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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일상마법
글쓴이: 장홍지
작성일: 11-10-15 23:59 조회: 4,565 추천: 0 비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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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걔랑 사귄다.”

“...”

뭐?

아니잖아.

분명 화두는 ‘PC방에 갈까?’이었잖아.

주가 현실도피고 부가 침목도모를 위해서 학교 끝나고 잠깐 게임 하러 가자는 말에 동문서답도 유분수지. 뚱딴지 같이 뭐가 뭐랑 뭘 해?

“…그렇게 됐다.”

담담히 내뱉으며 그 동안 둔한 움직임만 보여 주었던 ‘지만’은 재빨리 눈을 돌려 ‘의진’의 시선을 피한다.

… 너… 네가?

.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아…아이고야.

…뻥 치지마.

“내가 정말 어의가 없어서 웃는다. 너 미쳤어? 말이 되냐?”

감히 너 따위가?

오만상을 찌푸린 의진의 표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살집이 차고 넘치는 지만은 주의를 살피고는 목소리를 죽이곤 말했다.

“미안하게 됐다.”

“이 녀석아! 앞 뒷말 다 잘라먹고 대뜸 뭔 소리야?”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 예상하 지만은 이미 모든 비난을 받아들일 말투로 말한다.

“우리 한동안 대화가 없었잖아. 넌 학교에서는 잠만 자고 끝나면 집에 가기 바쁘고-.”

“외도한 와이프가 남편에게 하는 말처럼 하지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뭐라 할 말이 없어 애매하게 손을 내졌다 말았다.

뭔가 엄청나게 일이 잘 못 되고 있어.

있지, 난 네가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방방 아니 뛸 수 없다.

의진은 ‘침착해야지, 침착해야지.’ 어떻게든 이성을 되찾겠다며 지만의 눈을 마주보았다. 게임 할 때에도 지만의 단춧구멍 같은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던 적은 없다.

심장은 터져 나올 만큼 펄떡펄떡 뛰었고 뒷골은 지끈지끈 아파온다.

아이고 야.

“역시 부럽지?”

-헐.

방심을 틈타 들어온 공격으로 의진의 몸 속 깊은 곳에서 어이없는 탄식이 내뱉어졌다. 도대체 오늘이 무슨 날이길래 나한테 그러는 건데? 내가 뭘 잘 못 한 거야?

말이 되냐? 진짜 왜 그래? 내가 먼저고 네가 나중이잖아.

도토리 키 재기지만 너보다 키가 크고 마르지는 않았어도 너보다는 훨씬 날씬해. 덤으로 너도 못 찍은 만랩을 내가 찍었다고.

? 왜?

너! 너! 사이버 러버 아니야?

걔라는 존재가 사람이긴 한 거냐고? 마나카쨩이라던가 네네쨩이라던가?

아~ 그래, 너 게임이야기 하는지? 고등학생 되더니 게임에 빠져 사느라 현실과 허구를 구별 하는구나?

뭐? 아니라고?

누가 누구랑 사귀는 건데? 네가? 걔랑? 걔는 인간이라고?

맙소사-.

너 짝사랑을 착각하는 거겠지.

쌍방통행? 연정이? 걔가 누군데? 같은 반이야? 우리랑 같은 중학교 추신? 난 그런 얘 몰라. 뭐? 너도 몰랐다고?

어떻게 구슬렸는데?

너 재벌이야?

돈 많아? 출생의 비밀이라도 간직한 거냐?

아이쿠-!

이 자식아, 넌 이용당하고 있는 거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방방 뛰어 댔다. 그러다가도 지만의 얼굴을 살피며,

“아니- 아니지. 난 네가 못생겼다는 말이 아니잖아. 여자라는 족속들이 원래 그런 거야. 히스테릭하고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알고 저 편할 대로 쓰다가 필요 없으면 가차 없이 버리는 종족이라고. 넌 딱 멍청…… 아니, 넌 순진하게 생겼잖아. 이용해 먹기 쉽다는 거지. 그러니깐 난 절대 반대야. 이건 친구로서 충고이자 조언을 하는 거라고.”

