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금 이거 읽고 싶은데 네타 당하면 안좋데서 네타도 안보고 있어요. 이것도 그냥 퍼온거
줄거리:
1장 [바보가 전라로 다가온다]
나(僕, 이하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시절 제출한 작문 숙제를 본 선생님에게서 “어쩌면 너는 천재일지도 몰라”라는 칭찬을 받은 그 순간부터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자신에게 소설을 쓸 재능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만…… 소설가가 되는 것을 포기했을 즈음, 대학의 신입생 환영 파티에 “그”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일상을 뒤집어 놓는 살색이 다가왔다.
[그 녀석]은
[내 앞에]
[전라]로 나타났다.
……거시기 완전 노출이다. (p.17~18)
…...팬티 한 장 안 걸친 “바보”가 찾아옵니다.
취할 대로 취해 주인공에게 다가온 “바보”를 얼떨결에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부축해온 주인공. 그가 대학 수업을 들으러 잠시 집을 비웠을 때, “바보”는 주인공이 쓴 소설을 발견하게 되고, 돌아온 주인공에게 “너,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p.38)라며 희망을 부여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작가가 돼서 인세(印税) 우하우하”작전 – 같은 대학의 동급생이며, 유명 소설가인 소녀 “카이 쇼우코(이하 카이쇼-)”에게 달콤한 사랑의 말을 속삭여 공략 한 다음, 출판업계의 사람에게 소개 시켜달라고 하는 작전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카이쇼-는 주인공에게 반하기는커녕, 차가운 현실을 일깨워주는 몇 마디를 해줍니다.
“인정하셨네요? 지금,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인정하셨네요? 그런데도 소설을 계속 쓰겠다니, 당신, 둔감한 건가요? 그래도 소설가가 되고 싶다니 당신, 바보인가요? 그 빈곤한 이해력과, 헛된 꿈만 꾸는 당신을 칭송하는 노래라도 한 곡 만들어 드릴까요?”(p.86)
네, 카이쇼-는 매우 알흠다운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이건 마치……
아파트에 얹혀 사는 바보가 꿈의 상징이고……
대학의 도서관에 다니는 카이 쇼우코가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을 대표하는 것 같다.(p.89)
“바보”는 이 작전의 실패 요소가 “뇌물이 없었다”라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번엔 썩기 일보직전의 치즈 다이후쿠(일본과자, 참고로 원래부터 치즈맛은 아니었던 듯…) 3개를 카이쇼-에게 바치라고 합니다. 뇌물을 덥석 받아 챈 카이쇼-의 제자가 되는 것에 성공한 주인공은 그녀에게 소설이란 무엇인지 듣게 됩니다:
“소설이라는 것은 작가의 전라를 보여 주는 것이나 다름 없잖아요? 왜냐하면 소설은 한 자 한자가 작가의 망상에서 태어난 것이에요. 감출 수 없는 마음 속에 나타나는 현실에 대한 불만, 그리고 이상적인 세계를 전부 털어놓는 거에요. 적나라한 고백 대회인 거에요. 자의식과잉인 중학생이 그런 망상을 공개 당하면 자살할 것 같지 않나요? 그런 수치심을 버텨내고, 책을 내서, 노출광처럼 기뻐하는 사람. 그것이 소설가의 진짜 모습이에요.”(p.102)
소설가가 된 이유가 “초등학교 시절, 글의 재능이 있는 자신이 감상문 작성 대회에서 3등 밖에 못 한 것이 분해서”라는 비뚤어진 성격의 소녀 치고는, 확고한 사상을 가진 쇼우코-.
그녀의 제자로써 주인공은 라이트노벨 신인상에 응모할 소설을 쓰게 됩니다…… 전라로.
