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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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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스토리 피니셔
글쓴이: 유우
작성일: 12-10-31 22:11 조회: 2,344 추천: 0 비추천: 0
스토리 피니셔

"또 떨어졌네."

또 하나의 소설 공모전에서 떨어졌다.

하이퍼 프롤로거. 그것이 내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다. 나는 정말 대단히 흥미로운 도입부를 쓰기로 유명하다. 몰입도, 소재, 재미, 케릭터.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글을 써낸다. 하지만 이야기를 끝내지 못한다. 흥미로운 도입부, 실망스러운 전개, 안 쓰느니만 못한 결말. 그것이 내가 완결을 낸 글에 붙은 수식어다.
하지만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바로 이런 나를 위해 시작 된 것 같은 기획전 들이 있었다. 0.5챕터의 승부, 컨셉 응모전 등, 내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분야를 모집하는 응모전이 존재한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데 강한 자신감을 가진 나는 당당히 응모했다. 당연히 통과했다. 최고의 조회수, 높은 평점, 재밌다는 수많은 댓글들.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밌는 글이 될 것 같다는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내가 보여주는 기획서와 이후 스토리를 보자 편집부 분들은 주저 없이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죄송합니다. 상금은 드리겠지만 도저히 출판하지는 못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1권까지는 출판해드리겠습니다.'라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1권 출판의 기회를 걷어차고 다시 글을 써서 응모를 시작했다. 결과는? 모두 참패였다. 최종심사는 커녕 1차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0.5챕터에서도 편집부의 '부탁이니 응모하지 말아주세요. 아니면, 소재 제공을 해 주시면 다른 소설가 유망주에게 넘겨주시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만 어떠신가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분이 무척 비참했다. 분명히 인정 받을 부분은 인정 받긴 했는데 도저히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아~ 나왔다네~ 나왔다네. 요정상 이므니다~"
...
열심히 지금 내 자신의 주변 묘사가 진행 되는 동안, 갑자기 뜬금없이 갸X상톤의 보이스로 야생의 요정이 나타났다. 요정은 나뭇잎 옷으로 중요한 곳을 가렸으며 포니테일과 녹색 눈이 포인트인 케릭터였다. 크기는 작은 주제에 바디 밸런스는 몹시 좋아서, 7등신에 D컵으로 보였다. 인간 사이즈로 바꾼다면 말이지. 뭐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므로 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겠다.
"야! 너 지금 나 무시하는거야?"
물론이다. 나는 하이퍼 프롤로거로서 이런 쓸데없이 하이텐션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에 응해줄 마음은 추호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력적인 케릭터,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사건, 그리고 개연성이 있는 세계관, 마지막으로 '색다른 맛'이다. 이런 뻔하디 뻔한 시추에이션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내 흥미도, 독자의 흥미도 끌지 못한다. 사라져라. 추악한 요정.
"야야야, 잠깐만. 우리 세계는 지금 너 때문에 난리가 났단 말이야!"
우와아아. 진부해. 멋대로 남의 생각 다 읽어내는 데다가 뜬금없이 나 때문에 다른 세계가 난리라고? 웃기고 자빠졌네. 저기 대여점의 판타지 소설 코너 가면 그런 소설 얼마든지 널렸으니까 가서 그거나 더 읽고 공부하고 와라. 요새는 그렇게 등장하는 요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아이 참."
나왔다. 아이 참. 너 현실에서 그런 대사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손가락 이전에 입술이 뭉그러져서 말을 못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을 마치자, 요정은 새침떼기 스러웠던 귀여운 얼굴에서 음란마귀가 낀 악귀의 형상으로 얼굴을 바꾸더니 거친 말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 진짜 성격 나오게 하네. 보자보자하니까 진짜 이 (띠-)가 미(띠-)가지고 진짜 니들 세계의 요정 컨셉에 맞춰서 연기 좀 해 줄라 했는데 이 따위로 쳐 나온다면 나도 난 대로 하것소이!"
아, 또 뻔한 전개. 진부함을 없애기 위해서 억지로 케릭터를 무너뜨리는 방법이지. 물론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 연재 종료를 앞 둔 작품이 인공호흡기 격으로 하는 행동이지. 한 마디로 너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거야. 들리니? 띠- 소리가. 그게 네 호흡기 떨어진 소리야.
