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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1권
작성일: 12-05-10 22:43
조회: 2,076
추천: 0
비추천: 0
※ 이 감상글은 시드노벨 편집부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
광고를 보면서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초 직구일 줄이야..
작품의 내용이 직구라는게 아니라,
정말로 이렇게까지 순수한 이능배일 줄은 생각 못했네요.. -.-;
다른 의미에서 '신선한' 작품이었습니다.
'복고풍'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한참 유행이 지난 이능배를,
그것도 변형을 가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년이 비일상의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정석적인 전개의
이능배를 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서,
그런 의미에서는 신선했습니다.
물론, 신선하기만 했고, 재미는 다른 문제지만요. (..)
시작부터 영문도 모를 정도로 사람이 죽어나가고 목이 어떻게 된다거나 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제 취향과는 분명 거리가 좀 있는 도입부였지만,
그만큼 시작부터 강렬하게 시선을 휘어잡을 수 있을만큼 충격적이기도 했고,
이런 도입부 연출 및 묘사에서 형성되는 기묘한 분위기가
이 작품과 잘 어울렸습니다.
전투 묘사에 대해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각자의 이능력이 어떻게 발동되고, 그게 어떻게 부딪히는지 잘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도 도입부에서부터 보여주는 어느정도 수위있는 '상처 묘사'가 함께하여
이 작품 나름의 전투씬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장면 자체의 묘사, 즉 액션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앞서 말한대로 각자의 이능력에 대한 설명과 설정 놀음이 부딪히다보니
'초인동맹에 어서 오세요'나 '9S'같은 속도감과 흥분이 전해지는 전투씬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비교하자면...
'전투씬만 놓고 보면' 설정놀음과 액션 묘사가 조화를 이루는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이 생각나네요.
단,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같은 경우는
전투씬 연출 자체가 좀 심심하더라도, 그 전투에 임하는 인물의 '열혈'을 잘 표현해서
그 부족한 점을 보충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게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능배가 양산되어 나오던 시절,
일반 양산(..) 이능배에게서 느낄 수 있는 단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는 점 또한 아쉬웠습니다.
어느날 영문도 모르고 비일상으로 끌려들어온 남자주인공.
그런 남자주인공과 함께하게 되는 비일상의 여자주인공.
그리고 둘이 함께 싸워나가야 하는 강대한 적-
샤나 이후 양산된 많은 이능배에서 볼 수 있는 구도라서
우선 이야기 자체만으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뻔하고 익숙한 전개'에 담긴 주인공의 심리묘사나 액션씬의 박진감 등
'다른 부분'에서 재미를 보여줄 수 있어야하는데..
전투씬 같은 경우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나쁘지않게 볼 수 있는 정도'는 되지만
전투씬 답게 흥분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설정도 그렇게 흥미를 끄는 것이 아니라서
설정놀음이 섞여도 딱히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어요.
이능력과 적에 대한 설정 자체도 그렇게 흥미롭지 못했고,
작품 내에서 독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잘 연출해내지도 못했다는 느낌.
인간의 '악의'가 인간, 혹은 여러 신비의 모습을 취한다는 설정이지만...
글쎄요.. '악의'가 적이 된다는 설정을 작중에서 특별하게 활용하지 않았기에,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느끼기가 힘들었습니다.
주인공에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아쉬운 부분.
딱히 주인공이 이해하지 못할 기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에 대해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연출하는게 부족해요.
주인공은 어느샌가 태연히 비일상을 받아들이고 있고,
어느샌가 히로인에게 끌려있고, 어느샌가 적과 맞서고 있고,
어느샌가 적을 무찌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나마 독자와 함께 시점을 공유하고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 정신차려보면,
어느샌가 독자가 그저 바라보는 '등장인물 중 하나'가 되어있더군요.
1인칭 시점의 소설이 3인칭 시점으로 바뀌면 이런 느낌일까요?
실제로 작품 내에서 서술 시점이 그렇게 변한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에 대해 독자 입장에서 받는 느낌은
마치 1인칭 시점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뀌는 것과도 같이,
'나 자신'이라는 일치감에서 '내가 이해해야할, 내 눈으로 봐야할 타인'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하지만 히로인이 의외로 괜찮았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아니 사실.. 절대평가로 따져보면, 혹은 다른 작품과 비교해보면
히로인 설정이 모에하다거나, 그 연출이 좋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메말랐기 때문일까요,
그렇게까지 좋은 연출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연출로도 히로인의 매력이 확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인공을 신경써주다가도 부끄러워서
지금은 아무도 낯 간지러워서 쓰지않을 것 같은 츤데레 대사를 하는데,
이게 의외로 괜찮더라구요.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메마른 편이라는 것 + 요즘은 오히려 보기 드문 조형이라는 것
+ 그 사용타이밍이나 내용이 의외로 적절했다는 것
뭐 이런 몇 가지가 겹쳐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히로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뻔하다는게 문제랄까요...
예전에 한참 나왔던 이능배틀물, 이능전기물의 모습을 너무나 가감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
뻔하다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라는 느낌의 작품이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오랜만에 이런 느낌의 작품을 읽어서 오히려 '신선함'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만약 이 전작인 '히어로이즈'가 이런 느낌이었다면
전작을 읽어본 독자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또..?' 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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