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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otherwise
글쓴이: 시율
작성일: 11-10-15 23:58 조회: 3,923 추천: 0 비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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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뿌득-소름 끼치는 소리가 뼈를 통해서 들려왔다. 손아귀에 질겅거리며 질퍽한 촉감이 달라붙었다. 점성과 비중이 높은 질척하고 뜨거운 액체가 손가락의 지문 틈까지 비집고 들어왔다. 생명이 사라지는 감촉.

그녀는 질척이는 소리가 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정도 밖에는 나지 않았지만 그륵그륵 거슬리는 숨소리와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 오르는 소리가 악몽 같았다.

오늘도 임무를 성공했다.

오늘도 살인을 저질렀다.

슬픈 것인지, 즐거운 것인지, 고통인가, 쾌락인가, 행복한지 불행한지, 안도했나, 불안한가-도무지 알 수 없는 극단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는 아이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했다.

입으로 피를 토해내는 남자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던 그녀는,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상념과 표정을 지우고 손을 빼냈다. 충분히 육중한 몸이 쓰러졌지만 고급 호텔의 융단은 울려 퍼져야 할 소리를 집어삼켰다.

일을 끝냈으면 가능한 빨리 현장을 떠날 뿐, 감상은 나중에 품어도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생각조차 지워버렸다. 애초에 그런 것은 자유로운 인간이 하는 짓이다.

내가 생각할 일은 아니야.

쓸데없는 생각은 행동을 둔하게 만든다. 주의가 다른 곳으로 흐르고, 분명 설치되어 있을 함정이나 감시로부터 몸을 숨기는 일을 어렵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심장을 부숴 죽이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살인은 살해방법을 알 수 없고, 절대로 회복을 할 수 없게 만들지만 의식이 사라질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말로 할 수 없는 통증이 있겠지만,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몇 초 안 되는 시간 동안 한 가지 일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정도는.

바닥을 통과해서 미리 빌려둔 아래층으로 이동하는 순간, 목 부근이 남았을 때 문이 부숴지며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 예정에 이렇게 빨리 들키는 내용은 없었는데-그나마 기습당하지 않은 것에 감사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고양이처럼 사뿐하게 호텔 바닥에 발을 디딘 그녀는 몇 번을 같은 방법으로 아래층으로 이동했다. 물론, 아래층 역시 이미 빌려둔 상태였다.

3개 층을 같은 방법으로 내려온 그녀는 옷을 벗고 손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샤워라도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낌새가 좋지 않았다. 어째서 그렇게 빨리 경호원들이 돌입했을까?

짧게 스치는 의혹을 무시하고 서둘러 회색 플리츠 스커트와 블라우스, 재킷 차림이 된 그녀는 시그 P226 한 자루와 컴뱃 나이프를 포함한 무장과 휴대전화가 들어있는 핸드백을 들고 호흡을 정돈했다. 지금부터는 평범하게 움직여야 했다.

능력은 분명 편리하지만 장시간, 혹은 무한정 반복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식이 물렀다. 물러터졌다. 평범한 싱글베드 호텔방의 문을 열고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폭발. 음속을 넘는 파편의 질주. 코앞까지 다가온 육중한 콘크리트 덩어리. 폭염.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산산조각 난 것이 아니다. 희미한 윤곽이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내려간 층에서 그녀를 반긴 것은 총탄의 호우. 9 x 19mm 파라블럼 탄부터 5.56 x 45mm 나토 탄이 쏟아져 호텔방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능력을 풀지 않았기에 벌집신세를-혹은 걸레짝 신세를-면한 그녀는 벽을 통과해서 옆방으로 이동, 창문을 깨며 몸을 날렸다.