"아 됐고 너 일로 와."
일로 오긴 뭐 일로 와. 21세기에 이런 비 상식적인 일은 당연히 몰래카메라일 것이 뻔하고, 이제 저기 어디 쯤 숨어들어온 내 동생이나 어머니가 나와서, 으,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런 곳에서 내 진짜 모습을 보이게 될 줄이야."
요정은 거대화하며 아름다운 굴곡을 모두 근육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나보다 큰, 아니 천장에 머리가 닿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작고 예뻤다. 한 마디로, 얼굴이 그대로라서 마치 듀라한(목 없는 기사)처럼 보였다. 침착하게 해설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최첨단 CG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간다."
분명히 나를 붙잡고 있는 이 손도 가짜. 그렇다면 이 비쥬얼과 싱크로 된 무언가가 조종을 하고 있을텐데, 인간의 시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이것이.....

그렇게, 슈퍼 프롤로거 김 시발(始發 시작의 시. 출발의 발. 항상 출발하는 마음가짐으로 살라는 좋은 이름 입니다.)은 이세계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문장부호도 빼 먹은 채로 현실을 부정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이 세계는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기괴했다. 뭐야 저 피콜로처럼 생긴 남자는. 왜 기분 나쁘게 식충생물한테 기어이 몸을 내 주는 건데? 아, 싱충식물이 애 낳았다. 근데 애가 카레라이스야. 도대체 뭐야 이게?
"네가 만들었던 세상이다."
....
"뭐?"
"너랑 말 섞기 싫지만 임무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츤데레냐. 진부하기 짝이 없다. 제발 때려 쳐 줬으면 좋겠다. 최소한 모습이라도 원래 요정으로 돌아오고 나서 하던가, 207등신의 괴물이 그런 대사 해봤자 애간장이 녹기는 커녕 눈이 녹는다. 썩어 녹아 문드러진다고. 이 근육 괴물아.
"이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정도로 새로운 세상을 만든 자. 그게 바로 너야."
"뭔 개소리야."
"사람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
"그야 당연하지."
그러자 요정은 고개를 끄덕이긴 개뿔 얼굴이 안 보인다. 가슴 근육이 왜 이리 발달되어 있냐.
"그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특권이지. 그 상상력은 이 세계, 그리고 또 다른 신화의 세계가 유지 되는 데 도움을 줘. 보통 인간에게 허용된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신화의 세계에 약간의 영향, 뭐 영양분이 되서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너는 너무 많은 상상력을 지녔어. 한 명의 인간에게는 과도할 정도로."
"그래서 뭐. 상상하는 인간은 고대 때부터 존재해 왔다. 그런 논리라면 너희 세상은 벌써 망한지 오래지."
"그래 맞아."
그렇게 말하며 요정은 거대한 손으로 손톱보다도 작은 머리를 빗어 넘길 수 있을 리 없고 그냥 손가락을 머리에 가져다 댄 모습으로 말했다. 듀라한이 '내 머리 어디갔지?' 하는 포즈처럼 보이긴 했다.
"망하지 않기 위해 우리 요정들이 있는 거야. 우리는 새로운 세계의 결말을 만드는 존재거든."
"결말?"
"그래."
이번에는 전투기 뺨치는 날개를 퍼덕이더니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갔다.
"-"
"멍청아 날아가면 내가 들리겠냐. 얼굴 크기 키우던지 도로 내려오던지 해."
그 말이 들렸는 지는 모르겠다. 이미 비행기 크기로 작아진 채로 하늘로 올라가 버려서 말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균형이 유지되는 거지."
"뭘 그래서야. 땅바닥에서 갑자기 튀어나오지 마라. 설명 하나도 안 들렸어."
하늘로 날아갔던 요정은 신기하게도 원래의 진부할 정도로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아니면 아까랑 다른 요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안 들렸으면 어쩔 수 없고. 하여간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존재에는 끝이 오도록 되어 있어. 하지만 존재들은 그것을 거부하지. 어떻게든 더 살고 싶어해. 그것은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중간 설명 빼먹으니까 이해가 안 되잖아. 뭐가 결론적으로 뭐가!"
