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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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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Crazy Taxi
글쓴이: 악당6호
작성일: 12-02-15 21:16 조회: 2,272 추천: 0 비추천: 0

0. 테스타로사의 그녀

# 1

공공도로 레이서들도 사라진 늦은 시각.

메린은 사이드 뷰 미러에 비친 헤드라이트를 보았다.

현재 속도는 시속 150Km. 놈은 속도계 바늘이 100km/h를 가리킬 때부터 따라붙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판 해보자는 심산이겠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여기는 레트로시티. 행성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열정의 도시였다. 레트로시티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몰고, 이 레이스로드 위를 달린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헤드라이트 불빛 너머로 노란차체가 드러나자, 사자가 그르렁대는 것 같은 엔진음이 실내로 기어 들어왔다.

아메리칸 머슬, 8기통 헤미엔진 정도일까?’

아메리칸 머슬.

대배기량 엔진을 장착해 직선가속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능을 보여주어 아메리칸 로켓이라 불리기도 하는 차다. 그런 것이 따라붙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비켜줄 생각은 없었다. 시운전 중이라 상태가 좋진 않지만 300마력을 내는 12기통 엔진과 프로레이서인 그녀의 실력과 자존심은 폼이 아니었다.

철컥철컥.

그녀는 자신의 앙증맞은 손으로 시프트레버 우악스럽게 휘저었다. 그리고 거친 발놀림으로 춤추듯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170km, 180km, 190km…….

페라리 테스타로사의 엔진음이 고조되는 동안 속도계 바늘은 어느덧 200km/h를 넘어서고 있었다.


저기 손님, 저거 좀 밟는데요?”

아직 200km/h 밖에 안됐잖아요. 내 자가용은 음속 밑으론 취급도 안 한 다구요.”

손님, 이건 설계된 지 100년이 넘은 내연기관 자동찹니다. 연료가 가솔린보다 좀 좋아졌다지만 우주선이랑 비교하면 실례지 않겠습니까?”

맞아요. 내 우주선한테 실례겠죠.”

모파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처음엔 참한 여자 손님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레이스하고 있는 두 차 사이를 통과해보라, 앞에 가는 차를 들이받아 보라, 뜬금없이 역주행해보라고 까지. 다른 우주에서 온 손님들을 많이 모셔봤지만 자기 목숨 아까운지도 모르는 손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안 따라가나요?”

아니, 저기요 손님? 링택시는 레트로시티를 두르는 개인투어차량입니다. 여기서 더 밟으면 손님은 물론이고, 제 목숨도 보장 못하걸랑요.”

잠깐만요! 방금 그 말, 손님보다 당신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요?”

내 목숨중요하고라 했슴다.”

그래요. 내 목숨은 별로 중요치 않죠. 왜냐하면…….”

그러니까 그런 의미가…….”

난 사이보그 행성에서 온 기계인간이니까요!”

같은 지구언어를 쓰고 있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들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당차게 내뱉은 여자 손님은 손목을 열더니 안에서 금괴 한 덩이를 꺼냈다.

오 골드! 골드! 골드!”

저 차를 앞지르면 주겠어요. 휴먼의 감성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나를 짜릿하게 해줘요.”

예나 지금이나 금은 비싼 물건이었다. 겨우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팔면 몇 년은 놀고먹을 수 있을만한 가치가 걸려있었다. 그런고로 조금 전까지 진상손님이었던 사이보그 손님은 순식간에 VIP고객으로 격상했다.

안전벨트 확인하시고 그 금괴, 잘 닦아놓으시기 바랍니다.”

모파는 키 박스 옆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바로 이 순간, 그가 모는 택시인 1970년식 닷지 챌린저에 걸려있던 출력제한이 풀렸다. 300마력이었던 출력은 반이 넘게 올라 500마력이 되었다. 500마력의 출력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타이어는 시속200km에서 차체를 밀어내면서도 하얀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220km/h, 230km/h, 240km/h…….

속도계바늘이 기록된 수치를 꺾어버릴 기세로 돌아간다. 그와 동시에 멀리 떨어져있던 테스타로사의 테일 램프가 점점 가까워온다.

이대로 가요. 더 밟아요. ! ! !”

옛 써~!”

명랑하게 대답한 모파는 브레이크를 콱 밟았다.

재촉이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코너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시보드에 이마를 찧는 손님을 보니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속도를 줄인 모파는 코너 안쪽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리고 e-브레이크를 잡아당겼다. e-브레이크는 보통 주차브레이크로 쓰이는 것이었지만 뒷바퀴만 걸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용도로 써먹을 수도 있었다. 바로 자동차를 미끄러뜨리는 용도였다.