2장 [나만의 별을 걷는 방법]
나(마치타카 코우키 町高幸喜, 이하 코우키)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소설가 코우키는 자신의 소설의 후기에 쓴 글, “소설은 아름답다. 하지만 소설에 몰려드는 자들은 추악하다.”(p.142), 때문에 온갖 욕을 먹고 휴업을 선언합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저축해둔 돈이 바닥을 보이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도중, 어떤 초등학생이 보낸 감상문 (감상문 작성 대회에서 2등을 한 글)을 읽습니다. 그로써 자신의 소설(“나만의 별을 걷는 방법”)도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있고, 작가로써의 자신도 누군가에게 존경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3장 [에덴의 고독]
나(이카 아키 伊香亜紀, 이하 아키)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매우 유명한 소설가인 그녀는 어느 날, 뺑소니 사건에 휘말려 사망하여, 유령이 됩니다. 가해자는 그녀의 시체를 몰래 가지고 도망치고, 아키는 실종된 것으로 처리됩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유령(?)이 된 노트북 컴퓨터로 계속 소설을 쓰고, 편집자에게 메일을 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복면작가로써 연재를 계속합니다. 유령이 된지 5년이 지나 남편, 아들과의 연락도 뜸해 질 즈음, 그녀의 소설, “고독의 에덴”이 생전 꿈꿔왔던 상을 받게 됩니다. 그 수상식에서 그녀는 고등학생이 된 아들을 보게 되는데, 그 아들은 유령인 그녀를 보지 못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소설바보인 그녀에게 글을 쓰는 수단이 남아있는 이상, 계속 소설을 쓰는 것이야말로 그녀의 존재의의. 그녀는 그렇게 다음 작품을 쓰기 시작합니다. 제목은 “에덴의 고독”. 그 날 상을 받은 작품의 제목을 뒤집은 것뿐이지만, 유령이 되어 고독하게 책을 쓰는 그녀에겐 특별한 의미를 갖는 제목입니다.
4장 [브로일러, 여행에 나서다]
나(아시다 토케이 芦原時計, 이하 토케이)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잘 안 팔리는 소설가 토케이(26세)는 어느 날 초등학교 4학년인 사촌의 소설 감상문을 대신 써주게 됩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후, 다른 사람의 소설을 읽지 않게 된 그는 사촌이 고른 책, 마치타카 코우키 작가의 “나만의 별을 걷는 방법”을 읽게 되고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그가 대신 쓴 감상문은 전국 작문대회에서 2등 상을 타게 됩니다.
5장 [바보가 전라로 다가온다]
나(オレ)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유명 소설가 이카 아키의 아들이고, 소설가 아시다 토케이의 사촌 동생인 그는 초등학생 때 소설가가 되기로 다짐한 이후, 오로지 소설만을 써 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응모한 작품들은 모두 2차 심사를 통과하지 못 하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도 소설가가 되는 꿈을 이루지 못 합니다. 심지어 여자친구한테 “넌 소설 쓸 재능이 없어! 그만 꿈 깨! 이 소설 바보야!”라는 말을 듣기까지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여자친구와 크게 싸운 그 날, 그는 그녀와 약속을 합니다 – 이번에 응모한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하지 못 한다면, 그는 그녀의 명령 하나를 반드시 따르겠다고. 싸운 이후, 해어지자는 말도 없이 어영부영 타인처럼 지내던 둘은 대학생이 되고, 각자의 대학의 입학식이 있는 날, 어떤 술집에서 만나 작년에 응모한 소설의 통과여부를 확인합니다. 하지만 그 소설은 1차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 하고, 그와 그녀는 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작년에 약속한대로 그녀의 장난 섞인 명령에 따르게 됩니다 – 공공장소에서 옷을 다 벗어버리라는 명령을. 옷을 벗은 소설바보의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트리는 그녀를 뒤로하며 그는 달려갑니다. 대학의 신입생 환영파티가 있는 술집으로.
이 책에 대해:
역시 이번에도 이루마 히토마 선생의 작품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만한 작품입니다.