내 목소리가 비명 소리 이후로 처음으로 자의적으로 커졌다. 하이텐션 도입부를 피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분노 때문에 대화가 성립이 안 된다. 설마 이게 요정의 노림수인가? 진정해야해. 침착해야한다.
"음. 쉽게 설명하면 이런 거야."
그렇게 말하더니, 요정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손이 다시 거대화하더니 내 목을 움켜 잡았다. 뭐야, 손가락은 왜 튕긴 거야.
"흡. 읍."
말을 할 수 없다. 숨도 쉴 수 없다. 귀여운 얼굴로 어마어마한 악력이구만 그래. 발로 급소를 차려고 해도 요정은 하늘에 떠 있는 데다가 발이 닿지 않는 높이다. 손으로 꼬집고 할퀴고 당겨보아도 요정의 근육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살고 싶지?"
나는 말조차도 안 나왔고, 대신 눈물이 찔끔 나는 것이 느껴졌다. 맹렬하게 눈을 위아래로 흔든다. 떨다시피해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아 젠장, 공모전 다 떨어지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영문도 알 수 없는 곳에서 꼬마돌 처럼 기형적으로 팔만 큰 요정한테 목을 졸리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여간 내가 고개를 맹렬히 끄덕이자 요정은 손을 놨다.
"존재하는 이상, 더 존재하고 싶어해.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야.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은 끝나야만 해."
요정은 팔을 원래대로 돌리더니, 아까 보였던 식충식물과 피콜로처럼 녹색인 남자와 카레라이스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것을 거부하면, 이렇게 되버리거든."
그렇게 말한 요정은 앞에 보였던 식충식물이 먹고 있던 피콜로 같은 남자를 꺼내주더니, 그 주위를 뱅뱅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싸구려 이펙트 효과같은 빛이 생겨나더니, 피콜로가 사람으로 변했다. 가만, 근데 저 아저씨 굉장히 낯이 익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녹색지구와 식물."
"뭐, 아. 아? 아!"
아 뒤의 문장부호가 달라짐으로써 깨달음의 과정을 표현한 나는, 기억의 저 구석탱이에서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오라오는 것을 느꼈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과제. 녹색 지구를 지키는 공상과학소설 써 보기."
요정은 설명을 하면서도 싸구려 이펙트 만들기를 그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흉악해 보였던 식충식물도 얌전한 나무로 바뀌었다.
"당시 네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인 카레라이스. 너는 카레라이스를 먹으면 모두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지. 그래서 쓰레기를 먹어 치워서 카레라이스로 만드는 식물을 생각해 냈어. 쓰레기는 사라지고, 세상을 구하는 음식이 등장 하는 거야.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의 어린 애 다운 망상이지. 그리고 그 카레를 먹을 사람을 너랑 좀 친했던 사촌 형을 이미지해서 써냈어."
카레라이스는 이펙트를 맞아도 카레라이스인 그대로였다. 그곳에 보이는 것들은, 분명히 내가 머리 속에서 한 번 그려냈던 완벽한 '녹색지구와 식물'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너는 거기까지만 쓰고 다시 쓰기 시작했지.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말이야."
맞는 말이다. 내가 마지막에 제출한 내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굉장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로 바꿔서 제출했다. 그야말로 아버지가 대신 써줬다고 해도 선생님이 믿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남은 이야기는, 방향성을 잃어버려. 하지만 존재는 하고 싶어해. 그 결과적으로 이런 기형적인 존재가 되는 거지."
"무슨 말이야. 단지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을 뿐인데, 왜 기형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거야?"
"녹색, 녹색. 우우.. 녹색."
그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사촌형의 얼굴을 가진 인간이 혼잣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괴로운 듯이 온 몸을 휘젓더니, 카레라이스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 몸이 아까처럼 녹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녹색, 녹색성장. 나는 녹색이 되어야 해. 녹색 지구. 녹색 인간. 카레라이스를 먹고, 녹색이 되어야 해."
