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소설의 이야기,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쳤습니다'의 뒷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관심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주인공이 보여주는 유쾌함.
나오자마자 하렘마스터를 자칭하길래 '뭐 이런 병신이-(웃음)' 이라는 느낌이었는데, 그 느낌을 잘 살려서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개드립(..)이 재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억지로 웃기려는 느낌이 들지않아서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뭐랄까.. 캐릭터 자체를 '웃길 수 있도록' 잘 잡아두고, 그걸 자연스럽게 굴렸을 뿐이라는 느낌?
다른 작품에서 '둘 중 하나를 난 도저히 못고르겠어!' 라면서 당당히(?) 양다리 선언하는 장면을 보고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꺼름칙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어서, 이 작품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도저히 누구 하나를 고를 수 없다'는 주인공의 심정을 공감가게 잘 그려놔서 놀랐습니다.
각각의 히로인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히로인들의 매력을 골고루 잘 연출하고 있는데다가, 주인공이 이들의 어떤 점을, 어떻게 사랑하고, 그래서 어떻게 표현해주고 있는지를 잘 연출해내고 있어서,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래, 어느 하나를 고르고, 나머지를 울리기도 참 뭐하긴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서 언급한 '거부감을 느꼈던 작품'의 경우는 주인공이 자기 마음을 무의식중에 거부하고, 우유부단하게 행동했으며, 심경고백마저도 '외부의 힘'이 작용하고 나서야 간신히 이루어졌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주인공이 분명하게 자기 의지를 가지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상깊었습니다.
히로인들 또한 앞서 언급했던대로 매력적으로 잘 표현되어있어서 좋았어요.
히로인 한명 한명과의 개별 데이트를 그려내면서 그 짧은 에피소드 안에서 해당 히로인의 특징과 매력을 밀도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야니가 제일 인상깊고 애정이가네요. 여러 의미에서 위험하고 극단적인 얀데레(..)였지만, 그만큼 부딪혀오는 감정이 강렬해서 인상깊었어요.
후반 클라이맥스 또한 놀랄 노자.
하렘 마스터를 자처하면서 각 히로인과의 데이트, 그리고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끌고가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이런 파격 전개, 갈등 폭발이라니.. /ㅁ/ 분위기 반전 효과가 상당해서 그만큼 인상 또한 강렬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강렬한 감정과 감정이 부딪히는 장면과 대립하는 등장인물의 내면에 대한 연출이 좋았어요.
떠올려보면 중후반까지 이어진 각각의 데이트에서도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한 미묘한 연출이 좋았는데, 그게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갈등을 담아내면서 본격적으로 눈에 띈다는 느낌.
게다가 클라이맥스에서 다뤄진 갈등의 구조가 '원고지 위의 마왕'에서 충격적이라 언급된 '그것'을 떠올리게끔 한다는 점 또한 인상깊었어요. 그야말로 '엔딩 이후의 세계'라는 제목에 너무나도 걸맞는 갈등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품 중후반부까지 다뤄진 '싸움이 끝난 영웅의 일상' 또한 그랬지만, 마지막 갈등은 그야말로 제목에 딱 맞는, '이 작품이기에 가능했던' 갈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갈등 자체도 '설마 그럴줄이야-!' 라는 느낌의 충격적인 반전이었는데 그 후의 에필로그에도 '좋은' 반전이 있어서 좋았어요.
주인공의 능력과 딱 맞아떨어지면서 '아-!' 하고 무릎을 칠만큼 깨알같은 반전인데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갈등을 갈무리해나가고 훈훈한 마무리로 흐름을 틀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발상이 마음에 들었고, 전개가 마음에 들었으며, 마지막 갈등까지 마음에 들었는데, 거기에 더해 마지막 마무리까지 마음에 들었던, 읽기 전과 읽는 중, 그리고 읽은 후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오락소설이면서도 그 안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는 점까지 너무 마음에 드네요.
다만 불안한건, 이대로 뒷권이 나오지 않고 '완결'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마무리가 참 깔끔했다는 점.
뒷 권이 너무 기대되기에, 오히려 이런 깔끔한 마무리가 '여기서 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괜시리 불안하네요. OTL
메인히로인이었을 맥거핀도 아직 제대로 등장하지 않았으니, 여기서 끝내시진 않을거죠?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