아직 지면까지는 30층 이상 남아있었다. 뉴욕의 고층호텔을 원망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손을 흔들어 팔에 장착하고 있던 와이어를 발사하고 10층 정도를 한 번에 내려와 창문을 통과해서 들어갔다. 이레귤러 발생에 따라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설마 여기까지 추적이 계속될까 싶었지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분명 일반객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동으로 욕설을 뱉어냈지만, 격철을 당기는 소리와 함께 다시 밑으로 이동했다. 만일의 상황에 따른 매뉴얼 대응. 2 탈출경로가 이미 점거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오히려 더욱 냉정하게 만들었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마련되었는지 얼음보다 차갑게 식은 머리로 추측했다. 나타나는 가능성, 하나 둘 셋. 하나와 둘의 가능성은 희박했다. 세 번째 역시 희박했지만 가장 의심스러웠다. 그렇다면 실험을 통해 검증한다. 3 탈출경로가 되는 곳으로 그녀는 벽을 통과하며 움직였다.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호텔의 구조를 따라가자 나타난 곳은 엘리베이터 샤프트. 40층을 넘어가는 호텔이라 고속 엘리베이터 정도는 준비되어 있었다. 세찬 바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

그런 소란이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운행조차 멈추지 않았다.

물론 오늘 그녀가 죽인 사람의 신분을 생각하면 큰 소동으로 발전시키고 싶지는 않겠지만. 그녀는 능력을 풀고 가느다란 와이어에 의지해 낙하를 시작했다. 허리띠에 장치해둔 강하기(降下機)가 소름 기치는 소리를 내며 와이어를 풀어냈다. 고속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샤프트는 상하로 엄청난 바람이 불어댔다.

감각으로 20층 이상을 내려왔다고 판단했을 때,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공기의 정체. 바람이 멈춰버렸다. 좋지 않은 느낌을 받은 그녀는 그대로 능력을 사용했다. 1초의 차이도 두지 않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 확신을 얻은 그녀는 다시 한 번 벽을 통과하고 작전에 없던 새로운 탈출루트를 계산-실행에 옮겼다.

적에게서는 분별을 느낄 수 없었다. 일반인-이라기에는 사회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사람들-도 많이 머무는 호텔에서 총질을 하고 스턴 그레네이드를 던져대다니. 그래서 그녀도 분별을 보이지 않기로 했다. 작전에 따라 보유한 무기 외에도 따로 준비했던 무기는 있었고, 개인적으로 준비한 이동수단 역시 호텔 주변에 상비해둔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결국은 이런 순간이 오다니.

핸드백을 열고 연막탄을 던진 그녀는 가느다란 클래식 시계의 문자반을 세 번 눌렀다. 호텔 각층 비상구에서 연기가 격렬하게 뿜어지고 곧 이어 화재대피방송과 종소리가 귀를 때렸다. 작전 개시 전에 미리 준비해둔 연막장치였다.

작전내용에 의해 준비된 탈출경로가 모두 막혔을 경우를 대비한 독자적인 방어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에 기뻐할 틈도 없이 호텔을 나선 그녀는 준비해둔 대형 바이크에 올라탔다. 절규하는 엔진음과 함께 튀어나가는 차체에 딱 달라붙은 그녀의 뒤를 따라 몇 명의 추격자가 나타났지만 변속을 반복하는 바이크를 정확하게 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작전 성공. 항구에서 배를 타기만 하면-

이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함정을 헤치고 나온 성취감.

자신의 준비가 유효했다는 만족감.

그것이 가져온 방심이 한 순간 주의를 늦췄다. 평소라면 분명히 주의했을 것이다. 어떠한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더라도, 엄청난 전과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순간 방심을 하면 당하게 되는 일격.

칼날과 같은 살의에 소름이 돋은 것은 순간이었다. 인식하자마자 그녀는 능력을 사용했다. 폭풍 같은 바람 속에서 그녀의 몸이 흐릿하게 변했다. 다만, 아주 조금-100분의 1초 정도 늦었을 뿐이다. 탄환은 초속 800미터 이상의 속도로 몸을 파고들었다. 0.01초라고 하더라도 8미터를 넘게 날아가는 탄환이 몸통을 반쯤 파고들었다. 바이크의 카울을 때려부수고 대구경 탄환이 아스팔트에 박혔다. 그 전에 탄환의 세례를 받은 가녀린 몸통은 내장을 반쯤 뜯어 먹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나마 탄환이 닿았을 때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몸통이 반쪽으로 갈라졌을 것이다.