챌린저의 앞부분이 코너 안쪽으로 말려드는 것을 감지한 모파는 곧바로 카운터스티어, 그러니까 차가 말려드는 반대 방향인 코너 바깥쪽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리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끼익! 끼이이이 !

챌린저는 뒷바퀴에서 자욱한 연기를 뿜으며 대각선으로 미끄러져갔다. 미끄러지면서도 방향을 유지한 채 코너를 돌아나갔다. 모파는 미끄러짐도 잘만 컨트롤한다면 독특한 주행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오오!”

사이보그 손님은 관성 때문에 창문에 머리를 연발로 처박고 있었지만, 탄성도 연발해서 질러댔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녀의 우주선은 이 택시보다 100배 이상이나 빨랐지만 이처럼 역동적이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손님의 반응에 만족한 모파는 좀 더 거칠게 밟아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손님이 이 정도 선에서 기절했었기에 챌린저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뻤다. 이 손님이라면 끝까지 지켜봐주고 요금도 제대로 줄 것 같아 행복했다.

테스타로사는 도망가지 못했다.

찢어지는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여전히 챌린저의 코앞이었다.

모파는 코너를 미끄러져 나온 챌린저가 자세를 바로잡자마자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러자 챌린저는 압도적인 토크로 튕겨나다시피 뻗어나갔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 마초적인 느낌이 일품이었다.

이제 챌린저는 테스타로사와 나란히 달린다. 코너하나를 앞에 두고 있지만 완만한 각도인데다가 도로까지 비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그 코너에서 승패가 판가름 날 것이다.

창문너머로 테스타로사를 모는 드라이버가 보인다.

본인이 몰고 있는 테스타로사의 색깔처럼 새빨간 머리의 소녀였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힐끗 쳐다보는 그녀에게 모파는 싱긋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 기분 좋을 리가 없겠지.’

마침내 작별의 시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즐길 수 있었고 금괴까지 챙길 수 있었다. 모파는 언젠가 다시 마주친다면 보답으로 같이 달려 주리라 다짐하며 e-brake를 당겼다.

타이어가 짧은 비명을 지르고 하얀 연기를 뿜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했지만 미끄러지기 시작하자 속도가 급격히 준다. 바퀴가 구르는 것이 아니라 타이어를 태우며 미끄러지기 때문이었다.

테스타로사가 미끄러지는 챌린저의 안쪽으로 파고든다. 챌린저와 가드레일 사이의 공간을 노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역시 그렇게 나오는구만!”

모파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러자 챌린저의 앞부분이 가드레일 쪽으로 깊게 기울며 말려들어갔다. 차 한 대가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법하던 틈은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로 줄어버렸다. 운전석 쪽 옆면전체가 테스타로사의 진로를 완전히 가로막아버린 것이다.

틈만을 보고 쫓아오던 테스타로사는 모르고 과속방지턱을 밟은 것처럼 움찔했다.

모파는 창문을 통해 테스타로사의 드라이버와 마주보며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바쁘게 입을 놀리고 팔까지 휘둘러대고 있었다. 뭐든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술 것 같은 기세다. 만약 몸집이 자그마한 소녀가 아니었다면 테스타로사의 대시보드가 멀쩡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휴먼의 감성이 녹아있는 승부!”

조수석에 앉아있던 손님이 외쳤다.

그녀는 테스타로사의 드라이버를 향해 장난스럽게 손기락을 까딱거리고 있었고 혀까지 날름거리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 휴먼의 승부를 지켜본 위대한 사이보그께서 말씀하셨죠. ‘최선을 다해 이겨라. 그리고 전력을 다해 놀려라.’ 라고.”

하하 그렇습니까? 살짝 맛이 간 건 종족특성이었나 봅니다.”

맛이 갔다는 건 무슨 의미죠? 게다가 그냥 간 것도 아니고 살짝 갔다니……. 누구 얘긴진 몰라도 그 사람 참 공손한 분이시군요.”

에이 손님도 그에 못지않으십니다.”

어머, 당신 그래 뵈도 보는 눈은 있군요? 고마워요.”

모파는 볼을 붉히는 손님을 보고 대꾸하기를 그만뒀다. 말할수록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요구하신대로 앞지르기도 했는데 슬슬 요금을 지불하시는 게 어떠실는지…….”