1. 이 작품은 군상극입니다.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의 시점을 거쳐서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방식의 서술법을 채용했습니다. 한 장이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읽는 분에 따라 어떤 장은 조금 재미 없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2. 책에서는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를 주장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이루마 히토마 선생님의 각색된 자서전입니다. 등장하는 소설가들의 대부분이 소설신인상 마지막 심사에서 떨어져서 “주워진” 작가입니다. 이루마 선생은 “거짓말쟁이 미 군과 고장난 마짱”으로 대뷔하셨지만 이것 역시 최종심사에서 떨어진 문제작입니다 (하긴, 미군마짱이 라노베 답지 않은 설정이긴 해요…). 그리고, 작중의 소설 심사 과정에서 주인공의 응모작에 대해 “문장은 말끔하지 않다. 비유 표현은 너무 뒤틀려있고, 어딘가 건방지다. 전체적으로 기개가 있다고 말하면 좋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적대심 같은 것이 눈에 보이는, 그런 문체다.”(p.135)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거, 이루마 선생의 작품들이 주로 받는 지적이군요. 단순한 우연이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미군마짱 발매 당시에도, 니시오 이신 선생님의 헛소리꾼 시리즈를 비꼬는 건방진 작품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요.
3. 이루마 선생님이 즐겨 사용하시는 특이한 문체가 이 작품에도 등장합니다.
쓴다. 잔다. 쓴다. 쓴다. 쓴다. 쓴다. 잔다잔다잔다잔다쓴다쓴다쓴다쓴다먹는다쓴다쓴다쓴다쓴다잔다쓴다쓴다잔다쓴다잔다잔다잔다잔다쓴다잔다쓴다잔다잔다잔다잔다잔다잔다가 너무 늘어나서 포기한다. 잔다.(p.118)
저에게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지만 (이야기의 흐름 상 주인공의 심경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이런 문체도 문제 없어 보입니다), 이런 문체를 많이 싫어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군요. 개인적인 부탁으로, 이런 문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꾹 참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작중의 사상에 대해:
작중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대사가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특히 마음에 남는 대사들을 하나 하나 짚고 가겠습니다.
1. “라이트노벨은…… 그 뭐냐, 편집자가 ‘귀여운 여자아이를 더 등장시켜’라던가, 조금 팔리면 ‘속편 쓰기 시작해’라던가 참견해대는 그런 인상밖에 안 들거든.” (주인공, p.65)
저는 소설가가 아니기 때문에 실재로 저런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왠지 요즘 발매되는 “뽕빨”류 소설들을 보면 저 대사에 어느 정도의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됩니다. 감히 몇 작품을 지적하자면… 유우지 유우지 선생님의 “내 여자친구와 소꿉친구가 완전 수라장”, 스즈키 다이스케 선생님의 “니노미야군에게 애도를”같은 작품이랄까요? (결코 이 작품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귀여운 여자 캐릭터를 메인 셀링포인트로 삼고, 딱히 회수할 복선이 없는데도 속편과 미디어믹스가 나오는 점에서 편집장의 압박이 느껴진다… 이런 말입니다.)
2. 그런 일반 문학에 비해 라이트노벨은 [중략] 응모자의 대부분이 젊은이들인 만큼 유행에 민감하고, 덥석 무는 성향이 있는 건지 응모기간 중 유행하는 작품의 테마와 소재가 겹칠대로 겹친다.
