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써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지 않을 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독자, 혹은 기자와의 대면으로 작품이 아닌 작가인 저 자신이 앞으로 나가서 '왜 그랬냐'라는 심판을 받는 살떨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세계는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봤던 세계관을 배경으로,

중학교 2학년에서 23살까지 8년 넘는 시간동안 많은 사건을 겪었어요.

제가 현실에서 나이를 먹으면서 넓어진 식견을 따라 그 세계안에서의 다양한 이야기를 봤어요.

처음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봐도 멋진, 즐거운, 화려한 이야기였지만

인간적인, 많은 일면을 보는, 인과관계나 사실관계가 얽힌 적나라한 이야기도 지금은 많이 보게 되었죠.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고 글을 쓰면 누군가가 물을 거에요.

'이 작품의 가치가 뭐냐?'라고 묻는 건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이 작품에 가치를 담았고 독자인 당신이 이 작품을 만나 선택하고 느낌으로써 작품에 가치가 생겼다.'

'느꼈으나 이 작품이 쓰레기같았으면 안 좋은 기억이 되었겠으나 더 나은 작품을 찾게 만드는 발판이 되었으니 그것이 곧 가치다'

말은 서투르지만 뭐 대충 이런 뉘앙스로 대답할 거에요.

아니면 또, 작품의 의도는 됐는 데 '넌 왜 이런 작품을 썼냐?'라는 저 자신에 대한 질문에는

'작품의 양식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내가 펜을 쥐었기에 쓸 수 있었다. 왜 쓰게 되었느냐는 순전히 내 욕구일 뿐.'

이 정도 대답에서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의도'는 곧 '주제'고 '전달의식'이라고 생각하는 데,

전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세계에서 딱히 하나의 주제를 못 찾겠어요.

각각 다른 사건, 다른 사람, 다른 환경들이 약간의 접점을 가지고 몇 개의 사건을 가졌는 데.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죄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와 상징을 가지고 있는 걸테고...

저는 그걸 하나로 압축시키질 못하겠고.

그렇게 '하나로 대답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결론이 나니 제가 제 작품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죄를 짓고 있는 게 싫어요.

만든 과정은 '아 이 사람은 이런 환경, 이런 성질을 가졌으니 이런 선택을 했구나'

->'이 선택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사건에 이렇게 영향을 끼쳤구나'였습니다.

답은 '작품 내 세계관에서 현실성있게 만들었고 적당히 보는 이들에게 '아 이거 수위 높다''이거 좀 비현실적이다'하는 게 없나 저는 검열해서 내놓았습니다'라고 하니

이건 의도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그냥 제 창작 과정이잖아요....

창작의도가 곧 작품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요?

엄연히 작품을 만드는 사람인 데 저는 '생각없는 망상꾼'정도에서 그칠 순 없어요.

저는 어떻게 제가 만든 이 아이를 잉태하고,

무슨 근거로 사람들에게 제 아이를 가치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굳이 답을 찾지 못해도 저는 결국 펜을 끄적이겠지만....

남들이 이걸 받아들이지 않겠지란 공포심일까요? 그런 단순한 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블엔진 자게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수가 있단 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다시 본업에 열중하고 오겠습니다.

모두들 공모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