바이크가 잠시 비틀거리다가 중심을 잡고 더욱 속도를 높였다.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그녀는 핸들을 놓지 않았다. 여기서 떨어지면 정말 죽는다. 그나마 완전히 관통되기 전에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질주하는 바람이 산들바람처럼, 두개골을 흔드는 진동은 요람의 흔들림처럼 느껴졌다.

긴급이송! 방호부대는 남긴 흔적을 지워!

빠른지 느린지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몽롱하게 뜬 눈으로 주변 풍경이 흐릿하게 흘러갔다. 새벽의 빛이 지나고, 흙먼지, 수많은 비행기가 보였다. 이제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HCV 준비해요. 의식폐쇄!

대사작용 중지시켜요. 신경신호 강제연결.

푸욱-하고 무거운 액체가 전신을 짓눌렀다. 코와 입으로 액체가 흘러 들어 폐를 채웠다. 돌덩이 따위는 비교도 안 되는 무게가 안쪽에 자리잡았다. 사방에서 한 치의 틈도 없이 채우고 있는데. 괴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도 살인을 했다.

오늘도 살아 남았다.

-는 생각을 하며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Chapter01 - Steal & Escape

오늘 또 한 명의 인간을 죽였다.

쌓여가는 죄.

쌓여가는 벌.

남겨진 내일까지, 얼마나 많은 수의 인간을 더 죽여야 할까.

1

침대에서 눈을 뜨자 눈이 아팠다. 빛의 자극에 의한 통증은 아니었다. 은근하게 전체가 빛나는 천장은 간신히 책을 읽을 수 있을 수준. 이 통증은 빛보다 무거운 물질에 의한 것이었다. 갑자기 가해진 자극 때문에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고 몸을 일으켰다.

아무런 장식도 없어 살벌하다고 할까, 무미건조한 파이프 침대가 가볍게 삐걱거렸다. 내 숨소리를 제외하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무음공간을 나는 멍하게 둘러봤다. 내가 누워있던 침대, 아무런 장식도 없는 바퀴 달린 의자, 하얀색 슬리퍼, 탁자겸용의 서랍장이 보였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탁자 위에 쪽지가 하나.

[깨어나면 식당으로]

라고 쓰여있는 쪽지가 놓여있었다. 마침 배도 고파서 망설일 필요도 없이 슬리퍼를 신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장식 따위는 일절 없는 어두운 방. 색채가 없는, 오로지 어둠만 질척질척 내려앉은 방.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하며 익숙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는 벽의 버튼을 눌렀다. DNA조합이 확인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벽의 한쪽이 밀려나갔다.

문밖이라도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으로 만들어진 복도와 잘 보이지 않게 만들어진 문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을 뿐. 그리고 내가 나온 문 옆에는 사람이 한 명. 그 외에도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내가 나오기 직전까지 잡담을 했던 것 같은 기척이 남아있었다.

이야기는 들었다.”

그래요?”

무뚝뚝한 목소리에 나도 무뚝뚝하게 답했다. 군복과 같은 형태지만 벽면의 색과 똑 같은 은색의 옷을 입은 남자는 할 말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은근하게 금속 같은 느낌이 나는 옷이 부드럽게 주름졌다.

어깨를 으쓱거린 나는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자루처럼 생긴 옷이 걸음에 맞춰 팔랑거렸다.

2

식당은 소란스러웠다. 내가 깨어난 방, 지나온 복도와는 다르게 생활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느껴졌다. 인테리어 역시 차갑거나 건조하지 않고, 몇 가지 따뜻하고 산뜻한 색을 사용하고 무려 유리창이 있어서 햇빛이 들어왔다. 태양의 높이로 봐서 조금 늦은 점심시간이었다. 빈 식판을 앞에 두고 TV를 보며 잡담을 나누는 사람이 많은 걸 봐서는 확실했다.