올해는 학원이능력자계가 너무 많다. 배틀물이 될지, 신비로운 요소가 포함된 연애물이 될지, 다소의 분기는 있어도, 결과적으론 고등학생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이야기로 끝난다. 게다가 하나같이 주인공이 평범하거나, 보통 인간보다도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존재지만 사실은 비밀이나 숨겨둔 트럼프가 존재해서……이런 이야기뿐이다. 어째서일까? 응모자가 모두 같은 책을 읽고 감명을 받기라도 한 것인가? (라이트노벨 신인상 심사의원)
이 부분은 아무리 봐도 이루마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계신 불만으로 보이는군요. 작중에서도 언급되듯이, 유행을 따르려는 부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욕을 먹더라도 많이 팔고 봐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시장의 경향을 보고 소설을 응모하는 것은 사실 매우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유행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찾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 작가가 유행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 안 됩니다. 소설가는 자신의 망상을 숨김없이 글로 구현해서 “전라의 자신”을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소설가가 독자들의 바램에 일일이 반응하게 되면, 탄생하는 작품은 진정한 창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 “작가가 되면 왠지, 나서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비판하면 욕을 먹게 돼요. 그것도 그 이야기를 쓴 작가한테서가 아니라 독자들에게서. 딱히 작가가 됐다고 해서 감성이 크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자신이라는 사람에겐 변한 점이 없는데도 말이에요. 재미없는 이야기는 재미없고, 즐거운 이야기는 즐거워요. 그런 당연한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인데, 어째서일까요? 정말 짜증이 나요.” (카이 쇼우코, p.97)
조금 민감한 주제로군요. 사실 전문 작가가 다른 작가의 비판을 하면 “그러는 당신의 책은 얼마나 대단한데” 등의 욕을 한 바가지 마시게 됩니다. 그것도 비판을 받은 작가가 아닌, 독자들의 욕을 말이지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동업자를 비판한다는 것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요. 반면, 소설가가 되기 전에 독자로써 책을 비판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피드백으로써 작가에게 전달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소설가가 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관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미없는 소설은 여전히 재미 없고, 재미있는 소설은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 당연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정말 욕을 먹을 정도로 나쁜 짓일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4. “소설은 아름답다. 하지만 소설에 몰려드는 자들은 추악하다.” (마치타카 코우키, p.142)
작중에 등장하는 작가, 마치타카 코우키는 이런 글을 자신의 소설의 후기에 남기고, 맹렬한 비판을 받은 후, 긴 시간 동안 잠적하게 됩니다. 코우키가 욕을 먹은 이유는 독자들을 “추악하다”고 불렀기 때문이라는데, 이것은 오해였습니다. 이 글의 “소설에 몰려드는 자”들은 독자들이 아닌, 출판업자들입니다. 미디어믹스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작가의 머릿속에선 이미 완결 낸 이야기의 속편을 쓰게 만들고, 더 잘 팔리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에 간섭하며 귀여운 여자 캐릭터를 등장시키려고 합니다. 소설가에게 있어 자신의 작품은 아들, 딸과도 같은 존재, 또는 스스로의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낸 이상향인데, 출판사에게 있어 이들의 작품은 상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돈을 받고 파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어찌 보면 조금 슬픈 사실일지도 모르겠네요.
작중의 복선, 그리고 장치에 대해:
작품에 등장하는 복선은 단 한가지를 빼고 모두 깨끗이 회수됩니다. 예를 들자면, 감상문 대회에서 2등을 해 카이쇼-의 분노를 산 인물, 차에 치어 죽은 이카 아키의 12살 짜리 아들, 소설가 사촌형에게 감상문을 대신 써 달라고 한 건방진 꼬마, 소설만을 쫓다가 여친과 해어지고 전라로 길가를 질주하는 바보,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앞에 나타난 전라의 바보…… 이 감상문만을 읽으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모두 같은 인물입니다. 작중에도 살짝 언급을 하긴 하지요. 하지만 이 책의 제목에 표기된 “전라의 바보”는 누구일까요? 1장의 주인공도, 마치타카 코우키도, 이카 아키도, 아시다 토케이도, 그리고 5장의 “나”도 모두 소설바보입니다. 게다가 5명 모두 한 번은 작중에서 옷을 홀딱 벗고 있는 장면이 있지요.
