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이후의 세계.

처음 대상에 오른 글을 봤을 때는 참신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막연히 생각하는 참신함과는 달리, 누구나 생각할 수 있으나 흥미를 끌 수 있는 참신함.

단순히 참신한 것뿐만 아니라, 시작이 됐고 끝이 났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좋은 상황으로 이끈 참신함.

구절구절 독자가 관심을 두지 않는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고 첫 만남의 설렘과 어려움도 표현할 필요가 없는 참신함.

과연, 책을 읽자 그런 것들은 배제되어 있었다.

최소한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이야기. 그런 점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사실 나는 노블엔진에서 굳이 우수상을 비우면서까지 엔이세에게 대상을 준 이유를 찾지 못했다.

물론 그 속에는 마케팅이나 앞으로에 미칠 영향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도 대상은 아니다.

두꺼운 책, 기분 좋은 카드텍, 거기다 덤으로 특별부록까지.

많은 것들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지만 정작 책에 대한 흥미는 기대 이하였다.

대상이기에 가능한 안정된 문체를 원했고,

대상이기에 유쾌한 이야기를 볼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읽기는 편했으나 문장으로 볼 때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강했고,

웃기려는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개드립'일 뿐, 재미있는 드립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렘...

그것이 재미있는 이유는 적절한 선에서부터 조금씩 발전해 나가며 성취하기를 바라기 때문은 아닐까.

이미 엔딩 이후이기 때문에 성취는 없고 그 상태에 머물러 있으려는 이야기.

이야기는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흥미 요소를 계속해서 보여줘야 한다.

이야기는 독자가 다음 내용을 보지 않고선 못 견디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엔이세에서 그것이 부족했다고 여긴다.

일단 맥거핀.

뭐, 의도는 좋다. 의미도 알았으니... 하지만 그걸로 끝은 아니지 않은가.

의도는 잘 내세웠으나 1권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모두 일러스트에 맡긴 채 끝났다.

그리고 노희진.

마니아를 노린 걸까. 난 전혀 모르겠다, 그 매력이라는 걸. 캐릭터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악당일지라도.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기에 매력을 맘껏 느낀 분께는 할 말이 없으나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겐 고작 오러 기를 써대며 ㅈㄹㅂㄱ을 떠는 여자일 뿐이었다. 이는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엔이세를 보며 좋다고 느낀 부분은,

반전이 있다는 거다. 참신하다고 여겼던 소재에 비해 전반적인 이야기는 재미없었고 그다지 흥미도 없었다.

그러나 반전이 있기에 나름 괜찮았다. 반전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칫 더러운 내용이 될 수 있었던 것을 반전으로 깨끗하게 승화시킨 것이 돋보였다. 아마 그런 부분에서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소설보다 일본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대화 수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츳코미라고 하나? 잘은 모르겠으나 다른 글에서도 그걸 지적하는 걸 봤다.

어째서 순수 한국 작품에서 그런 향이 느껴질까.......

* 1챕터에서 사용하는 평점으로 따진다면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