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평은 한국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의 평입니다.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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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네. 드디어 5권까지 왔습니다. 5권까지요. 1~4권까지 작가에게 극딜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5권도 사버리고 말았습니다. 미안하니 어쩔 수
없죠. 저는 작가와 시드노벨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거든요. 죄송합니다. 시드노벨. 미안합니다 맑은 날 오후. 책을 꼬박꼬박 구매함으로써 이
죄를 씻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맑은 날 오후 작가님의 인품에 놀랐습니다. 제가 4권이 막 나왔을 시점 작가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었는데, 놀랍게도 제가
얼마나 독한 평을 작성하고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엄청나게 친절한 답변을 A4용지 5장 분량으로
해주셨거든요. 오오 맑은 갓 오후 오오. 게다가 무려 제가 이전에 공모전 1차 통과한 것을 가장 먼저 알려주기까지 했습니다. 말도 안
돼....... 저라면 이렇게 혹평만 하는 인간하고는 연을 끊어버릴 것 같은데 말이죠.
과연, 맑은 날 오후는 맑은 갓 오후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이번 용마무우 5권을 살펴보죠.
2. 개괄적인 평가
4권보다 낫네요. 용마무우가 4권이 가장 나은 편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칭찬입니다. 물론 아직도 '그렇게'재밌는 수준까지는 되지
않았어요. 이제야 겨우 지뢰를 벗어난 정도죠.
일단 가장 큰 것이, 일상파트가 조금씩 살아나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캐릭터들의 특징과 인간관계가 확실하게 변하면서 캐릭터성이 중요한
일상파트가 어떻게든 살아나고 있어요. 그 이전에는 노잼의 화신이었고, 지인의 평을 빌리자면 '자기가 웃긴 줄 알고 농담하는 부장님'같은
느낌이었는데. 일상파트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유치하긴 해도 그래도 재밌어지고 있어요.(이걸로 가장 재미없는 작가 1위는 다시 최지인이
되었군요.)
스토리도 드디어 본 궤도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그렇게 지적했던 '음모'와, 음모 뒤에 존재하는 수많은 떡밥들. 그것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앞으로 재밌어질 거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이걸로 저는 이성을 잃어버리지 않아도 되겠군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있어요. 이제 스토리가 본
궤도로 들어왔으니 재밌어질 일만 남은 거죠.
그런데 아직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착각인가요?
3. 설명충
최근에 맑은 날 오후 작가가 쓴 다른 작품인 던전연애를 봤는데 말이죠. 끔찍했습니다. 정말로 끔찍했습니다. 글솜씨가 원래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 퇴보했어요. 등장인물의 말 한마디, 서술 하나하나에 무지막지하게 길고 관심도 없는 설정을 토해내는 걸 보고 정나미가 절로
떨어지더군요.
작가가 자기 설정에 먹혀버렸어요. 이번 권에서는 아예 떡밥을 설명하기 위한 캐릭터가 2명이나 있었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중대
스포일러인 페스티벌과 하비. 그리고 뭔가 일이 벌어질 때마다 독자에게 설명하는 짓거리 등 아주 보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책 후기에서 이후 전개를 설명하는 짓까지 합니다. 심지어 저에게 준 5페이지 짜리 설정설명글에서도 이후 설정에 대한 스포일러로 가득했죠.
설정은 설명하는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흡수하게 하는 겁니다. 어차피 독자들도 5권째 읽었으면 돌아가는 꼴을 아니 설명을 안 해도 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설명충 그켬.
4. 구성
이 책은 언제나 구성이 문제였죠. 이번 권에서는 설명충 근성이 더 문제였지만요. 이 책은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1챕터는
일상. 즉, 기. 2챕터는 일상+떡밥뿌리기. 승. 3챕터가 본론. 전결입니다. 너무하잖아!
책의 1/3동안 본편과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 1/3에서도 떡밥만 뿌리다가 나머지 1/3에서 후다닥 해치워버렸어! 이게 뭐야!
도대체 뭐냐고! 솔직히 일상파트 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작품의 결말은 언제나 하드하게 장식하는데 그에 비해 일상파트는 너무 밝고 유치해서
붕 떠있는 느낌이 든단 말입니다.
게다가. 당위성과 필연성도 적어요. 헤프미 왕국, 신의 검, 악령, 악마, 페스티벌. 다 따로 놀고 우연 드립을 많이 치잖아요. 헤프미
왕국을 빼고 하비만 어떻게 등장시켰어도 솔직히 책 내용에서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작품이 난잡해져요.
5. 인물
-론-
론이 부활했어요. 씁. 좀 영원히 죽어있어도 괜찮았을 텐데. 아니면 부활을 엄청 힘들게 하거나요. 너무 맥없이 부활해서 어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혈통빨이 더 심해져서 이젠 머리를 날려버리지 않으면 죽지 않는 좀비가 되었군요. 그리고 이번 권에도 역시 여자 후리는 것 말고는
비중이 없고요? 뭘 했다고 감정이 되살아났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전에 감정이 없었다는 언급을 했어도 솔직히 공감도 잘 안 되고? 론이 감정이
없는 인물이었나? 정의로운 다혈질이라는 인상이었는데요.
-스팅-
진 주인공. 스팅. 이번 권의 보스를 해치운 건 론이었지만, 이번 권에서 가장 멋있었던 건 스팅이었습니다. 심지어 얘는 론보다, 용사보다,
시즈보다 약한데도 자기 왼팔을 버리면서까지 적을 쓰러트렸어요. 그것도 이 작품을 5권동안 진행하면서 가장 멋진 연출이 들어간 필살기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론에게 좀 더 신경을 써주는 게 어떨까요. 론은 명백하게 이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론은 인물로 안 보이고
대 보스전용 병기처럼 느껴진다고요.
-루리-
얘 존재가치 좀 만들어줘요. 루리와 마왕성 주민들의 존재가치는 현재 5권까지 제로입니다. 나중에 뭔가 하거나, 혹은 죽거나 할 것 같은데.
솔직히 용사마왕물에서 마왕의 존재감이 이렇게까지 없는 작품은 드물 겁니다. 아. 그리고 주인공의 존재감이 이렇게 없는 작품도 드물겠죠.
6. 총평
아직 한참 멀었어요. 아직도 그냥저냥 쓴 인터넷 소설 같아요. 대상다운 힘이 안 느껴지고, 오히려 문장력에 관해서는 퇴보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도 발전하는 점은 보여요. 1권부터 지적했듯이 작가가 너무 스케일을 크게 잡은 게 원인인 것 같아요. 그러니, 앞으로 조금만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개속도는 조금 빠르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만약 이 작품이 정말로 재밌어진다면, 맑은 갓 오후, 아니. 맑은 갓 오후 갓 맑은 갓 오후라고 불러드리죠. 이번 권도 재미없었지만, 다음
권이 아주 많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