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런 이야기 되게 좋아합니다. 반 메타 소설. 안티테제. 산 이유도 사실 제 취향의 이야기일 것이 분명해서 샀거든요. 과연 이 소설은 제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까요. 제 취향의 소설이니 아마도 엄청나게 높게 평이 나갈 것 같습니다.
2. 개괄적인 평가
오. 재밌네요. 엔딩 이후의 세계를 생각나게 해요. 걸리적거리는 부분은 몇 가지 있지만 꽤나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완전한 사도를 표방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왕도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이런 걸 제가 진짜 좋아해요. 취향 100% 저격 완료! 약하지만 범용적이고 쓸모 많은 이능력. 누가 악이고 누가 정의인지 알 수 없는 인물들. 그리고 말 그대로 운명을 개변하여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주인공. 거의 모든 요소들이 제가 좋아하는 걸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취향이 여러모로 대중의 시선과 떨어져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2권 판매량이 심히 걱정되지만, 뭐 그건 작가의 문제지 제 문제가 아니니까 패스.
그러면 그 걸리적거리는 부분이라는 걸 몇 가지 짚고 넘어갈까요.
3. 너무 겹친 이야기.
이 이야기는 말입니다. 이야기가 3개나 겹쳐져 있어요. 첫째로 '본편'인 영웅휘광의 크로스포인트. 둘째로 '스핀오프'인 마검마탄의 사이드 스토리. 셋째로 '프리퀄'인 보이드랜드 모험기: 블랙 레이블. 이 책의 주인공은 영웅휘광의 조연이며, 마검마탄의 주인공이며, 보이드랜드 모험기의 조연이자 악역? 이었습니다.
이게 복잡하게 보이지 않으면 이상한 겁니다.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독특해지고, 이 책을 다른 책들과 구분짓게 하는데는 성공했는데 설정이 다른 이야기가 세 개나 겹쳐버리니 되게 복잡해졌어요.
다행히도. 복잡할지언정 '혼란스럽거나' '난잡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비중 분배에는 실패한 것 같아요. 주인공은 영웅휘광의 조연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영웅휘광의 주인공도 마검마탄의 주인공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영웅휘광의 조연...... 이라는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결국 이야기 세개를 전부 살리기보다는 한 이야기에 주목하기로 한 거죠.
4. 미묘한 인물들
작중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주인공과 마검마탄의 메인 히로인을 담당하는 스콘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존재감을 상실한 채 고사해버렸어요. 어쩔 수가 없긴 합니다. 이 책은 마검마탄의 사이드스토리고, 등장인물 중 셋이 영웅휘광의 크로스포인트의 인물이니까요. 위의 것과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특징을 지닌 주인공. 그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다른 등장인물들에겐 소홀해진 거죠.
다른 의미로 미묘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다른 인물들이 이 소설에서 한 게 뭐가 있었던 걸까요. 오로지 주인공의, 주인공을 위한, 주인공에 의한 캐릭터들 같아서 말이죠.
5. 총평
아쉽지만 재밌었다. 정도로 요약될까요. 정말 아쉬운 건 제가 작중의 드립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거죠. 뭔가 스콘과 만담하면서 패러디 개그를 하는 것 같긴 한데 포켓몬 드립 말고는 하나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뭘까요...... 도대체 무슨 농담을 하려고 했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