어서일수도 있겠고, 작품 설정상 '히로인이 오덕'이라는 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아서일수도 있겠다. 게다가 '츤데레'같은 단어가 히로인 입에서 직접 나오고 스스로 라이트노벨을 즐겨 읽는 걸 보아 남들 가는 길로 가서는 흥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기량이 뛰어난 것 같으니 그저 믿고싶다. 바탕은 나쁘지 않으니 꼭 흥할 것이다.

* 서연지 : 흔한 세미로리에 흔한 민폐멘탈을 넣어 완성한 캐릭터. 느읏─이나 니히힛! 같은 의성어 기믹이 장착되어 있다. 딱히 할 말이 없다.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작중의 패러디를 보아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니.

* 강인진 : 라이트노벨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감정이입을 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위에서 다 말했으니 할 말이 없다.

* 은예린 : 흔한 재벌 그룹 손녀딸에 존댓말 아가씨 컨셉이지만 말 그대로 컨셉이라는 거. 말투가 오글거리는데 작중에도 오글거린다는 감상이 나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 유영선 : 흔한 양호실 선생님에 흔한 고문 선생님. 고전적인 의미로 남고생들 가슴을 뛰게하는 미인이기도 하고 최근 대세대로 나른하고 나긋한 교사를 반반 정도 섞어놓았다.

* 설수경 : 설남매는 공기일 뿐입니다.

* 설유진 : 카란인지아랏내 ㅡㅡ



문장

그야말로 좋은 소재가 좋은 그릇을 만났다. 막힘 없이 술술 읽히는 문장과 솔직하게 드러내는 속마음이 얼마나 보기 좋았던지. 엄청난 대문호라서 글이 사람을 당기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깔끔하고 빈틈 없는 1인칭이 참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기복이 심하지 않아 안정성 면에서도 손색이 없었던 것 같다. 그뿐만이 아니다. 단점을 찾기 어려운 작가도 매우 귀중하지만, 오버정우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확실한 장점을 두가지나 가지고 있는 작가였다.

신박하다 : 범인의 감각을 아득히 뛰어넘는 섹드립이 그러했다. '보스턴 차 사건'이나 '밖에다 한다' '너덜너덜, 끈적끈적, 꿀럭꿀럭' 등등 보통 작품들과는 아예 격이 달랐다. 무장정 벗겨놓고 천박한 말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지능적이고 점잖게 위험수위를 휙휙 넘어간다. 이는 어찌됐든 섹드립을 싫어하는 독자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겠지만,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진하게 풍겨나오는 마약 내음에 감탄 또 감탄할 것이다.

당돌하다 : 대화와 생각이 그냥 아주 대놓고 덕후스러웠던게 당돌했다. 사실 숨덕부만 아니었으면 쓰레기같은 글솜씨라면서 깠을 부분이 넘쳐나는데, 작중에서 아예 편하게 터놓고 그 이야기를 꺼내놓으니 까려고 해도 깔 수가 없었다. 나처럼 고지식한 독자가 어떤 부분을 까고 어떤 부분을 싫어하는지 미리 알고 다 드러낸것 같았다. 뭐 나보다 더 심한 사람이 있다면 '까이기 싫어서 실드쳤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난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작품을 싫어하지 않는다. 스트레스 안 받고 이렇게 편하게 읽은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섹드립만 극찬하긴 했지만 꼭 섹드립만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섹드립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외에도 쩌는 드립이 어떤 것인가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은 많이 있었다. 뭐 특정 작품을 패러디해서 치는 드립은 그냥 무난한 정도인데다가 깨알같이 숨겨져있어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놓고 뻥뻥 날리는 보케-츳코미는 아시아 탑 클래스라고까지 극찬하고 싶다.

++)서연지나 주인공이 국사/근현대사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 보아 작가도 역사 쪽에 굉장한 관심이 있지 않나 싶다. 물론 필자는 그쪽에 큰 관심이 없지만 혹 문과계열 학술드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봐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자도 리뷰를 쓰면서 깨달은건데, 내 기억이 맞다면 볼드체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대사 윗줄 아랫줄에 엔터를 넣어 강조하는 방법을 쓰긴 했지만 어떻게든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글을 표현하려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특수문자도 내용상 '반드시' 필요했던 ■■■□□□ 말고는 전혀 없었던 것 같고. 책을 음미할수록 작가가 더욱 더 마음에 든다. 작가님 팬이에요.


일러스트

일편흑심으로 보던 일러스트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개인적으로 Anmi 님의 화풍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찬양할 마음이 들고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괜찮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작품 내용상 꼭 일러스트가 필요한 장면이 딱히 없기 때문에 영향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한 번 보는 것보다 백 번 듣는 게 나은 작품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