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여기가 아니지만 작품의 인식을 공유하고자 모였습니다. 냠냠.

고전부 시리즈로 유명한 요네자와 씨의 보틀넥. 솔직히 말해 읽고 감탄했습니다. 노엔 작품 구별법에 의거하여 분류는 팝으로 할 수 있겠으며 내용 자체는 무척이나...씁쓸합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료라는 소년은 만사 모든 일을 수용하며 달관하는 고교 2학년의 어두운 주인공입니다. 집은 불행히도 양친 모두 외도를 하다 사이가 아주 엉망이 되고, 형은 자아찾기 여행을 하겠다고 돈 받고 여행간지 2시간 만에 사고가 나서 사망합니다. 주인공이 사랑했던 노조미란 여자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는 불행히(?)도 사고를 당하고 사망합니다.

이런 인생을 살아온 어느날 혼수상태에 빠진 형이 결국 죽어버립니다. 주인공도 이날 노조미의 죽음을 애도하고 돌아가려 하는데, 애도하는 도중에, 별세계로 날아가버립니다.

이 세계는 가정세계라 해서 이른바 내가 없는 세계입니다. 그 대신 유산되서 죽었을 터인 누나가 나 대신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 세계에 갑작스레 떨어진 료. 결과적으로 료에게 있어선 사흘 간 그야말로 지옥의 연속이죠.

 

이 책의 띠지인 말을 빌리자면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가정의 세계지만 내가 없는 세계는 행복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나의 대신인 사키란 사람이 내가 해결하지 못한 불행을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모두 해결해 보입니다. 료에게 있어서 사키는 내가 없었다면 이리 됐을 거라는 결과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캐릭터였습니다.

사키의 행동의 결과는 료에게 있어선 이랬을 겁니다.
부모의 불행도 내가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형의 불행도 내가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노조미의 불행도 내가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불행도 내가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걸 달관하며 단념한 료에게 있어선 충분히 충격적인 결말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소설 내에서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기엔 서술이 너무 무미건조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기에 그걸 하지 못한 난 잘못된 것이고 그걸 해낸 사키는 올바르다. 모든 걸 긍정하고 저항없이 받아드린다면 상처받지 않는다. 이리 생각하며 살아온 료에게 있어서 자신의 삶이, 자신이란 존재가 철저하게 부정당하는 연속이었죠.
나의 대신이 있는 세계로 날아가, 나의 대신은 세계에 있어서 나보다 훨씬 나은 존재였다. 나는 틀린 것이다.

소설 내에서 사키는 주인공에게 계속해서 틀린그림 찾기를 시킵니다. 그건 어쩌면 료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계속해서 부정하는 행위였을 것입니다.
내 삶의 방식이 틀렸다기 보다 존재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전 소설 최후의 결론으로 봤습니다.

일단 결과적으로 료는 본래 세계에 돌아옵니다. 마지막 틀린그림 찾기. 사키에게 맞은 건 당신이고 틀린 건 나다.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당신이 부럽다고 말한 순간 원래 세계로 돌아옵니다. 료는 사흘 간 그곳에서 돌아갈 곳이 없다는 걸 철저하게 깨닫습니다. 그리고 본래 세계에도 더는 돌아갈 곳이 없죠.

절벽 끝에서 사키는 료를 필사적으로 설득시키지만 마지막에 료의 어머니로부터 온 것으로 추정되는 메세지가 한 통.

료에게. 망신줄거라면 영영 안 돌아와도 된다.

소설의 결말은 이걸로 끝납니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행보는 어두침침한 주인공과 그와 정반대 성격인 주인공의 대신을 두고, 자신의 대신을 보며 주인공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철저하게 부정당하는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불행한 일은 보통은 주변 탓으로 돌리며 다들 자신은 상처받지 않으려 하는데 료만은 약간 다릅니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전부 수용하고 받아드리는 것으로 상처받지 않고 살아갑니다.

전 처음 추리물인줄 알고 봤는데 점점 진행이 될 수록 추리물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추리적인 요소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솔직히 이런 류의 작품은 이제껏 접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선했습니다. 단권이니 꼭 한 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러나 사키를 만난 뒤로 조금씩 생각이 바뀌는 거죠. 불행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었다.

책의 띠지에 문구인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