어쨌든, 메모의 주인을 찾기 위해서 잠시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었다. 연구소의 연구원이라는 사람들은 정해주지 않아도 꼭 앉았던 자리에 앉는 습성을 가진 사람이 많았고,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와는 반대로 항상 다른 자리가 아니면 안정이 안 되는 사람이나 구석 자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 주변에 사람이 없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는 다수파였다.

많이 기다렸나요?”

, 언제 왔어, 알티아?”

지금, 방금, .”

내 방에 있는 의자와 달리 적당히 푹신한 의자에 몸을 던지며 무뚝뚝하게 답했다. 어쩐지 맹하다고 할까, 멍하다고 할까. 아무튼 전혀 똑 부러지지 않게 생긴 길게 물결치는 금발머리 여자가 베실베실 웃었다. 나는 그녀의 식판 옆에 놓여있는 머그컵을 멋대로 잡아 들이켰-

푸웩-! 뭐야, 이거!”

-다가 뱉어버렸다. 아니, 나도 매너가 있으니까 그녀의 얼굴에는 뱉지 않았다. 대신 옆에 앉아있던 이름 모를 연구원의 가운에 뱉어버렸지만. 머리까지 근육으로 되어있을 것처럼 생겼지만 의외로 머리가 좋은지 고등연구원 명찰을 달고 있는 남자는 나를 보고 화를 내려다가, 내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를 보다가, 천장을 봤다가, 자신의 가운을 봤다가, 얼굴을 붉혔다가,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가, 한숨을 쉬고는 자리를 피했다.

저런, 식판은 자기가 직접 비우는 게 이곳 규칙일 텐데. 나는 내용물이 조금 흐트러졌을 뿐 별로 줄지 않은 식판을 내 앞으로 끌어당겼다. 새우 필라프에 새우튀김, 굴튀김, 고구마튀김, 닭튀김, 웨지감자가 먹음직스럽게 생긴 식사였다. 어딘가 국적불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맛있게 보이는 음식들이었다.

나는 그 먹음직스러운 식사보다 옆에 딸린 특대 사이즈 콜라를 들이켰다. 입안에 남아있던 끔찍한 맛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졌다. , 입맛 버렸다!

대체 뭔가요, 그 정체불명의 음료는!”

머그컵의 내용물은 아직 절반쯤 남아있었는데, 푸르죽죽한 가운데 불그죽죽하면서 거무튀튀했다.

몸에 좋은 채소와 곡물 주스야. 이상한 건 넣지 않았는데?”

내가 왜 뱉어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머그컵을 들고 꼴깍꼴깍 마셔댄다. 정말 이상한 입맛을 가진 여자라는 생각을 하며 두툼~한 튀김옷을 입힌 새우튀김을 와삭와삭 씹었다. 아니, 와삭와삭이라면 좋겠지만 이건 무슨 튀김빵도 아니고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서 별로 와삭거리지 않는다. 요리사에게 속았다. 겉모습에 속았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카렌 박사님?”

, 이번에는 좀 많이 다쳤으니까. 회복 상태가 어떤지 물어보려고.”

그런 거라면 그냥 실험실에서 해도 되는 걸.”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더 좋긴 하지만. 이런 배려가 오히려 화가 나기도 한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아니면 원래 성격이 이런 걸까. 새우튀김을 다 먹어 치우고 굴튀김을 하나 씹으며 생각했다. 그럭저럭 3년째 알고 지냈지만 이 여자의 성격은 잘 모르겠다. 하긴, 3년이라는 기간을 탈탈 털어도 잡담을 했던 시간은 올챙이에 뒷다리가 돋을 정도의 시간 밖에 안 되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다.

의무실이라고 해줘. 넌 이제 캐리어 캐스트가 아니니까. 데이터 수집도 통상적인 것만 하잖아.”

뭐라고 말해도 실험실 동물. 캐스트 신세는 벗어났지만 캐리어라는 건 변하지 않아요, ...”

미지근한 온기가 남은 닭날개 튀김에서 뼈를 발라내며 답하자 카렌은 심보 고약한 여동생을 바라보는 언니 같은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모른척하고 손에 묻은 기름기를 옷에 쓱쓱 닦으려 했지만 카렌이 냅킨을 들고 내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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