정답은 5명 모두……이기도 하고, 5명 중 아무도 아닌, 제3자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조금 있다가 설명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의 복선은…… 1장의 주인공은 결국 소설가가 되는 꿈을 이루었을까요? 이 책의 페이지를 끝까지 넘겨도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만, 책을 덮고 표지를 다시 보는 순간 “헉!”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이 책의 표지엔 파란 표지의 책이 한 권 있지요 (으음, 글로 설명하니 이상하군요.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 그 책의 제목은 “바보가 전라로 다가온다”. 그렇습니다 이 책이 바로 주인공이 응모한 소설이고, 주인공은 소설가가 되어 그의 처녀작, “바보가 전라로 다가온다”를 출판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설은 이 감상문의 주제인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펼친 순간, 독자는 이 소설의 세계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주인공의 첫 작품을 사서 읽은 사람으로써 말이죠.
확인사살로, 이 책의 띠지를 보시면 어떤 유명한 작가가 이 작품에 대해 한 말이 적혀있죠:
“내 책보다 잘 팔리지 않기를” – 작가, 카이 쇼우코의 추천문에서
네…… 추천문까지 픽션입니다, 이 책은……
내용물, 표지, 띠지가 합쳐져서 비로소 한 작품이 된 겁니다. (제 책은 친구놈이 먼저 보고 띠지를 버려서 없습니다 ㅠㅠ 나쁜 놈! 띠지를 왜 버려!)
이번엔 이야기가 끝나는 페이지와, 1장에서 바보가 술집에 쳐들어오는 부분의 페이지를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작]으로 이어지는 문을 밀어 젖혔다.
바보가 전라로 다가온다. (p.315)
……[그것]에서 시작하는 것은, 빛과 꿈의 이야기다. (p.16)
오오! 315페이지에서 끝난 이야기가, 16페이지에서 위화감 없이 이어지는군요?
게다가 [시작]과 [그것]이 둘 다 사각 괄호 안에 들어있다는 점.
그리고 315페이지의 문단을 16페이지에 가져다 대 보면 315페이지의 글이 정확히 16페이지의 회상 부분을 덮고 본편으로 이어집니다.
위에서 말한 6명째 바보에 대해 설명할 때가 됐군요.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소설이란 소설가의 전라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전라의 바보는 작가 이루마 히토마 자신 아닐까요? 그의 홀딱 벗은 모습이(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어디로 가냐고?
그거야, 물론, 너의 머릿속을 방문하러 가는 것이지.
언젠간, 반드시, 찾아갈 거야. (아시다 토케이, p.251)
마지막으로……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유명작가 카이 쇼우코씨가 한 마디 하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소설가를 지망하는 분들은 착각과 현실도피를 위해 노력과 경험을 언급합니다. 하지만, “소설가의 노력”이란 무엇일까요? 노력 운운하시는 분들은 그 점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설가의 노력은 마감일을 지키는 것. 그리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소설가가 되기 위해” 발휘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설가가 되는 것이 최종목표인 인간의 좁은 시야와 발상력이 과연 이 세상에 통할지, 잠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겠지요.
그리고 경험. 분명히 경험이 없으면 쓸 수 없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것은 거의, 전문적인 부분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그런 지식이 필요한 소설에는 유리하겠지만, 뒤집어 말하자면 다른 곳에는 전혀 쓸모 없다고 봐도 되는 것입니다. 순금, 또는 황금의 가치가 있는 물건을 손에 넣었다 해도, 그것으로 감자를 구울 수는 없다, 이 말입니다. 애초에, 천국이나 지옥, 또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는 반드시 경험이 필요하다, 라고 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당신의 머리가 텅 비지 않았다면, 공상하세요. 소설가는 현실을 그리는 직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전라의 꿈을 판매하는 것이 직업입니다. 다른 창작물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싶으시다면 책이 아닌, 자신의 주변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몇 만 배는 현명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소설가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연히 재능이지요. 소설을 쓰는 자들 중,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연코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습니다. 말로는 겸손을 떨어도, 모두 자신이 있으니까 자신의 적나라한 망상을 세상에 발표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한 명입니다만. (카이 쇼우코, p.2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