“…뭐,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생각해.”

생각이나 하고 내뱉는 거야?

단박에 말을 자른 지만은 ‘가지지 못한 자의 삐뚤어진 선입견이겠지. 매사에 부정적인 의심 병이나 고쳐.’라며 의진을 불쌍해했다.

맙소사소사소사….

거만 떨지마, 곧 차여서 울보불고 할 자식이.

의진이 내뱉는 말이 뭐든 간에 통하지 않는다. 지만의 눈에는 의진은 그저 질투에 눈먼 자. 의진은 사나이의 경쟁에서 진 거다.

왈가왈부 얘기해봤자 자신만 손해라는 걸 알고 있다.

“너니까 특별히 비밀을 공유해 준거야. 너 반응 보니까 다른 얘들도 어떻게 나올지 알만하다. 실은 원래 말 안 하려 했는데 젠이 자기 편을 만들어 연애를 돕게 하라고.”

“젠?”

“인터넷 방송BJ, 몰라? 이건 절대 자랑하고 싶어 말하는 것이 아니야. 젠이 비밀연애란 게 완벽할 수가 없데. 그러니까 당분간 딴 녀석들에겐 말하지 말고 날 잘 보필해줘.”

의진은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삐딱하게 눕혔다.

?

“넌 인터넷 방송 요즘엔 안 듣지? 그래도 젠을 알고 있지?”헤헷 지만이 웃는다.

아니, 듣느냐 안 듣느냐가 아니라…. 너 그런대서 고민 상담도 받는 거야? 연애를 도우라니? 그럴 리가 젠이 그런 말 할 리가 없잖아.

그나저나 비밀연애? 탐탁지 않은 되물음에 ‘걔도 걔만의 사정이 있겠지.’라며 구시렁대었다.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죽겠지만 여친이 기라고 하니 억지로 기는 형국일께 뻔했다.

그럼 나도 모르게 둘이서만 하시지. 나한테는 자랑 하고 싶었던 거야? 의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패배를 인정 하란 말이지?

헤헤? 넉넉한 살집에서 나오는 지만의 미소가 커질수록 의진은 점점 부루퉁해 지고 있었다.

“….”

맘에 들지 않아.

지고 만 거다. 내가 진 거라고. 이 녀석한테-. 이 녀석한테 진 거라고! 내가 너만은 이길 거라 생각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분노가 생생하게 전해지는 침묵이 흘렀다.

이건 아니다 싶어 죄라도 진 사람처럼 지만이 어쩔 줄 몰라 머쓱하니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웬일이냐? 네가 먼저 게임 하러 가자고 하고? 너 항상 학교 끝나면 집에 가기 바빴잖아?”

안가. 이제 가고 싶지도….

말을 잇다 말고 순식간에 의진은 씁쓸함과 피로감에 맥이 풀려 어깨가 축 처지고 말았다.

“그냥 다시 여친 얘기나 하자. 그래, 걔가 누구라고?”

집에 있는 뭔가를 생각하는 것 보다 네 여자친구 이야기를 듣는 편이 마음이 편해져.

그래, 순식간에 내가 무슨 상황에 놓였는지 조차 잊어 버렸잖아.

01.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여친을 여친이라 부르지 못하고.

“어느 님이 물어보시는데 내가 비밀연애를 하면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말 했었나? 난 도통 기억이 안 나는데?”

제노: ????

낭랑18세: 있었나요?

바바: ㄴㄴㄴㄴㄴ

오나전드래곤: 미녀 들어왔어?

18만원: 갑자기 왜? 누가 물어? 딴 방송이랑 착각했겠지.

그렇지? 그런 적 없어.

책상 위 모니터 2대.

한쪽 모니터는 게임화면 또 한쪽은 채팅 창.

