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대로'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건 중학생 시기입니다. 국어책에 나온 시를 읽고 수업을 듣고 그제서야 이해하고 감동하고 나는 왜 수업을 듣지 않으면 이해를 할 수 없는지, 이런 예술적인 것을 왜 학교에서 획일적인 해석을 주입해야 하는지 그런 알량한 사색에 잠겨 글에 심취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은 고등학교까지 가서 언어는 1등급인데 수리가 7등급이 나오는 괴현상으로 나타났습니다...ㅋㅋ)

제가 느끼는 모든 것들을 자신에게 맞추어 해석해서 그걸 문장으로 옮기는 것으로 희열을 느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제가 쓰던 작품은 '작품'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런 글을 쓰면서도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교만한 자부심을 느끼며 나르시즘에 빠져사는 한심한 학생이자 자칭 글쟁이었습니다. 속으로 이렇게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작가가 되기보단 작가정신에 투철한 글쟁이가 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럼 작가 정신이란 무엇이니?' 라고 물었다면 '작가 정신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존나 멋진게 작가정신이 아닐까' 하고 대답할 것이 약간 정신이 나갔었던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대로 중2병이네요...ㅋㅋㅋ

그때만해도 장르소설을 보는 것은 즐기고 쓰는 것에 대해 경멸했습니다. 강제개행으로 기본적인 소설의 방식을 파괴하는 기교를 부리면서 독자의 시선을 끌고 200자 원고지를 상업적으로 더럽힌다고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죠.

저는 지금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장르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과거에 선망하던 글과는 동떨어진 그저 독자들이 원하는 즐거움에 철저히 맞추는 텍스트 콘텐츠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어린 시절 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알량한 몇백의 상금과 인세를 벌기 위한, '작가'라는 이름을 거머쥐고 대중의 관심과 경외심을 받으며 삶을 채워나가는 것이 과연 글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저는 그런 분에게 되려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저는 그에 대한 질문에

결국 글쓰기란 '나'를 알고 배우고 연구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할 듯 합니다.

순수문학이든

장르문학이든

페북이나 트위터를 하든

디씨인이 되어 갤러리에 싸지르는 글이건

예외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이 꼭 예술적 가치를 증명받아야 한다는 당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저의 미화된 회상과 추억담이었슴다 ^^;;

ps. 아직도 저는 어릴적의 저를 달고 삽니다.

그래서 간혹 그분이 질문을 하는 듯합니다. '향후 우리가 더 다양한 글세계를 보려주려고 해도 이 글이 이미지상으로 걸림돌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질문한다면

라고 일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의 어리고 순수한 모습이 싫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