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피하고 있습니다만, 리뷰 특성상 약간의 내용 누설이 포함 될 수 있습니다.
한 때 굉장히 흥했던 이야기거리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라이트 노벨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인가?'
올트로스 언더고의 이미지가 공개되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거... 아무리 봐도 판타지 같은데?' 였다. 그림체도 흔히 말하는 '모에 요소'가 없고, 제목 폰트도 상당히 투박하고 옛스럽다. 표지에 이쁘장한 여자 주인공과 안대를 한 남자 주인공이 만화풍으로 그려져 있을 뿐, 전체적인 이미지는 우리가 흔히 책방에서 빌려보는 판타지와 크게 다른 느낌이 아니었다. 딱 보기에도 중세풍이잖아...
실제로도 올트로스 언더고를 일러스트 없이 판타지 판형으로 출판했다면, 그것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것이 라이트노벨이라는 사실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검과 마법이 공존하고, 비공선이 날아다니며, 창세기전의 마장기를 연상시키는 '건드라크'와 먼치킨스러운 주인공 일행의 대결구도! 판타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방식의 세계관이 사용되고 있고, 내용 역시 액션 판타지에 가깝다. 하지만 이 소설은 분명히 라이트 노벨이다. 왜냐고? 이 소설은 일러스트 없이 판타지 판형으로 출시된 책이 아니니까 말이다. 쉽게 말하면, '이쁘장한 일러스트를 가지고 있으니까 라이트 노벨' 이란 소리다.
뭐야. 님 말 장난하심? 아까는 표지 일러스트보고 판타지 같다면서요?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을 위해서 한가지를 더 생각해보자. 과연 '이쁘장한'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알록달록한 색 조합이 사용된 일러스트?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져있는 일러스트? 홍대거리에서 발견할법한 목도리나 머리핀 일러스트? 그래, 우리가 말하는 이쁘장한 일러스트란 저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굴곡있는 몸매와 매끈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섹시한 누님의 일러스트나, 평범하고 수수한 느낌을 주면서도 청순한 미를 자랑하는 소꿉친구의 일러스트나, 가슴도 키도 작지만 쾌활한 성격의 로리의 일러스트나, 만사가 귀찮다는듯한 느낌과 약간의 백치미가 느껴지는 백은발의 소녀의 일러스트... 결국 미소녀 일러스트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올트로스 언더고에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섹시한 누님 느낌의 바세리트를 포함해서, 마법소녀 변신물을 연상하게 만드는 로리 기동공주 나드레린, 쿨시크한 마법사 키티아, 청순한 동급생 느낌의 이스엔... 희안하게도 흔히 말하는 모에 요소들을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다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거 여성캐릭터에만 국한되는가 하면... 그게 또 아니다. 여성 캐릭터 못지 않게 남성 캐릭터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주인공 울스링을 포함해서,열혈 바보 제츠오와 쿨 시크한 안경 선배 캐릭터 베그니온처럼 남성 캐릭터들의 배치 역시 말 그대로 주옥같다. (유일하게 언급되지 않은 캐릭터 쥬디스 하펜은.... 미안하다 =ㅅ= 이 캐릭터의 매력포인트는 찾지 못하겠다)
라이트 노벨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단은 '캐릭터 소설'인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은 내용이 어떤 구성이냐에 관계 없이 이미 반은 먹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매력적인 캐릭터 외에 큰 장점이 없는 소설이지만,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습니다... 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용전개도 꽤나 재미있다. 깨알같은 개그요소들이 등장하고, 액션씬은 상당히 박진감이 넘친다. 캐릭터가 설정에서 흥미를 끌고, 스토리를 통해서 완성되어간다는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소설을 읽으면 읽을 수록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굉장히 커져간다.
하지만 그렇게 너무 캐릭터에 집중한 탓인지, 스토리의 흐름은 다소 부실하다는 느낌도 있다. 1권이라서 그런건지, 전체적으로 캐릭터 소개에 집중하고 있고,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독자의 큰 흥미를 끄는 요소는 부족하다. 부분 부분은 재미있는 요소는 많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무언가 독자에게 큰 인상을 남길 요소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강렬한 반전이 등장하지도 않고, 절대적인 '악'이 등장하여 주인공 일행과 대립구도를 이루지도 않는다. 주인공 일행의 목표는 결정된 상태에서, '파티 구성 완료!'라는 느낌을 준달까? 스토리적 측면에서의 재미는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리고 캐릭터에 주력한 것치고는 구체적인 악역 캐릭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상당히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 그, 게임같은 것을 보면 항상 등장하는 '사천왕 무리'가 있지 않은가... 건담으로 치면 샤아라든가, 크루제라든가... 주인공 일행과 반동 인물의 입장에 있지만, 항상 상당한 팬을 보유하게 되는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이 꽤나 아쉽다. 뭐... 2권이 빨리 나온다고 하고, 2권에는 그런 캐릭터가 등장할 것이라고 믿지만.
ps. 요약하자면, 라이트노벨로서도 판타지소설로서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여성독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하고요. 제츠오x베그니온의 커플링은 아무리 봐도 노린 것임(......)
ps2. 표지나 공개된 설정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스토리전개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려는 분이 계신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는게 좋을 듯 하네요. 영화로 따지자면,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입니다. 스토리보다 소설을 읽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느껴보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ps3. 이번달에는 라이트 노벨 신간이 하나, 나머지 두 작품은 제가 보지 않는 작품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신작, 구작에 관계 없이 이 작품의 감상평은 꼭 보고 싶다!! 싶은 것 하나만 추천받겠습니다. 한달에 못해도 두권씩은 리뷰를 써볼 에정이라서요...=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