바쁘게 움직이는 키보드 위의 손. 그리고 손보다 바쁜 의진의 입.

인터넷 방송의 BJ. 의진은 젠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지만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리에 방방 뛰었던 자신보다도 더 방방 뛸게 분명했다.

주로 하는 건 음악방송과 게임방송. 그래 봐야 음악이나 게임 중간에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 정도 이다.

의진도 왜 나 같은 놈의 방송을 들을까 싶었지만 1년 전부터 시작한 방송은 3달째부터인가는 애청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부쩍 늘어났다.

들어주는 사람이 늘어나니 방송 일수도 늘어나고 당연 시간도 길어졌다.

그렇다고 새벽까지 이어진 방송에 비몽사몽 실없는 말을 내뱉었다 해도 비밀연애라던가 연애를 도우라고 했던 말은 절대 한적 없다.

‘했던 말 또 하긴 했어도 했던 말을 기억 못 할리는 없잖아.’

허를 찔리고 만 것이다.

이 녀석이 이 정도로 치밀할 줄이야.

비밀연애라는 옵션을 깔고 젠의 고민상담이라는 트릭을 만들어 자랑하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젠 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겠지. 썩을 놈.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면 되잖아. 그 녀석 더 구차해졌어.

아니, 그보다-. 돌이켜 생각하면 애써 태연한 척, 지만 앞에서 쿨한 척 하는 편이 좋았을 터다. 이성적으로 어른답게 행동했어야 했는데, 분명 잘되는 꼴 봐서 배 아파하는 걸로 보였을 거다.

그 녀석은 내 이런 반응을 즐기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가치밀어올랐다.

차라리 대인 배인 척, 군말 없이 ‘축하한다’라고 사나이답게 말하는 편이 좋았을 텐데 신음을 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집에 오기 싫어 PC방에서까지 게임을 하고 왔는데 손에 잡힐 턱이 없던 게임은 집에서 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고 말았다.

게임화면에서 나오자 댄스음악이 의진의 이어폰에서 시끄럽게 흘러나왔다.

“남자가 여자한테 그리고 여.자.가 남.자.한.테 주위 사람한테 연애 사실을 숨기자고 할 때는 켕기는 뭔가 있기 때문이에요. 뒤가 구리죠. 떳떳하지 못한 거에요.”

듣고 있나? 오지만.

뜬금없는 말에 채팅 창에 글이 빠르게 올라왔다.

뭐? 비밀연애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그리고 그게 나라고? 미쳤냐? 내가 널 돕게?

“벌써 새벽 2시네요. 오늘 방종할게요.”

[에엥? 어째서? 더해 더해.]

의진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상당히 거슬려 인상을 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철저히 무시하며 의진은 들리는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했다.

마가 낀 게 분명하다. 삼재라던가. 그게 아니라면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다.

“이상 ‘젠’이었습니다.”

마이크를 끄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 활성화되어 있는 채팅 창에는 오늘 방송이 어땠는지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기 바빴다.

오나전드라곤 : 오늘 미녀안옴?

djWjfkr : 젠님은 며짤임?

젠바라기 : 20eozzz

낭랑18세닷: 20대 ㄱㄱ

낭랑18세닷: 오빠 목소리 짱 멋있긔

젠바라기: 우리 정모 언제 해요?

방장 젠 : 내일 봐요.

바바 : ㅃㅃ

오나전드라곤: 오늘 미녀 안 오냐고!!!!!!!!!!!!!!!!!!!!!!!!!

젠뿐 : 안녕히주무세요.

오나전드라곤: 얼굴 까봐 새끼야 말씹냐.

오나전 너는 블랙이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오나전드라곤의 아이디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당당히 얼굴도 보여줄 수 없다. 그들이 아는 나는 내가 아니다.

[이봐, 이봐-. 재미있는데 계속하지. 나도 게임이나 배워 볼까? 진작에 이리도 재미있는 행위를 하지 않았는지 내가 참 원망스럽다니까. 일단 컴퓨터부터 배우는 편이 좋겠지?]

