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작가, 비평가 환영.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스포일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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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사실 이번 4권에 대해서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인의 평도 그저 그랬거든요. 책 거의 다 읽을 때까지 '아. 이건 끝났구만.
미리 구상해뒀던 악마같은 평을 그대로 올려도 아무런 지장이 없겠군.' 싶었습니다만. 왠걸.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악평을 전부 뒤엎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재고의 여지가 있어요. 스포일러하자면 4권은 나름 재밌었어요. 가장 형편없었던 2권에 비하면 적어도 3배 이상
재밌습니다.
2. 개괄적인 평가
결국. 문제점은 그거죠. 작가가 출판 소설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거의 확실해요. 요컨대 저는 3권의 평에서 '쾌속의 검
다드는 무지하게 찌질해보이고 노답성이 강한 악역'이라는 평을 남겼습니다만. 생각보다 입체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평을 하면 안
되겠죠. 이제껏 등장했던 모든 등장인물들을 다 합해도 다드의 그 특별한 캐릭터성을 따라오지 못해요! 다드는 최근에 제가 봤던 라이트 노벨 중에서
가장 훌륭했던 악역입니다.
근데 그 다드의 오묘하고 입체적인 면모를 처음 언급이 되었던 3권에서 조금도 드러내지 못했어요. 너무한거죠. 이건 반전도 뭣도 아닙니다.
출판 소설은 아무리 빨리 나와도 몇 개월의 텀은 두는 것이 당연하고, 또한 라이트 노벨은 한 권 한 권이 분리된 매체나 다름없는데 작가가 어느
부분을 끊어야 하고, 어느 부분을 강조해야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작가 머릿속엔 캐릭터들의 특징들이 전부 잡혀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독자는 그 정보를 지금 나와있는 책에서밖에 볼 수 없거든요. 특히
웹툰이나 인터넷 연재 소설은 텀과 분량이 일정합니다만 출판되는 소설은 엄청난 분량-몇 개월 쉼-엄청난 분량 이렇게 되기 때문에 설명하는 방식
등을 좀 신경써야합니다. 그게 안 되어 있어요. 의도적으로 시간을 두고 뿌리는 떡밥의 경우에는 그럭저럭 되어있지만 그 외의 것도 그렇게 해야하는
걸 신경써줬으면 좋겠네요. 이미 인물들의 캐릭터들이 다 잡힌 4권에 와서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3. 구성
4권의 평가를 가차없이 깎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구성이죠. 위의 저것도 구성의 문제죠? 하지만 4권 내에서도 구성의 문제가
있었어요. 용마무우 4권은 300페이지 정도 되는데 그 중 200페이지가 일상파트. 즉 뒷 이야기를 바쳐주는 [기승]이고, 나머지 100페이지로
[전결]을 끝내버렸습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치자면 200페이지동안 전개한 거고 위기 절정 결말을 100페이지로 끝낸 거에요.
이게 뭐냐면, 김밥에 김이 밥과 내용물보다 많은 거에요. 김과 밥이 합쳐져서 조화를 이루는 게 아니라 그냥 김에 밥을 묻힌 거죠. 그래요.
솔직히 1,2,3권 보다는 낫다고 할게요. 1,2,3권은 밥과 김을 그냥 섞어서 내놓았으니 적어도 순서와 형태를 지키고 있는 4권은 엄청나게
발전한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형편없어요. 일단 첫째로 일상파트 자체의 문제인데 말이죠. 재미가 없어요. 음, 여태까지와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재미없다는 것이 여태까지처럼 진짜 재미없어서 재미없는 게 아니라, 그냥 나름 봐줄 만한데 진부해요. 일상파트도 참신함이 필요한
능력이거든요. 액션이나 진지한 부분하고 똑같아요. 이 캐릭터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대화. 이 캐릭터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재밌는 놀이 등등을
구상해야 하는 거죠.
그래도 개그가 재미없다는 게 사라진 건 아니에요. 그래도 이전보다는 덜하고, 무엇보다 빈도도 적어서 좀 가려집니다.
4. 스토리
스토리는 별로 달라진 게 없군요. 신나게 놀다가. 악역 등장.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걸 먼치킨스러운 주인공의 능력으로 해결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권에서 심하게 문제가 있었을 경우 한국의 마고열이나 다름없다고 하면서 깔 예정이었는데 말이죠.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일단 핵폐기물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법과 고교의 열등생보다 훨 낫습니다. 설정 설명이 반복된다는 점이 짜증나긴 하지만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설정을 가지고 있고요. 둘째로, 정치색과 작가의 사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판타지물이라는 점. 셋째로 다드라는 악역, 그리고 기타 인물들도 이번
권에서 상당한 수준의 비중과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을 죽였어요. 오. 놀랐습니다. 솔직히 비중도 없는
주인공 빨리 죽여도 별 이상이 없겠다 싶었지만, 솔직히 세계 자체가 주인공을 위해서 짜여져 있는 용마무우 구도상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의 죽음조차 그 거창한 계획 속에 들어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군요. 부활하려나요? 솔직히 주인공이 워낙 쓰레기라 영원히
죽어있어도 괜찮은데.