지금 달리는 도중에 요금을 내라는 건가요? 게다가 그 차가 아직 바짝 붙어있는데?”

. 아니, …….”

당당함을 넘어서 어이없어 하고 있다. 모파는 뻔뻔함에 압도되어 자기도 모르게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당연히 드려야죠. 약속한 건데.”

금괴를 내미는 손님의 얼굴엔 일말의 불만도 없어보였다. 한 대 쥐어박을까 생각까지 했던 모파가 웃고 있는 건 순전히 금괴 덕이었다.

애써 웃던 모파가 금괴를 집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

둔탁한 충격과 함께 챌린저의 뒷부분이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일정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가드레일이 다가온다.

와우 익스트림!”

빗나간 감탄에 딴죽 걸 여유는 없었다. 모파는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챌린저를 바로 잡기 위해 코너 바깥쪽으로 카운터스티어를 줄 수 있는 데까지 주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각도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미끄러지던 상황에서 자세가 흐트러질 만큼의 충격이 올만한 거리가 있었던가?

아무튼 잠깐 위태롭긴 했지만 테스타로사는 챌린저를 앞지르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

다행은 개뿔!

그 테스타로사가 챌린저를 들이 받고 있다. 들킨 김에 아예 작정하고 덤비는 건지 챌린저를 스핀 시킬 기세로 뒤쪽 펜더를 밀고 있었다. 아아,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고 해맑게 웃고 있는 테스타로사의 그녀를 보라. 챌린저를 때리는 테스타로사의 싸대기만큼이나 앙칼지지 않은가.

손님아 도대체 왜 그랬어요!? 괜히 속을 긁어가지고!”

네 글자로 인과응보라고도 한답니다.”

너는 뭘 태연히 맞장구치고 앉았습니까?”

뒤늦게 추궁해봐야 모파 본인만 손해였다.

챌린저의 상태를 말하자면, 앞으로 걷는데 머리보다 엉덩이가 앞선 격이었다. 카운터스티어만으로 방향을 바로잡기에는 차체가 너무 돌아가 버렸다. 거기다 이런 상태에서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되레 스핀 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지라 쉽사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테스타로사의 드라이버도 회생불능이라고 생각했는지 펜더를 긁으며 챌린저를 추월해버렸다.

최선을 다해 이기고 전력을 다해 놀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 사이보그의…….”

긴급 상황 발생! 좀 닥쳐주십시오.”

!”

브레이크를 밟으면 앞바퀴가 잠겨서 조향이 안 된다. 그럼 그대로 가드레일에 꽝.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챌린저의 자세를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모파는 카운터스티어를 넣으며 e-brake를 당겼다. 뒷바퀴만 제동이 걸린다면 속도를 줄이면서 최소한 조향은 가능할 거라는 생각에서 나온 마지막 희망이었다.

!

미끄러지던 챌린저는 조수석 쪽 뒷범퍼로 가드레일을 때렸다.

그 충격으로 챌린저의 뒷부분이 돌아왔던 방향으로 다시 밀리고 있지만, 속도는 액셀러레이터와 카운터스티어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줄어있었다.

모파는 아직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요금 내놔요. 수리비까지 얹어서!”

네에.”

요금도 받기로 했고 오늘 영업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마음먹는 모파였다.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던 챌린저가 마침내 원래 달리던 방향을 보게 되었다. 주위는 타이어에서 피어오른 연기로 자욱했고, 대파 위기를 넘긴 헤드라이트는 챌린저를 못보고 진입한 자동차를 비추고 있었다.

1. 챌린저 타던 그놈

# 1

모파가 눈 뜬 곳은 병실이었다.

커튼과 이불 그리고 침대, 심지어 간호사가 입고 있는 옷까지 온통 새하얀 풍경이었다. 그는 자신의 짙은 베이지색 군복바지와 까만 고글이 오늘처럼 거슬렸던 적이 없었다.

이번엔 돈 좀 만져보는가 싶었는데 결국 요 모양 요 꼴이 됐네.’

테스타로사의 소녀가 벌인 사태를 겨우 수습하는가 싶었는데 마침 교차로에 진입한 차가 있었다. 스핀을 바로 잡는 동안 진입한 모양이었다. 나름 피한답시고 가드레일까지 긁었지만 그날 운발이 다했던 것 같다.

꽝 하고 들이받은 후 몇 바퀴 구르고 옆에 널브러진 손님이 분리된 자기 머리통을 조립하던 것까지는 기억한다. 다음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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