“….”

컴퓨터를 끄고는 한참을 자리에 앉아 돌아보지 않았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더 이상 대꾸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뭐가 잘못 되었을까.

[내 말 무시 하는 거냐?]

….

현실에서도 블랙 걸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나지막한 한숨.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 되려나.”

우수에 찬 눈빛. 이 방송이 만약 보이는 방송이었다면 이 촉촉한 눈빛을 보여 줄 수 있었을까.

[꼴갑떨고있네. 죽는 김에 화끈하게 한 건 하고 죽어. 사내자식이 소심해가지고.]

“모두 당신 때문이잖아요!”

난 폼도 못 잡냐?! 거칠게 항의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

[웃기는 소리하지마. 이 모든 일은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뭐? 샤방샤방? 나이 속이고 이름도 속이고 직업도 속이고. 그년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 줄 알아? 그년이 알면 넌 그날로 초상날 이야.]

“난 속인적 없다고!”

탁-.

주전자의 뾰족한 주둥이가 의진의 머리를 강타했다.

“윽-! 무슨 짓…윽”

[존말해, 짜샤. 말 꼬랑지는 어다 다 잘라먹는 거야? 내가 살아도 너보다 백만 년은 더 살았어.]

억울해. 억울해. 찌릿한 아픔이 전해져 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전 속인적 없어…요. 한 번도 방송에서 저에 관해서는 언급한적 없다고요. 모두 자기네들끼리 만들어 낸 거라고요.”

액체 따위를 데우거나 담아서 따를 수 있는 긴 주둥이를 가진 쇠로 된 그릇이 의진 눈 앞에서 방방 댔다.

석 달 전부터 의진의 인터넷 방송의 애청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녀가 있다.

‘젠님의 방송 잘 듣고 있어요. 젠님 사랑해요. 저와 만나주세요.’

미녀.

자기가 자기보고 미녀라는 아이디를 붙이다니.

방송의 애청자를 자처하고 있는 미녀가 자신의 사진을 젠의 방송 게시판에 올려놓아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처음 45도 각도에 두 눈을 치켜들고 찍은 사진은 미인판명이 힘들다고 하자, 정자세의 사진도 올렸다.

대단한 자신감이 아닐 수 없는데 그것도 의진의 눈에는 얼짱의 홍수 속에 그저 그런 포토샵의 산물 충 하나처럼 보였다.

어차피 못 먹을 감이다.

‘얼짱이 듣는 방송’. ‘미녀가 선택한 방송’. 그리고 ‘미녀가 방장에게 구애하는 방송’ 별다른 장점이 없어도 젠의 방송은 이 상태만으로도 사람들의 흥미를 유도하기에 충분했었다.

‘뭔 대단한 놈이길래 얼짱이 매달리는 거야?’

하지만 자신 자체를 오락거리로 치부하고 싶지 않았던 의진은 시큰둥하게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여자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지 ‘목소리가 예전 첫사랑과 같다’라던지 ‘보고 싶다.’ ‘만나자’라는 등 몇 일 전부터는 사귀자는 뉘앙스의 말을 서슴지 않고 하기 시작했다.

예쁘니까 사귀어보라는 사람들의 재촉에도 일단 변명으로 그 여자 사진은 도용일지 모르고 또 도용이 아닐지라도 순 사진빨이라 실물과는 엄청난 격차가 있을 수 있다며 만남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미녀 쪽에서는 당연 사진을 보고는 대쉬가 들어 올 거라 예상한 모양인데 의진은 젠이 될 수 없다. 이 여자도 어찌 보면 자신을 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거다. 호감을 가져도 호감에서 끝나야 되는 관계이다. 의진의 모습으로 젠을 행세하기에는 멀리까지 와버렸다.