사실,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충격이었지만 독자의 마음에 충격을 주지는 못했어요. 왜냐면 주인공의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상
존재할 수 없었거든요. 솔직히 주인공한테 공감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이번 권에서 연애라인이 확실하게 잡혔고, 가장 공감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
스팅이나, 티나가 죽었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럼 전 진짜 충격받았을 거에요. 인물에게 감정이 몰입된 상태에서 죽였으니까.
하지만 론은 이번 권에서 200페이지나 되는 일상파트동안 사실상 의미가 없었죠? 아니, 1,2,3권에서도 싸우는 장면 빼고는 론의 의미는
거의 없었습니다. 독자 마음속에서 론은 전투기계 내지 적을 무찌르는 작가의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거죠.
5. 서술
다른 단점들이 해결되거나 아니면 덜해진 시점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던 단점. 바로 서술이죠. 용마무우는 4권 이전까지 아주 구성이 난잡했고
사건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글에서 딱히 위기라고 할 것도 없었고 위기를 위기답게 강조하지도 못했죠.
한마디로 지나온 사건들이 인상에 안 남아요. 그런데 작중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설명할 때 그것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사건 명칭으로 떼워버리죠. '하얀 마녀' 사건. '폐성의 악령 폭군'사건. 그게 이 사건이었나? 아니면 이 사건이었나?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데 저 명칭을 무조건 고수합니다. 줄이는 놈이 아무도 없어요. 아니면 추가로 서술하거나요. 무조건 폐성의 악령 폭군 사건이라는 긴
명칭을 모두가 똑같이 말해요. 마치 세계에 그 사건의 명칭이 법칙으로 남아버린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웃긴 건 반복해야할 지난 사건 설명은 하지 않는 주제에 이미 몇 번이고 설명한 오리진이나 작중의 구절 등의 설명은 매 권마다
나옵니다. 아예 매번 쓸 때마다 나온다고 해도 되겠죠. 아니, 뭐에요? 혹시 후속권부터 사는 독자들을 위해서 설정을 설명하려는 거면 설정 말고
과거의 사건도 좀 서술해봐요. 주목해야할 포인트가 잘못됐어요. 이 작품의 설정이 그리 기괴하거나 특별한 것도 아니고 무지무지 평범한데 그렇게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문장력-
사건이나 기술 등을 독자의 인상에 남도록 강조할 방법도 모르고,(하다못해 볼드체로 써도 이것보단 나을
텐데) 무엇보다 어휘력이 턱없이 부족해요. 도대체 4권에서 칠흑같이 어두운이라는 표현 얼마나 쓴 거에요? 칠흑 말고 어두움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을 몰라요? 사실, 그것보다는 작가가 글 자체를 별로 읽거나 쓴 것처럼 보이지가 않아요. 초보적인 실수가 잦네요.
-묘사의 문제-
그래요. 이게 진짜 큰 문제죠. 제가 너무 궁금해서 작가님에게 따로 쪽지와 안부로 글도 남겼습니다. 도대체 작중의 기술들은 얼마나 강한
걸까요?
그러니까요. 등장인물들이 강하다. 엄청 강하다. 진짜 강하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등등으로 서술되고 표현되기는 하는데요. 이게
와닿지가 않아요. 왜냐면 전부 상대적 비교니까. 레벨이 있고, 레벨은 등급으로 나눠져 있고. 강한 기술들 있고. 하지만 85레벨 기술이 84레벨
기술보다 얼마나 강한 건지, 그리고 85레벨 기술은 어느 정도의 위력을 내는지 모르겠어요. 매 번 기술을 쓰는 지역이 평야, 황야, 황무지,
폐허, 던전, 광장. 그런 곳이니 뭘 때려 부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전차포처럼 확실하게 독자 입장에서 '아 되게 강하겠네'같은 게 있어서
파괴력을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부 상대적 비교에요. 그러니 애들이 전혀, 전혀. 전혀! 강해보이지 않는다고요! 그 전에 그게 대단한지도
모르겠어요. 왜냐면 처음부터 80레벨 기술 쓰고 다녔으니까. 처음부터 신의 검 차고 다녔으니까. 주인공 일행들은 사실상 성장하지 않았고요.
아니면 성장했는데 얼마나 성장했는지 잘 모르겠고요. 독자 입장에선 얘네들을 기준으로 잡고 평가해야하는데 얘네들이 어느 정도의 지점에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6. 총평
나아졌죠. 이 정도면. 사실 아직 의문이 가시지 않는 점은 있습니다. 분명 표지와 광고에 이렇게 써져있습니다 '티나가 쥐게 된 사건의
열쇠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라고. 어디가 열쇠임? 굳이 말하자면 엿보기용 열쇠구멍이었죠. 티나는 사실상 아무 일도 안 했잖아요.
뭐 그래도 책 전체의 캐치프레이즈인 운명을 바꾸는 용기보다는 덜하지만요. 주인공도 보니까 죽을 운명이라서 죽었는데 무슨 운명을 바꾸는
걸까요.
또 아직도 전 이 작품의 목적이 뭔지, 인물들을 휘감는 음모가 뭔지. 그리고 마왕성의 인물들은 도대체 이번 권에 왜 나왔으며 왜 그렇게
자기소개를 못해서 안달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걔네들은 제 머릿속에 인상이 남지 않는 건지. 그리고 용사라는 개막장 먼치킨이 있는데 티나와
스팅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괜찮았어요. 이번 권은. 하지만 5권에서 뭔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
때는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