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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In White(MIW)
글쓴이: 쇼팽 녹턴D#
작성일: 12-10-31 22:52 조회: 2,685 추천: 0 비추천: 0

Man In White (M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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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00. 소년은 가족이 필요하다.

별이라면 지긋지긋하다. ‘이라고 쓰려던 것을 오타 낸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하늘에 떠있는, 로맨틱한 연인들이 못 봐서 안달이 난, 별자리 할 때 그 이 싫다. 그 이유가 뭐냐고? 별은 나에게서 당연한 것들을 앗아갔다. 당연히 얻어야할 당연한 것들을.......

아들, 미안해. 엄마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러는 거야. 엄마 아빠, 이해해 줄 수 있지? 형 말 잘 듣고 꼭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모님 모두 어린 나를 두고 머나먼 타지로 떠나셨다. 젊은 나이에 아시아에서 손에 꼽는 천문학자인 두 분을 세계적인 미 항공우주국 NASA에서 연구원 섭외의 목적으로 초빙한 것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면야 자랑스러운 부모님을 두었다며 부럽다고 혀를 내두르겠지만 내게는 자랑스럽기는 개뿔, 나에게 외로운 유년기를 선사한 무책임한 작자들에 불과했다. 생활비와 안부 메일쯤이야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오지만 남들 다 있는 가족사진이나 추억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가족과 손잡고 가는 소풍, 졸업식 날 받는 큰 꽃다발 모두 내게는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특히 가족들과가 아닌 특선 영화와 함께하는 연휴들은 말 그대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때마다 만나는 Kevin 이 가족구성원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나에게 별이란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 아니, 그 이상의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 별에게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집에 돌아오는 길의 내 발걸음이 다른 날과는 달리 몇 배는 더 무거웠다. 한 손에 들려진 과 지망서, 진로 희망서 때문이다. 최대한 천문학 계열에서 멀어지고 싶은 나였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지긋지긋한 악몽 같은 추억이 있는데! 괜히 어정쩡하게 물리학과나 화학과 쪽으로 갔다가는 3년 전 형처럼 부모님에게 등 떠밀려 타지로 끌려가거나 연구실에 처박힐 것이 뻔했다.

그럼 문과를 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론 나도 그러고 싶지만, 국어나 사회 같은 문과 과목은 점수가 바닥을 쳤다. 반대로 빌어먹을 유전자 때문인지 노력하지 않아도 이과 과목 성적은 쓸데없이 잘 나왔다.

미치겠다. 미치겠어.”

입에서 암울한 독백이 쏟아져 나왔다. 어찌 이렇게 내 인생은 뜻한 대로, 생각한 대로 되지 않고 꼬여만 가는 것인지.......

이럴 때 학구열을 불태우는 부모 대신 옆에서 내 고민이나 들어줄 가족이 있으면 좋을 텐데. 난 언제쯤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혼자 걷는 이 길이, 그리고 혼자만의 고뇌가 내 외로움을 더 부각시키는 것만 같았다. 시야가 눈물로 흐려졌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으로, 아니, 나만의 은신처로 걸음을 내딛는 내 다리가 새삼 원망스러웠다. 나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서 있는 낡은 가로등 조명 아래에 우두커니 멈춰 버렸다. 고장이 난 수도꼭지 마냥 눈물이 계속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다.

나이 열여덟 먹은 남자 고딩이 청승맞게 울다니. 뒤늦게 창피해진 나는 눈물을 멈추기 위해 평소에는 그렇게 보기 꺼려하는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으면 그 나라 국민한테 보복을 당한다던데, 전생에 나는 하늘이나 우주라도 팔아먹은 모양이네.”

이렇게 혼자서 하늘을 보며 중얼거릴 때, 원수 같은 하늘 저편에서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별똥별 하나가 눈에 띄었다. 긴 꼬리를 단 별똥별은 다른 별들에 비해 훨씬 밝고 선명했다. 별똥별을 보니 옛날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5살 때였던가? 자기 전에 엄마가 읽어줬던 동화책의 한 구절. 그 책의 내용은 잘 기억 안 나지만 그 한 구절은 생생히 기억났다.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꼭 이루어진대.’

나는 눈물로 촉촉해진 눈을 꼭 감고 바보 같은 미신대로 소원을 빌었다.

내게 이만큼 뺏어갔으면 너도 내 소원 하나쯤은 들어줘라. 나한테 정주고 서로 아껴줄 수 있는 그런 가족 하나만 좀 줘라.”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 역시 현실은 동화와는 달랐다. 눈앞에 가족 구성원이 떡하니 나타날 리가 없지 아니한가?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렇게 생각하며.......

이게 뭔 바보짓인지.’

MISSION 01. 솔직히 말해서, 인턴사원은 월급을 더 줘야한다.

이보게, 지구인 소년. 내게 은신처를 좀 제공해 주시게.”

지금 나보고 이야기 한 거야?”

편의점에 들러 주말에 먹을 음식을 대충 사고, 세탁소에 들러 깨끗이 다림질 된 옷을 찾은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지름길을 통해 오피스텔로 귀가하려던 참에 스스로 외계인이라 주장하는 소녀를 만났다. 외계인이라니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내가 자네를 바라보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딱히 자네 말고 누구랑 이야기 한다는 말인가?”

나는 소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140센티 정도의 키, 길게 늘어진 은빛 장발 머리카락, 마지막으로 귀여운 외모와 날씨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하늘하늘 거리는 흰색 원피스와 얇아 보이는 흰색 카디건. 딱히 인간적으로 너무 귀엽다는 점과 (가슴이 작다는 점과) 원피스 빼고는 외계인으로 의심 되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대낮에 사람들이 활보하는 서울외곽 주택가에 외계인이 출몰하는 설정 자체가 무리수 아닌가?

저기, 죄송하지만 제가 같이 외계인 놀이 해드릴 시간이 없어서요. 먼저 가 볼게요.”

그래, 나는 최대한 상냥한 얼굴로 최대한 정중하게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무리수를 던진 소녀의 부탁을 거절하고 지나가려했다. 그렇게 은발머리 소녀를 뒤로 하고 갈 길을 가려는 순간 뒤에서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왜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것이요. 왜 아무도.......”

울렸다. 내가 여자를 울렸다. 순간 지나가던 행인 1, 2, 3 의 눈초리가 나에게 쏠렸다. 어이, 어이. 나 그렇게 나쁜 남자 아니라고 지나가던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않고 착하고 성실하게 자라온 대한민국의 꿈나무라고.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일단 소녀의 울음을 그치게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의심어린 분노의 눈초리는 변할 것 같지가 않았다. 지나가던 행인 2인 아주머니는 나를 보며 쯧쯧소리가 나게 역동적으로 혀를 차시며 한 말씀 던지셨다.

총각,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울리면 어떻게 하나. 가여워서 어쩌나.”

나는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은발소녀에게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녀석, 정말 구슬프게도 흐느끼고 있었다. 나는 일단 녀석에게 사과부터 했다. 뭘 사과해야 될지 몰랐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동네 전체에 바람둥이 총각이라고 소문나는 것보단 이게 낳지 않는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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