"뭐야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방향성을 잃고, 네가 설정한 어설픈 설정만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기 위해 변화를 추구 하는 거야."
"무슨 말이야?"
"끝이라는 것은, 결국, 더 이상 변하지 않는 다는 것."
그렇게 말하며 요정은 아까와는 다른 빛의 이펙트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 세계의 존재들, 즉 카레와 나무와 인간이 회색으로 변하더니 돌처럼 굳었다.
"내게 자세한 내막을 설명해줄 의무는 없어. 나와 협력해서 이야기를 종결해 나가야 해. "
이번에는 손을 두 세 번 허공에 휘저었더니, 눈에 익은 노트와 로켓연필이 나왔다. 내가 저 글을 쓸 당시 즈음에 사용하던 것들임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끝내줘. 어떠한 형태로든, 더 이상 이들이 발악해서 '이세계'가 되기 전에."
솔직한 내 기분을 말해보자면, 황당했다. 설명이라고는 제대로 해 주지도 않는 변신형 요정에게 목숨을 협박당해서 글을 써야한다는 현실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만든 세계까 이렇게 알 수 없는 형태로 변형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더욱 끔찍했다. 평생 모르고 살아도 될 것 같은 사실 같기는 하지만 뭐, 봐 버린 이상 어쩔 수가 없다.
"좋아."
나는 로켓 연필을 들었다. 그리고 다 닳은 맨 앞 연필을 연필똥구멍에 넣어서 새 연필을 밀어 냈다. 촉이 살아있는 새 연필이 튀어 나왔다.
"근데, 어떻게 해야 이야기가 끝나는 거야?"
"그건 네 자유야. 다만, 네가 끝낸 시점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프리징 되어서 영원히 정체 하게 되지."
"프리징이라니?"
"변화를 하지 않는 다는 뜻이야."
"그러면 열린 결말은?"
"그건 인간 기준의 언어일 뿐이야. 또 다른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일 뿐, 닫힌 세계에 변화를 주거나 하지는 않아."
"그럼, 뭘 어떻게 써도 끝내기만 하면 된다는 거네?"
요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쓸데없는 말 한마디를 덧 붙였다.
"네가 그걸로 만족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결국 나는 시간의 흐름이 현실보다 느리다는 요정의 말을 믿고, 3일 동안 카레만 먹으며 글쓰기에 매진했다. 초등학교 때 자신이 쓴 일기를 다시 열어 본 기분이었다. 엉망인 문체, 맞춤법, 그리고 기승전결은 개뿔 의식의 흐름기법도 아닌 것이 아주 제멋대로 통통 튀는 글. 그랬구나. 그 때부터 하나도 변하지 않은 거였어. 기발하기만 하고, 수습은 할 생각도 없는 그런 글. 좋아. 내가 너를 끝내 주겠어.
"진짜 이걸로 만족하냐?"
"그래."
그렇게 말하며 원래의 현실로 돌아왔다.
"다음에 가야 할 세계는 역시나 5학년. 연애소설이다."
"야, 설마 내가 예지 보면서 상상했던 그 글이냐?"
"그래. 손만 잡으면 아이가 생기는 그런 글이다."
"아 젠장. 도대체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 지 감도 안 온다."
"뭐, 어떻게든 끝내기만 하면 되니까.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돼."
"내가 만족이 안 되니까 문제지."
"그건 네 사정이고. 그럼 바로 출발한다. 한 동안 현실 구경은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거야. 뭐, 그래봐야 한 세계당 3분 정도밖에 시간은 안 흐르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러냐. 그래."
그렇게 포기하며 대답하는 나는 또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곳에는 분명히 내 손과 발을 파괴시킬 공포의 과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 하는 법. 첫번째 똥을 치우며 깨달은 교훈이다. 또한, 똥을 남이 치우도록 만들다 못해 똥통이 넘칠 정도로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깨달은 것은, 나는 예쩐부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을 싫어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모든 존재는 끝을 맞이한다. 그것은 필연이며,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렇다면, 최소한 웃을 수 있는 결말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나온 세계에는, 사촌 형이 나와 함께 나무를 심으며 카레라이스를 먹고 있었다. 역시 내가 싼 똥은 내가 먹어 치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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