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노무라 미즈키가 나를 이 빌어먹을 글쟁이의 구렁텅이로 '디스 이스 문학소녀어!!'해준 날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읽었던 그 때의 그 감명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그런 메시지를 글에 실을 수 있다는 감명. 그런 느낌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문학소녀의 시작인 '죽고싶은 광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상처입은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기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귀엽기만한 소녀가 우연히 발견한 '일기'. 이를 단서로 속속들이 밝혀지는 과거의 비극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끝없는 자기비하와 자아경멸로 점철되어간다. 이는 '문학소녀' 아마노 토오코가 과거의 이야기를 '인간실격'처럼 결말지으면서 잠시 일단락되는 듯 하다. 그렇게 독자들이 위기가 넘어갔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 이야기의 최고 클라이맥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문학소녀는 자신을 '인간실격'이라 생각하던 소녀에게 내민다. 바보처럼 책을 사랑하는 그녀가 늘어놓은 것은 '다자이 오사무'가 썼던 책의 나열. 그 모두를 읽기 전에는, 외침이 소녀를 '인간실격'의 구렁텅이에서 끌어올리면서 '죽고싶은 광대'의 메인스토리는 끝을 맺는다. 한마디로 하자면 이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잉여새끼들아 니들 그렇게 안 나뻐'. 그렇게 계속해서 좌절하고 있다가는 정말 문학소녀조차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니까, 빨리 예비 '인간실격'에서 벗어나버리라는 훈계이다. 사춘기의 망상으로 때 이른 회의가 든 청소년들에게는 이보다 더 와닿는 메시지가 있을까 싶다.
어쨌거나 '인간실격'의 이야기는 '문학소녀'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때문인지 '코노하'가 작가로써 겪게될 성장도, '토오코'가 독자로써 보여줄 능력도, '나나세'가 사서로써 보여줄 면모도 아직은 극히 일부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아쉽지만 남은 일곱권과 몇몇 외전들을 기대하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