젠이라고 불리는 의진은 20대라고 알고 있지 않는가. 갑자기 교복 입은 고삐리가 미녀 앞에 나타난다면 구애하던 미녀는 당장 의진의 면상을 손톱으로 긁어 놓을게 뻔하다.

저런 여자일수록 분명 위험하다.

인터넷의 익명성에 편중한 사기극으로 뉴스에 나올지 몰랐다.

그런데 하루 전.

자정이 넘은 시간. 방송을 마치고 채팅을 닫으려는데 한동안 뜸했던 미녀가 오랜만에 말을 걸어 왔다.

미녀님의 귓속말: 나 선물 보냈는데ㅎ

젠님의 귓속말: 무슨?ㅋㅋㅋㅋㅋ

미녀님의 귓속말: ㅎㅎㅎㅎ 하나 둘 셋 도착!

쾅쾅쾅-.

?!

간 떨어질 뻔 했잖아! 둔탁한 울림. 그리고 날카롭게 내리찍는 초인종 소리.

“의진아! 아빠 왔다.”

당황해 얼른 컴퓨터를 껏다. 지금 이 시간까지 컴퓨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면 엄마가 있는 곳으로 보낼 것이다.

방금 자다 일어난 척 치밀하게 머리를 헝클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빠는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나잖아.’ 라고 헤롱헤롱 변명을 늘어 놓으며 낯선 남자에게 엉거주춤 부축된 의진의 아버지가 있었다.

“아빠-.”

도대체-.

방송하느라 아버지가 아직 들어 오지 않았다는 사실 조차 잊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아들 걱정했구나.’라는 말은 혀가 꼬부라져 겨우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적당한 선에서 말렸어야 했는데-.”

아버지를 부축하고 있던 남자가 깍듯이 존대를 하며 고개를 숙이자 의진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반듯하게 생긴 남자.

아버지 회사 동료라면 약간 비어있는 머리 숱에 볼록한 술 배를 가진 아저씨들이 전부다.

“뭐하냐? 아들. 우리 부장님께 인사 드리지 않고?”

부장…님?

머리 속이 바삐 움직였다.

‘아이쿠 최부장님 들어가요. 딱! 딱! 한잔만 더합시다.’라며 새파랗게 젊은 부장이라는 사람에게 매달려있었다.

“오늘은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다음에 하도록 하죠.”

“우리 부장님. 딱딱하셔라. 늙은 놈이 밑에 사람이라 우습게 보이는 겁니까? 그래도 내가 인생 선배잖아~!”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현관의 붉은 센서 등이 꺼지자 의진은 재빨리 손을 내저어 불이 켜지게 했다.

아버지를 안고 있는 부장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센서 등에 그 정도로 보이면 고단한 여정이었을께 뻔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의진은 부장이라는 사람에게 기대 있는 아버지를 옮겨 받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평소에는 이러시지 않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의진의 등줄기에 식은 땀이 줄줄 흘렸다. 아무리 봐도 액면은 아버지의 말단 후배처럼 보이지만 짧은 대화로 봐도 이 사람은 높으신 분이다. 우리아빤 주임이잖아. 주임보다 부장이 높은 거지? 그런 거지? 그 나이에 그 직위라니.

‘뒤 빽이 화려하다던 낙하산.’ 속내를 들어내시지 않던 아버지가 술만 드시면 하는 어떤 사람의 뒷 흉.

아빠의 두 어깨에는 저만 있지 않잖아요. 타국에서 공부하는 수진이는요. 엄마는요. 함부로 대하다가 밥줄 끊긴다고요. 요즘 젊은 놈들이 더 무섭다고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전 이만. 아버지를 부탁 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요. 저야말로요.”

문이 닫히고 의진은 제발 ‘최부장 어디가. 당장 나타나지 못해?’라는 아버지의 부름이 제발 문밖으로 세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오늘 정말 여러 가지 하네.

현관에서부터 엉거주춤한 자세로 매달려 있는 아버지를 가까스로 안방침대로 옮겨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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